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엘리베이터 놓칠까 ‘우르르’..서울역 GTX-A 왜 이러나 봤더니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가 이동 시간을 크게 줄였지만 출퇴근 시간대 일부 역사에서는 승객들이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엘리베이터와 환승 통로를 향해 달리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위키트리는 이를 단순한 출근길 풍경이 아닌 GTX 개통 이후 나타난 새로운 이동 현상으로 보고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마지막 편에서는 승객들의 질주 현상을 운영기관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실제 안전사고와 관련 통계는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GTX-A 사업 관계사와 국가철도공단 등에 질의했다. 아울러 서울역의 대심도 구조와 수직 이동시설이 승객 동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함께 짚어본다.>

GTX-A 타는 곳 안내 / 위키트리

GTX-A가 빠른 철도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열차가 멈춘 뒤다. 깊은 승강장에서 환승 통로나 지상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다시 긴 이동을 거쳐야 하고 출퇴근 시간대에는 한꺼번에 내린 승객들이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로 몰린다. 서울역에서는 이 과정에서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뛰는 승객까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앞선 취재에서 이 같은 행동에 실제 시간 차이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그렇다면 남는 질문은 왜 이런 현상이 계속 반복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승객들이 몰리는 현상을 관계 기관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실제 사고는 얼마나 발생했는지, 현재의 안전 관리 방식은 이런 행동까지 들여다보고 있는지 확인해봤다.

“사고는 가끔 있었다”…관련 통계 물었더니

서울역 GTX-A 역사에서 안전 안내원이 승객들의 이동을 안내하고 있다. / 위키트리

위키트리는 GTX-A 사업 관계사인 SG레일에 역사 내 승객들의 빠른 이동 현상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 현재 어떤 안전대책을 운영하고 있는지, 실제 안전사고와 전도 사고는 얼마나 발생했는지 등을 질의했다.

SG레일 측은 서울역을 비롯한 GTX-A 역사에서 출퇴근 시간대 승객들이 한꺼번에 몰리고 빠르게 이동하는 현상을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서울역에는 출퇴근 시간대 안전요원 10명을 배치해 질서 유지와 안전관리를 하고 있으며 엘리베이터 입구에는 화살표와 차단봉 등을 설치해 승객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간 두 차례 이상 역사 안전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으며 다른 역사 역시 출퇴근 시간대 혼잡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실제 사고는 얼마나 발생했을까. GTX-A 역사 안에서 안전사고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SG레일 관계자는 “그런 사고들은 가끔 있던 걸로 확인됐다”며 “에스컬레이터에서 발을 헛디디거나 가방 탈락 사고 같은 것도 있고 역사 이용객이 많다 보니 그런 사고들이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승객이 뛰거나 서두르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가 몇 건인지 확인할 수 있는 별도 통계는 갖고 있지 않았다. 관계자는 “사고들을 그런 식으로 따로 분류해 놓고 있는 것은 아니라서 이게 대합실에서 뛰는 행위 때문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위키트리
위키트리

취재진은 사고 건수와 함께 승객들의 질주가 주로 나타나는 출퇴근 시간대에 실제로 얼마나 많은 이용객이 몰리는지도 확인하려 했다. 이에 국가철도공단에 GTX-A 역사 내 넘어짐·전도 사고 현황과 역별 승하차 및 환승 이용객 자료를 요청했다. 그러나 공단은 넘어짐·전도 사고 통계에 대해 “해당 통계는 별도로 보유하고 있지 않은 자료”라고 답했다. 역별 일일 승하차 및 환승 이용객 수 역시 별도로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SG레일에 이어 국가철도공단까지 관련 자료를 확인했지만 GTX-A 역사에서 실제 넘어짐 사고가 몇 건 발생했는지, 이 가운데 승객이 뛰거나 급하게 이동하다 발생한 사고가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수치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출퇴근 시간대에 실제 이용객이 어느 정도 집중되는지도 관련 자료로 확인할 수 없었다.

서울교통공사는 달랐다…5년간 넘어짐 597건, ‘뛰는 행위’도 원인으로 관리

서울교통공사 제공

서울 지하철은 어떨까. 서울교통공사가 지난해 4월 공개한 자료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사고 통계가 확인됐다. 서울교통공사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역사 안에서 발생한 넘어짐 사고를 별도로 집계하고 있었다.

이 기간 발생한 넘어짐 사고는 총 597건이었다. 연평균 119건, 월평균 약 10건이다. 같은 기간 발생한 전체 사고 2387건 가운데 넘어짐 사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25%였다.

