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시술'이었는데 눈 떠보니 새벽 2시, 진료비는 1640만원

'간단한 미용 시술'을 받으러 피부과를 찾은 30대 여성이 수면마취 상태에서 예정에 없던 시술을 무더기로 받고 애초 계획의 11배가 넘는 비용을 결제했다고 주장했다. 방송사 JTBC는 서울 강남의 한 미용 전문 피부과에서 이 같은 피해를 봤다는 여성 A씨의 사연을 15일 단독 보도했다.

문제의 피부과 / JTBC

매체에 따르면 A씨는 지난 7월 서울 논현동의 한 미용 전문 피부과를 찾았다. 보톡스나 윤곽주사를 가볍게 맞을 생각이었다. A씨는 방송에서 "간단하게 보톡스나 윤곽주사를 맞으려고 갔다. 시술 시간으로 따지면 15분, 20분도 안 걸리는 시술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오후 4시 30분쯤 보톡스와 지방분해주사 등 143만원어치 시술을 받겠다는 동의서에 서명했다. 병원 측이 추가 비용이 드는 회원권 등록을 권하자 A씨는 거절했다. A씨는 "추가로 시술할 생각이 없었다. 이것만 하겠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시술실에 들어간 A씨가 다시 눈을 뜬 것은 9시간이 지난 뒤였다. A씨는 "기억나는 건 거기까지다. 눈을 떠보니 새벽 2시여서 너무 놀랐다"고 했다.

황당한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결제 내역을 확인한 A씨는 당초 계획한 금액의 11배가 넘는 돈이 빠져나간 사실을 알게 됐다. 결제액은 1640만원이었다. 원래 시술비 140만원가량을 빼면 1500만원이 추가로 결제된 셈이다.

A씨가 병원에 요청해 받은 진료 기록에는 16개 시술 항목과 각종 수액, 주사, 화장품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고 JTBC는 전했다. 여기에는 수면 유도제인 프로포폴과 미다졸람도 포함돼 있었다.

피해 여성이 JTBC 취재진과 이야기하고 있다. / JTBC

A씨가 병원 측에 항의하자 병원 측은 "원한 대로 해줬을 뿐"이라며 문제 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JTBC가 공개한 지난 7월 23일 병원과 A씨의 대화에서 병원 관계자는 "뭐 때문에 그렇게 화가 났는지 모르겠다. 왜 그렇게 화가 난 거냐"고 되물었다.

병원 측은 취재진에게 "각 시술마다 고객의 동의를 받았고, 원장의 판단 하에 안전하게 진행했다"고 해명했다고 JTBC는 보도했다.

A씨가 수면마취 약물로 인해 의식이 몽롱하고 이성적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추가 시술 동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다졸람은 선행성 건망(약물 투여 후의 상황을 기억하지 못함)을 유발한다. 의식이 남아있는 듯 보여도 정상적인 사고 능력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약물이다. 마취 전 추가 시술을 명백히 거절했던 A씨가 약물에 취해 알딸딸한 상태에서 묻는 말에 수동적으로 응했을 수 있다. 법적으로 보면 환자가 심신미약이나 약물에 의해 판단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받은 동의는 진정한 ‘의사 결정’이나 유효한 동의로 인정받기 어렵다.

그렇다면 A씨처럼 미용 시술 과정에서 과잉 진료나 비용, 시술 동의를 둘러싼 분쟁이 생겼을 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근거 자료 확보다. 진료 기록부, 시술 동의서, 결제 내역, 카드 전표, 병원과 주고받은 대화 녹취나 문자 등을 빠짐없이 모아 둬야 한다. 환자는 의료법에 따라 자신의 진료 기록 사본을 병원에 요구할 권리가 있다. 병원이 이를 거부하면 관할 보건소나 지방자치단체에 알릴 수 있다. 어떤 약물이 얼마나 쓰였는지, 각 시술에 대한 동의가 실제로 있었는지는 분쟁의 핵심이 되므로 기록을 세밀히 살펴야 한다.

당사자끼리 원만히 풀리지 않으면 공적 기구의 도움을 받는 방법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다.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12년 세워진 기관이다. 환자와 의료기관 사이 분쟁을 조정·중재한다. 환자가 조정을 신청하면 의료사고감정단이 진료 기록 등을 조사해 감정서를 작성한다. 이어 의료분쟁조정위원회가 이를 토대로 조정안을 제시한다.

조정 절차에는 기한과 요건이 정해져 있다. 조정을 신청하면 상대방인 병원이 신청서를 받은 날부터 14일 안에 참여 여부를 정한다. 병원이 응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절차가 종료된다. 다만 환자가 숨지거나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중증 장애를 입은 중대한 사고는 병원 동의가 없어도 조정 절차가 자동으로 시작된다. 조정은 대체로 90일, 최대 120일 안에 마무리된다. 신청 기한도 있다. 의료사고의 원인이 된 행위가 끝난 날부터 10년, 피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신청할 수 없다.

조정이 성립되면 그 조정 조서는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는다. 병원이 조정 내용을 이행하지 않으면 법원에서 집행문을 받아 강제집행에 나설 수 있다. 조정이 결렬되면 결국 민사소송으로 시비를 가려야 한다.

비용이나 계약, 환불처럼 소비자 피해 성격이 강한 사안이라면 한국소비자원과 지역 소비자단체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국번 없이 1372(소비자상담센터)로 전화하면 상담과 피해 구제, 분쟁 조정 절차를 안내받을 수 있다. 과잉 결제나 부당한 계약이 의심될 때는 카드사에 이의를 제기해 결제를 취소·보류하는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의료진의 과실이나 설명 의무 위반이 뚜렷하다면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길도 있다. 의료 분쟁은 전문성이 높고 입증 책임을 둘러싼 다툼이 치열해, 감정서 같은 자료를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조정이든 소송이든 초기부터 자료를 체계적으로 갖추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편이 유리하다.

수면마취를 동반한 미용 시술을 앞두고 있다면 시술 항목과 비용, 사용 약물을 서면으로 명확히 확인하는 것이 좋다. 마취 중 추가 시술 가능성과 그 비용 처리 방식까지 사전에 못 박아 두면 이런 분쟁을 줄일 수 있다.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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