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수 여사 사망사건, 북한 김정일이 사과했다고?...거짓 정보 선동이다”

한국사를 주로 가르치는 역사강사 황현필이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에 공개적으로 입장문을 남겨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02년 5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기념사진을 찍은 모습. / 연합뉴스

황현필은 29일 오전 자신의 유튜브 채널 게시물에 긴 글을 올려 "영화 '암살자(들)'은 음모론적 영화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앞서 언급한 '김정일 사과설'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장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서 2002년 박근혜 당시 한국미래연합 대표의 방북 당시 김정일이 육영수 여사 사건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고 적었다. 황현필은 이를 "거짓 정보"로 규정하고 "사실이 아니라면 머리 숙여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영화 개봉 직후 불붙은 논쟁

논란의 출발점은 추석 연휴에 개봉한 영화 '암살자(들)'이다. 장 대표는 이 영화를 언급하며 "육영수 여사 피격의 배후에 박정희 대통령이 있다는 참으로 황당한 스토리라고 한다"고 적었다. 북한 선전영화 '민족과 운명'을 리메이크한 수준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도 썼다.

장 대표가 글의 핵심 근거로 내세운 것은 2002년 방북 당시 상황이다. 장 대표는 "2002년 박근혜 대통령 방북 당시, 북한 김정일이 직접 육영수 여사 시해 사건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일이 "암살 음모는 하급자들이 관련됐으며, 나는 사전에 그런 음모를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함께 적었다.

장 대표의 글은 영화 비판에서 그치지 않고 '표현의 자유' 논쟁으로 번졌다. 장 대표는 5·18 관련 발언은 처벌받는데 6·25 북침론이나 천안함 미국 잠수함 충돌 주장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는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건드리면 줄줄이 고소고발을 당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모욕은 표현의 자유로 통한다는 주장도 폈다.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 /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황현필이 문제 삼은 지점은 '사과 여부'

황현필은 장 대표의 글이 올라온 다음 날 오전 유튜브 채널 게시물로 대응했다. 그는 "요즘 영화 '암살자(들)' 때문에 시끄럽다"며 "'암살자(들)'이 음모론적 영화가 아님과 더불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거짓말에 대해 한마디 하겠다"고 글을 시작했다.

황현필은 먼저 자신의 이력을 언급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두고 극우 세력이 거짓 왜곡과 음모론을 퍼뜨릴 때마다 자신은 역사적 팩트로 대응해왔다는 것이다. 이 경험을 토대로 '암살자(들)'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황현필은 1974년 문세광의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상당히 미스터리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의 이상한 행태와 합리적인 의혹들이 언론과 역사가들에 의해 기록돼 있어 "거의 공식적인 의혹이라 해도 무방하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영화에 대해서는 이 의혹들을 설정 인물과 각색을 동원해 관객에게 전달하는 구조라고 짚었다. 황현필은 "역사 영화로만 놓고 보면 정말 잘 만든 영화"라고 했다. 유신 독재에 탄압받고 맞서는 기자들의 이야기와 결합해 역사 교육적 측면에서도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음모론이라면 팩트로 증명하면 된다"

황현필의 논리는 입증 책임에 맞춰져 있다. 학계에서도 제기되는 의혹이 음모론이라면, 이를 음모론이라고 보는 쪽이 역사적 팩트를 제시해 음모론임을 증명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5·18 음모론에 맞섰던 방식과 같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러나 황현필은 "어느 누구도 의혹이 음모론임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 때문에 '암살자(들)'을 음모론적 영화라고 규정하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 결론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 / 뉴스1

2002년 방북 당시, 김정일은 무엇을 말했나

논쟁의 중심에는 2002년 박근혜 당시 한국미래연합 대표의 방북 장면이 있다. 황현필은 '암살자(들)'을 음모론이라고 비난하는 이들이 북한이 육영수 여사의 사망에 대해 사과했다고 주장한다고 정리했다. 그러나 북한은 문세광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단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고 어떤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황현필은 강조했다.

황현필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복기했다. 박정희 정부 발표대로라면 문세광 사건은 북한의 소행이므로, 사건 당사자인 김일성의 아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육영수 여사의 딸인 박근혜 대표에게 어떤 사과를 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는 것이다.

결과는 달랐다. 황현필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은 1968년 1·21 사태(김신조 사건)에 대해서만 우회적으로 사과했다. 육영수 여사의 죽음에 대해서는 "일말의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 황현필의 설명이다.

황현필은 박근혜 대표 본인도 김정일의 사과는 없었다고 정확히 말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당시에는 박 대표가 사과를 받지 못한 데 대한 지적을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일본 지지통신 보도가 '사과설' 출처로 지목됐지만

그렇다면 '김정일 사과설'은 어디서 나왔을까. 황현필은 일본 지지통신을 지목했다. 한국 언론이 아니라 일본 지지통신이 베이징발 보도를 인용해, 박근혜 대표가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죽음에 대한 사과를 김정일로부터 받았다는 기사를 남겼다는 것이다.