사고가 발생한 장소도 구분했다.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져 다친 사고는 275건으로 전체 넘어짐 사고의 46%를 차지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원인도 따로 살펴보고 있었다. 주요 원인에는 음주와 충돌뿐 아니라 ‘뛰는 행위’가 포함됐다. 특히 환승역에서 다른 열차로 갈아타기 위해 계단을 뛰거나 에스컬레이터에서 급하게 이동하다 발을 헛디디는 경우, 행선안내게시기에 표시된 열차 도착 정보를 확인한 뒤 서둘러 이동하다 발생하는 사고가 있다고 분석했다.

GTX-A 열차 탑승을 위해 대기 중인 승객들 / / 위키트리

실제 사고 사례도 공개했다. 2024년 6월 서울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에서는 한 승객이 열차 출입문이 열리는 소리와 열차 도착 정보를 확인한 뒤 승차하기 위해 계단을 뛰어 내려가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졌고 발목이 골절됐다.

서울교통공사는 이처럼 축적한 사고 데이터를 실제 안전관리에도 활용하고 있었다. 사고가 반복되는 장소 등을 중점 관리 대상으로 선정하고 사고 다발 시간대에 안내방송을 집중적으로 송출하는 한편 혼잡 역사에 안전인력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물론 서울 지하철에서 발생한 597건을 GTX-A와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운영 기간과 역사 수, 이용객 규모가 다르고 사고 집계 기준 역시 동일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 더 위험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자료도 아니다.

승객은 왜 한쪽으로 몰릴까…대심도가 만든 ‘최단시간’ 경쟁

 위키트리
위키트리

사고 데이터와 별개로 또 하나 확인할 문제는 왜 GTX 역사에서 승객들이 특정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로 몰리는가이다.

이철기 아주대학교 교통공학과 교수는 이를 단순히 승객 개인의 조급함이나 안전의식 부족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GTX-A의 대심도 구조와 환승 동선, 수직 이동시설의 위치와 처리용량이 승객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GTX-A의 대심도 역사 구조는 승객의 역사 내부 이동을 증가시키고 특히 수직 이동 비중을 높인다”며 “수직 이동거리가 증가할수록 승객은 이동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중 특정 이동수단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역 GTX-A 역사에 설치된 역 이용 및 비상대피 안내도. 승강장과 대합실 사이의 깊은 수직 이동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 위키트리

승객의 기준이 단순한 ‘최단거리’에서 ‘최단시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가장 가까운 시설보다 어떤 시설을 이용해야 더 빨리 환승 통로나 지상에 도착할 수 있는지를 따지게 되고 이 과정에서 특정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에 사람이 집중될 수 있다.

특히 엘리베이터는 먼저 도착한 승객이 바로 탑승하느냐, 눈앞에서 한 대를 보내고 다음 운행을 기다리느냐에 따라 시간이 달라진다. 앞선 실측에서도 첫 번째 엘리베이터를 이용했을 때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했을 때 3분 이상 차이가 났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고 있는 승객들 / 위키트리

이 교수는 이런 차이가 반복되면 승객들이 이를 학습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금만 먼저 움직이면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 보행속도를 높이거나 앞사람을 추월하고 특정 엘리베이터를 먼저 이용하려는 경쟁적 이동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몇 명을 태우나’보다 ‘어떻게 움직이나’가 문제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위키트리

철도 역사를 설계할 때 혼잡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하루 평균 이용객보다 출퇴근 시간대처럼 가장 많은 승객이 몰리는 첨두시간(러시아워) 수요가 중요하게 다뤄진다.

이 교수에 따르면 설계 과정에서는 장래 수요예측을 바탕으로 승객 규모를 산정하고 출입구와 개찰구, 대합실,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 승강장과 환승 통로까지 승객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분석한다. 이후 각 시설이 몰리는 인원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검토한다. 복잡한 환승역에서는 보행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특정 지점에 승객이 집중되는지도 분석할 수 있다.

다만 이 교수는 기존의 시설 용량 분석과 실제 승객 행동 사이에는 다른 문제가 존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설이 시간당 일정 인원을 문제없이 이동시킬 수 있다고 해도 승객 개인이 체감하는 시간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모두 설계상 충분한 승객을 처리하더라도 한쪽을 선택하면 몇 분을 줄일 수 있다는 차이가 나타나면 승객 행동도 달라질 수 있다.

이 교수는 “기존 용량 분석에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더라도 승객 입장에서는 빠른 경로를 선택하면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며 “시설이 승객을 처리할 수 있는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시설 배치가 승객의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즉 GTX 역사에서 살펴봐야 할 것은 ‘이 엘리베이터가 몇 명을 실어 나를 수 있는가’뿐 아니라 ‘엘리베이터를 이 위치와 방식으로 운영할 때 승객들이 어떻게 움직이는가’까지라는 것이다.

