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업무추진비 처음 공개됐다…1인당 식사비 따져보니

조희대 대법원장의 업무추진비 상세 내역이 취임 이후 처음 공개된 가운데 일부 식사 내역의 참석 인원과 실제 메뉴 가격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 / 뉴스1

지난 20일 MBC 단독 보도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이 취임 이후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총 2억 6000여만원이다. MBC는 공개된 상세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일부 고급 식당 이용 기록에서 참석 인원과 식당 수용 규모가 맞지 않거나 기록상 1인당 결제액이 실제 메뉴 가격보다 크게 낮은 사례가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오마카세 1인 2만 8000원 기록…법원행정처 “단순 오기”

조 대법원장이 가장 자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난 서울 방배동의 한 식당에서는 모두 12차례 업무추진비가 결제됐다. 지난해 11월 내역에는 재판연구관 등 38명이 참석한 간담회를 연 것으로 기재됐지만 식당 측은 MBC에 가장 큰 방의 최대 수용 인원이 19명이라고 설명했다. 30명가량을 받을 수는 있지만 여러 공간으로 나뉘어 서로 보기 어려운 구조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MBC가 20일 단독 보도한 조희대 대법원장 업무추진비 관련 화면. / MBC 뉴스데스크 캡처

인근 스시 오마카세 식당 이용 내역에는 1인당 2만 8000원을 지출한 것으로 기록됐다. MBC가 식당에 확인한 점심 메뉴 가격은 1인당 7만 5000원이었다. 미쉐린 가이드에 오른 서울 반포동의 한정식 식당에서도 기록상 1인당 지출액은 3만원이었지만 식당 측이 밝힌 점심 메뉴 가격은 6만 5000원부터였다.

호텔 식당 이용 기록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조 대법원장은 2024년 9월 서울 소공동의 한 호텔 중식당에서 사법정책자문위원 등 10명과 식사한 뒤 83만 6000원을 결제한 것으로 기록됐다. 지난해 2월에는 서울 을지로의 호텔 중식당에서 전출 법관 등 15명과 식사하고 112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기재됐는데 MBC는 당시 두 식당의 저녁 코스 가운데 가장 낮은 가격이 1인당 18만원이었다고 전했다.

MBC가 20일 단독 보도한 조희대 대법원장 업무추진비 관련 화면. / MBC 뉴스데스크 캡처

MBC는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일부 내역에서 참석 인원이 실제보다 많게 적히면서 1인당 지출액이 낮아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공개된 내역 가운데 약 3분의 2는 1인당 결제액이 5만원 이하로 기록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업무추진비 사용과 기록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법원행정처는 고의적인 인원 조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법원행정처는 MBC에 실무자가 참석 인원을 잘못 기재한 단순 실수라고 설명하면서 집행 과정에서 미비한 점이 확인될 경우 보완하겠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실제 참석 인원과 메뉴 구성 등 구체적인 집행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다.

손봉기 제청하자 청와대가 제동…헌정사상 이례적 재제청 요구

조희대 대법원장이 16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제1회 세종법률문화상 시상식에 참석해 관련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 뉴스1

조 대법원장을 둘러싼 또 다른 쟁점은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이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21일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와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등 4명을 후보로 추천했다. 이후 청와대와 대법원은 최종 후보를 놓고 상당 기간 의견을 좁히지 못했고 노 전 대법관이 지난 3월 3일 퇴임한 뒤 후임 공석도 장기화됐다.

통상 대법관 인선 과정에서는 대법원장이 최종 후보자를 제청하기 전 대통령실과 사법부 사이에 물밑 협의가 이뤄져 왔다. 이번에도 후보 추천 이후 양측이 협의를 이어갔지만 최종 후보를 두고 접점을 찾지 못했다. 대법원은 대통령과의 면담 등을 요청했지만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공석이 5개월 넘게 이어지자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결국 관행을 깨고 손봉기 부장판사를 서면으로 임명 제청했다. 반면 청와대는 손 후보자 제청이 실질적인 사전 협의 없이 이뤄진 일방적 서면 제청이었다고 보고 열흘 뒤 재제청을 요구했다.

청와대는 열흘 뒤인 지난달 28일 손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조 대법원장에게 새 후보자를 재제청하라고 공식 요구했다. 청와대는 대통령과 대법원장 사이에 실질적인 협의 없이 일방적인 서면 제청이 이뤄졌고 절차적 완결성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제청 과정에 충분히 반영됐는지도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헌법 제104조 제2항에 따라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과 국회의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만큼 제청권과 임명권은 서로 다른 헌법기관에 나뉜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방식으로 행사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청와대의 해석이다. 재제청 요구 역시 대법원장의 권한을 제한하려는 조치가 아니라 각 헌법기관 사이 상호 견제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당시 이흥구 전 대법관 후임으로 함께 제청된 김성수 후보자의 경우 사전 협의를 거쳐 의견이 모아졌다는 이유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반면 손 후보자에 대해서는 임명동의안 제출을 보류하면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이미 추천한 후보들을 존중해 신속하게 새로운 후보를 제청해달라고 대법원에 요구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청와대는 기존 4명의 추천 후보 가운데 손 후보자를 제외한 다른 후보를 제청하라는 취지의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 내부에서는 대응 방식을 놓고 고심이 이어지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 요구가 나온 지난달 28일 퇴근길에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고 당시에는 다음 주 중 공식 입장을 내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이후 3주가 넘도록 재제청 여부와 구체적인 절차에 대한 공식 결론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 뉴스1

현재 거론되는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기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 가운데 손 후보자를 제외한 다른 후보를 다시 제청하는 방안과 후보추천위원회를 새로 구성해 후보 천거와 심사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하는 방안이다. 법조계에서는 기존 추천위의 역할이 후보 추천과 함께 종료됐다고 볼 수 있는지 등을 놓고도 해석이 엇갈리고 있어 조 대법원장의 선택에 따라 인선 절차가 다시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 요구 이후 공식 행사에서 사법부 독립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지난 11일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는 법원이 정치권력 등 외부의 부당한 영향을 받지 않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고 17일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에서도 사법권 독립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다만 이 발언들을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의 침묵이 이어지자 지난 11일 다시 신속한 재제청을 요청했다.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자리는 200일 넘게 공석으로 남아 있으며 이는 2000년 이후 가장 긴 대법관 공석 기간이다. 김성수 대법관 임명으로 두 자리 동시 공석 상황은 해소됐지만 대법관 12명이 맡아야 할 사건을 당분간 11명이 나눠 처리해야 하는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헌재로…재제청 갈등 권한쟁의심판으로 번져

정치권에서도 재제청 요구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청와대가 손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내지 않은 데 대해 국회의 대법관 임명동의권과 국회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하며 21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은 헌법에 명시돼 있지만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자를 사실상 반려하고 다시 후보자를 요구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손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송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청와대는 대통령에게도 헌법상 실질적인 대법관 임명권이 주어진 만큼 제청 단계에서 대통령과 대법원장 사이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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