황현필은 이 기사를 두고 김정일의 1·21 사태 사과에 문세광 사건을 "숟가락 얹은 기사"라고 평가했다. 1968년 사건에 대한 사과에 1974년 사건을 덧붙여 전달한 보도라는 의미다. 그는 이후에도 정확한 팩트체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사건은 발생 시점부터 다르다. 1·21 사태는 1968년, 문세광 사건은 1974년에 벌어졌다. 황현필의 주장대로라면 2002년 방북에서 나온 사과는 6년 앞선 사건에 한정된 발언이었고, 육영수 여사 사건과는 별개라는 결론이 나온다.

황현필 역사강사. / 뉴스1

장동혁 대표를 향한 공개 사과 요구

황현필은 장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장 대표가 '북한이 사과한 사건'이라며 문세광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을 앞장서서 비난했으니, 이는 "거짓 정보를 이용하여 보수층을 선동하는 행위"라는 것이 황현필의 비판이다.

황현필은 자신의 주장이 틀렸을 경우의 조건도 밝혔다. 실제로 김정일의 사과가 있었다는 점이 확인되거나, 박 전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문세광 사건과 관련해 김정일의 사과를 받았다고 말한다면 "제 오류를 인정하고 머리 숙여 사과하겠다"고 했다.

반대 경우도 언급했다. 거짓 정보를 진실인 양 국민에게 호도했다면 장 대표도 머리 숙여 사과하라는 요구다. 사과의 조건을 양쪽에 동일하게 제시했다.

'암살자(들)' 포스터. /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다음은 황현필이 남긴 게시물 전문이다.

황현필입니다.

요즘 영화 <암살자(들)> 때문에 시끄럽습니다.

<암살자(들)>이 음모론적 영화가 아님과 더불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거짓말에 대해 한마디 하겠습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극우 꼴통들이 거짓 왜곡과 음모론을 가지고 떠들 때마다

저는 역사적 팩트로 대응했습니다.

문세광의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1974)은

상당히 미스터리한 사건이었고,

정부의 이상한 행태와

합리적인 의혹들이

언론과 역사가들에 의해 기록되었기에

거의 공식적인 의혹이라 해도 무방합니다.

영화는 그 의혹들을

설정 인물과 각색을 동원하여

하나하나 관객에게 전달합니다.

역사 영화로만 놓고 보면 정말 잘 만든 영화이고,

유신 독재에 탄압받고 맞서는 기자들의 이야기와 결합하여

역사 교육적 측면에서도 훌륭한 영화입니다.

학계에서도 제기되는 의혹들이 음모론이라면,

이를 음모론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역사적 팩트를 제시하여 의혹이 음모론임을 증명하면 됩니다.

제가 5·18 음모론에 맞섰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의혹이 음모론임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영화 <암살자들>이

음모론적 영화라는 데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암살자들>을 음모론적 영화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문세광 사건으로 육영수 여사가 사망한 데 대해

북한에서 사과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제가 알기로

북한은 문세광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단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고,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았습니다.

2002년 한국미래연합 대표였던 박근혜 대표가 북한을 방문하여 김정일 위원장을 만납니다.

박정희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북한의 소행(문세광 사주)으로 육영수 여사가 사망했기에,

사건 당사자인 김일성의 아들 김정일 위원장이

육영수 여사의 딸인 박근혜 대표에게

어떤 사과를 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은

1·21 사태(김신조 사건, 1968)에 대해서만

우회적으로 사과했을 뿐,

육영수 여사의 죽음에 대해서는

일말의 사과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대표 스스로도 김정일 위원장의 사과는 없었다고 정확히 말했고,

오히려 박근혜 대표가 사과를 받지 못한 데 대한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언론도 아닌

일본의 지지통신이라는 곳에서

베이징발 보도를 인용하여

박근혜 대표가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죽음에 대한 사과를

김정일로부터 받았다는 기사를 남겼지만,

이는 김정일의 1·21 사태(1968)에 대한 사과에

문세광 사건(1974)을 숟가락 얹은 기사였을 뿐,

정확한 팩트체크는 이후로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조차

‘북한이 사과한 사건’이라며

문세광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을 비난했으니,

이는

거짓 정보를 이용하여 보수층을 선동하는 행위입니다.

실제로 김정일의 사과가 있었다거나,

지금이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문세광 사건과 관련하여

김정일의 사과를 받았다고 말한다면,

저는 제 오류를 인정하고

머리 숙여 사과하겠습니다.

그러니

거짓 정보를 진실인 양 국민에게 호도했다면,

장동혁 대표도

머리 숙여 사과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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