"탈옥도 이 정도는 해줘야" 마약왕 박왕열, 드론 타고 담 넘으려다 딱 걸렸다
'마약왕' 박왕열의 조력자가 박씨의 필리핀 수용소 탈옥을 돕기 위해 드론에 매달려 이착륙을 연습하는 모습. / JTBC 방송화면 캡처

지난 3월 한국으로 송환된 마약 유통책 박왕열이 필리핀 수용소 수감 당시 대형 드론을 이용한 탈옥을 계획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JTBC는 14일 박왕열이 국내 송환 한 달 전, 대형 드론에 매달려 수용소 담벼락을 넘어갈 계획을 세웠으나 그의 조력자가 드론에 매달려 이착륙을 연습하는 모습이 필리핀 현지 뉴스에 보도되면서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필리핀 사블라얀 수용소에 수감 중이던 박왕열은 애초 수용소 외부 차도에 위장 초소를 만든 뒤, 자신이 다른 교도소로 이감될 때 호송 차량을 습격해 탈출하는 계획을 꾸몄다.

박왕열 일당은 수용소 직원들을 위협할 때 사용할 총기까지 미리 준비했지만, 탈옥 계획이 갑자기 변경됐다. 박 씨가 "나 같은 사람은 탈옥도 이 정도는 해줘야 한다"며 드론을 이용한 탈옥으로 방법을 바꿨기 때문이다.

매체가 공개한 영상에는 한 남성이 드론에 매달려 날아가다 물속으로 떨어지는 장면이 담겨 있다. 당시 필리핀 언론은 “사람이 탈 수 있는 드론이 나타났다”며 단순 화제성 이슈로 보도했다.

그러나 영상 속 남성은 실제로는 박왕열의 조력자였으며, 탈옥을 위한 연습 장면이 우연히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었다.

당시 수감 동료였던 A 씨는 매체에 “박왕열이 드론을 타고 탈출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필리핀 수감시설 내에선 전파 차단이 안 돼 드론을 띄우는 데 문제없다. 중국 조직이 드론으로 연습하는 영상도 보여준다”고 전했다. 영상 속의 드론은 무게 75㎏까지 견딜 수 있는 기종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드론 연습 영상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이감 일정이 변경됐고, 박왕열의 드론 탈옥 시도는 수포가 됐다. 드론 대여비 등 탈옥 준비에 들어간 비용은 약 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에서 복역 중이던 박왕열이 지난 3월 25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국내로 송환되고 있다. / 뉴스1

박왕열은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혐의로 현지 교도소에 복역하던 중, 국내에 다량의 마약을 유통한 혐의로 지난 3월 임시 인도됐다.

그는 2010년대 초반만 해도 평범한 수산물 유통업체 사업가였다. 필리핀산 생참치를 국내 백화점에 납품하며 '참치 해체쇼' 행사를 열어 언론 인터뷰에 응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업이 기울면서 1조원대 다단계 금융사기 사건인 'IDS홀딩스'의 모집책으로 활동하다 경찰 수사선상에 오르자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던 박왕렬은 2016년 10월, 유사수신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해 온 한국인 남녀 3명에게 은신처를 제공했다. 이후 이들의 도피 자금으로 투자를 하던 중 수익금 분배 요구가 이어지자, 팜팡가주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3명을 모두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다. 100억원대의 도피 자금을 들고 달아났지만 37일 만에 현지 경찰에 붙잡혀 살인 혐의로 수감됐다.

수감 이후에도 두 차례 탈옥을 감행했다. 2017년 3월에는 이민국 외국인 보호소 천장을 뚫고 탈출했다가 3개월 만에 대량의 마약을 소지한 채 붙잡혔다. 2019년 10월에는 법정에 다녀오던 길에 호송관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겠다는 핑계로 식당에서 달아났다. 1년 뒤 붙잡힌 그는 필리핀 법정에서 장기 60년·단기 5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박왕열이 거물급 마약왕으로 성장한 계기는 수감 중 만난 국내 마약 판매책 '사라 김'이었다. 그로부터 마약 유통 네트워크를 전수받았고, 실제 탈옥 직후 텔레그램에서 '바티칸 킹덤'이라는 마약 유통 조직을 구축했다. 재수감된 이후에도 국내에 매달 약 300억원 규모의 마약을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으로 에어컨이 갖춰진 개인실에서 지내는 등 호화로운 수감 생활을 이어왔다는 전언이다.

그는 지난 5월 첫 재판에서 마약 밀수 혐의는 부인했지만 유통 혐의는 인정했다. 항공 화물 등을 이용해 직접 마약을 국내로 들여온 적은 없지만, 이미 국내에 유입된 마약류를 판매하거나 관리한 사실은 인정한다는 취지다.

박왕열의 임시 인도 기간은 총 10개월로, 몇 달 뒤 만료를 앞두고 있다.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는 박왕열의 또 다른 범죄 혐의에 대한 인도 청구를 추가로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왕렬은 국내 재판이 끝나면 필리핀으로 돌아가 남은 형기를 마친 뒤 다시 한국에서 복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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