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점심값만 7만5000원인 식당 등에서 월평균 788만원 사용

조희대 대법원장의 업무추진비 상세 내역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공개됐다. 고급 식당을 이용하면서 실제보다 참석 인원을 부풀려 적어 1인당 결제 금액을 낮춰 기록해 온 정황이 드러났다고 MBC가 20일 보도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 폐회식에서 참석자와 대화하고 있다. / 뉴스1

앞서 대법관들이 법적 근거 없이 월 200만원의 격려금을 현금으로 받고 업무추진비로 용처가 불분명한 1억여원어치의 와인을 구매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런 가운데 조 대법원장의 업무추진비 상세 내역이 공개된 것이다.

조 대법원장의 업무추진비 상세 내역은 취임 2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총액은 2억6000여만원이다. 한 달 평균 약 788만 원씩 사용한 셈. 주로 대법원과 한남동 공관 근처의 룸이 있는 식당이 이용됐다.

MBC가 단독 입수한 조 대법원장 업무추진비 내역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이 가장 자주 찾은 곳은 방배동의 한 레스토랑이다. 모두 12번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에서는 지난해 11월 재판연구관 등 38명과 함께 간담회를 연 것으로 기록돼 있다.

문제는 해당 식당에는 38명이 들어갈 방이 없다는 것. 식당 관계자는 MBC에 "30명이면 가능할 순 있는데 서로 볼 순 없다. 다 룸으로만 돼 있다"며 "최대 룸 인원은 19명"이라고 말했다.

1인당 2만8000원으로 기록된 인근 스시 오마카세도 마찬가지. 이곳 관계자는 "런치는 7만5000원"이라며 "영수증 단가 정정은 해드릴 수 있는데 금액은…"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 폐회식에서 폐회사를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 뉴스1

미쉐린 가이드에 오른 한정식집 역시 기록상의 1인당 3만원으로는 설명되지 않았다. 이 한정식집 관계자는 "런치는 6만5000원 기준이고 간장게장이나 떡갈비를 선택하면 8만원"이라고 했다.

서울의 5성급 호텔에서도 기록상 1인당 가격은 10만원을 넘지 않았다. 서울 소공동의 한 호텔 중식당에서는 2024년 9월 사법정책자문위원 10명과 저녁을 먹은 뒤 83만6000원이 결제됐다. 서울 을지로의 한 호텔 중식당에서는 지난해 2월 전출 법관과 함께 15명이 식사를 하고 112만원을 결제했다.

당시 이 두 호텔 레스토랑의 디너코스는 가장 저렴한 것이 1인당 18만원이었다. 을지로 호텔 중식당 관계자는 "홀에서는 코스와 단품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데, 다 함께 앉을 순 없고 테이블을 3∼4개로 나눠 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참석 인원을 실제보다 부풀려 적어 1인당 단가를 낮춰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고 MBC는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3분의 2가 5만원 이하로, 청탁금지법상 식사 접대 한도 안에 맞춰져 있었다.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C에 "대단히 혼자 고결하다고 주장한 대법원장이 국민의 혈세로 고급 오마카세 집에 드나들면서 그것을 인원수까지 조작해서 기록했다는 것은 굉장히 모순적이고 이중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실무자의 단순 실수로 인원을 잘못 기재했다"며 "집행 과정에서 미비한 점이 있으면 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법관 재제청을 둘러싼 조 대법원장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조 대법원장의 제청을 반려한 지 23일째다.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를 비롯한 주요 일정이 마무리되면서 조 대법원장이 오는 24일 추석 연휴 전 공식 입장을 밝힐지에 관심이 모인다.

법조계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손 부장판사에 대해 이 대통령이 반려한 지 23일째인 20일까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7일 퇴임한 이흥구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제청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지난 3월 퇴임한 노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손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그동안 대법관 인선 때는 대법원장이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사전 조율을 거쳐 공감대를 형성한 뒤 대면 제청하는 게 관행이었다. 조 대법원장이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손 부장판사를 서면 제청했다는 이유에서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28일 청와대로부터 재제청을 요청받은 뒤 당초 지난주 관련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이 지난달 30일 갑작스럽게 부친상을 당하면서 입장 표명 시점이 미뤄졌다.

이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 방문(6∼10일),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14일), 서울에서 열린 아·태 대법원장 회의(16∼18일) 등이 이어지면서 조 대법원장의 공식 입장 발표 시점은 더 늦어졌다.

이번 재제청 관련 입장 발표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조 대법원장이 손 부장판사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자 3명 중 1명을 재제청할지, 과거 전례와 법원조직법 규정에 근거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다시 꾸려 처음부터 절차를 밟을지다.

청와대 등 여권은 나머지 3명 중 1명을 재제청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청와대가 염두에 둔 김민기 서울고법 고법판사를 제청하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조 대법원장이 이 같은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고 과거 전례에 따라 추천위를 재구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조 대법원장이 최근 일주일 동안 공식 석상에서 세 차례 '사법권 독립'을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2층 중앙홀에서 열린 제12회 '대한민국 법원의 날' 행사에서 "법원이 다른 국가기관이나 정치권력, 사회 세력은 물론 소송당사자로부터도 부당한 간섭이나 영향을 받지 않고 재판할 때,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7일 아·태 대법원장 회의 환영사에서 "어떤 도전에 직면하더라도 사법권의 독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루 뒤인 18일 폐회사에서는 "사법권의 독립과 공정성, 청렴성, 그리고 국민의 신뢰는 언제나 지켜져야 한다"며 재차 사법권 독립을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이 직접 현안을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연이어 사법부 독립을 강조한 것을 두고 대법관 재제청 문제로 갈등을 빚는 청와대와 여권을 향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