엘리베이터 더 늘릴 수 없나…“기존 구조물 밀집해 공간 한계”

서울역 GTX-A 승강장과 상부층을 연결하는 엘리베이터 2대. / 위키트리

엘리베이터 추가 설치 가능성도 확인해봤다. 취재진이 국가철도공단에 서울역 GTX-A 엘리베이터 증설 여부를 질의한 결과 기존 지하 구조물 때문에 추가 설치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 나왔다.

공단은 서울역 지하에 1호선과 4호선, 두 노선의 연결통로를 비롯해 통신구와 전력구, 하수박스 등 이전하거나 철거하기 어려운 시설이 밀집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설계 단계부터 엘리베이터를 추가로 배치할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웠고 승강장과 상부 층을 연결하는 엘리베이터는 2대가 설치됐다고 밝혔다.

대신 혼잡을 완화하기 위해 다른 GTX-A 북부구간 역사보다 많은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공단에 따르면 서울역 해당 구간에는 에스컬레이터 4대가 운영되고 있으며 다른 북부구간 역사는 2대 수준이다.

서울역의 엘리베이터 혼잡은 단순히 시설 수를 늘리는 방식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제약을 안고 있었다.

못 늘린다면 덜 몰리게…“위치보다 대기시간 알려줘야”

시설 증설이 어렵다면 운영 단계에서 승객을 분산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서울역처럼 시설 확충이 어려운 역사에서는 엘리베이터 앞까지 승객이 몰린 뒤 통제하기보다 승강장에서부터 이용객을 분산하는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GTX에서 내려 지하철로 환승하는 승객과 지상으로 나가는 승객, 버스나 택시 등 연계교통을 이용하는 승객을 가능한 범위에서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는 방식이다. 특정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지막 순간에 경로를 바꾸도록 하기보다 하차 직후부터 이동 목적에 따라 흐름을 나누는 것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안내 방식도 바꿀 수 있다. 현재처럼 단순히 ‘엘리베이터가 이쪽에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어느 시설이 덜 혼잡한지 예상 대기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알려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특정 엘리베이터 앞에 사람이 몰리면 다른 에스컬레이터나 이동 경로가 더 빠르다는 정보를 제공해 승객이 스스로 분산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특히 승객의 ‘시간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승객들이 언제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는지, 다른 경로로 이동하면 얼마나 걸리는지 알지 못하면 눈앞의 시설에 먼저 도착하려는 행동이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설계 당시 예측한 승객 흐름과 실제 운영 이후의 행동을 비교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했다. CCTV 등을 통해 어느 지점에서 승객들이 속도를 높이는지, 어느 시설로 몰리는지, 어디에서 갑자기 경로를 바꾸는지를 분석하면 기존의 수요예측만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운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설계단계의 보행 시뮬레이션 결과와 실제 운영 이후 CCTV에서 관찰되는 승객의 이동 행태를 비교한다면 설계상 예측된 흐름과 실제 행동 사이의 차이를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운정중앙~동탄 연결 앞둔 GTX-A…서울역 승객 흐름도 달라진다

GTX-A 운정중앙~동탄 전 구간을 보여주는 노선도. 현재 운정중앙~서울역과 수서~동탄 구간이 나뉘어 운행 중이며, 2026년 중 삼성역을 무정차 통과하는 방식으로 전 구간이 연결될 예정이다. / 국가철도공단

앞으로는 서울역의 승객 이동 방식도 달라질 전망이다. 현재 GTX-A는 운정중앙~서울역과 수서~동탄 구간이 나뉘어 운행되고 있지만 국가철도공단은 올해 안에 삼성역을 무정차 통과하는 방식으로 운정중앙~동탄 전 구간을 연결할 계획이다.

지금 서울역은 북부구간의 종점이다. 열차가 들어오면 승객 대부분이 내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상부 층이나 환승 통로로 빠져나간다. 전 구간이 연결되면 서울역에서 내리지 않고 수서·성남·동탄까지 계속 이동하는 승객이 생기고, 반대로 남부구간에서 올라와 서울역에서 내리거나 다른 노선으로 갈아타는 승객도 생긴다.

현재처럼 열차가 도착한 뒤 많은 승객이 한꺼번에 내려 한 방향으로 빠져나가는 모습도 달라질 수 있다. 직결 이후 실제 하차 인원이나 혼잡도가 어떻게 바뀔지는 개통 뒤 확인해야 한다. 다만 승차·하차·환승 수요가 함께 움직이게 되는 만큼 서울역 안에서 어느 지점에 승객이 몰리는지는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용현지·정혁진 기자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