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상어 '부캉이' 내보내는 작업 중단 (이유)

부산 북항친수공원 인공수로에 머물고 있는 상어 '부캉이'를 먼바다로 돌려보내려던 작업이 중단됐다. 해경과 소방이 선박을 동원해 물을 뿌리며 수로 밖으로 유도했지만 부캉이가 수로를 벗어나지 않은 까닭이다.

29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서 관계자들이 선박과 워터펌프를 동원해 상어 '부캉이'를 외해로 유도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이 부캉이를 관람하고 있다. / 뉴스1

부산해양경찰서와 부산소방재난본부는 29일 부산 동구 북항친수공원 수로에서 구조정과 고무보트 등 선박 5척을 투입해 부캉이 외해 유도 작업을 벌였다. 부캉이가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 지 12일째 되는 날이었다.

작업은 당초 오전 10시에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비로 수면이 높아지고 너울이 일면서 1시간가량 늦은 오전 11시쯤 시작됐다. 만조 시간과 겹쳐 수심이 깊어진 탓에 한동안 부캉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기도 했다.

구조 당국은 선박에 달린 소방용 워터펌프로 수면에 물을 뿌려 물살을 일으키는 방식을 택했다. 부캉이를 직접 붙잡지 않고 스스로 외해 방향으로 헤엄쳐 나가도록 유도하려는 것이었다. 선박들은 수로 안쪽 제4보도교 일대에서 출발해 제5보도교 방향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부캉이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도록 가까이 몰아붙이지 않고 거리를 둔 채 물을 뿌렸다.

29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서 관계자들이 선박과 워터펌프를 동원해 상어 '부캉이'를 외해로 유도하고 있다. / 뉴스1

작업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선박들이 수로 끝 쪽으로 이동하면서 부캉이도 빠져나간 듯 보였다. 하지만 잠시 뒤 제4보도교 부근에서 부캉이가 다시 나타났다. 부캉이는 선박을 피해 벽면에 붙어 이동하거나 작업 선박 반대편으로 돌아 시민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구조 당국은 부캉이가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물을 뿌리는 방식으로 작전을 바꿨다. 이 방법도 통하지 않았다. 워터펌프의 용량은 분당 600리터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옥내소화전 4개 이상을 합친 수준이다. 다만 불을 끄는 용도로 설계된 장비여서 물살이 수면 아래 깊은 곳까지 닿지 못했다. 부캉이는 물살을 피해 더 깊이 내려간 뒤 주변을 빠져나갔다.

선박들은 1시간 넘게 수로를 여러 차례 오갔다. 구조 당국은 오전 작업을 멈춘 뒤 오후에 다시 시도할 계획이었다. 부캉이는 오후 1시 기준으로도 수로 밖으로 나가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구조 당국은 작업을 중단했다.

구조 당국은 당분간 워터펌프를 활용하는 방식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립수산과학원이 부캉이 유도를 위해 제작 중인 대형 그물은 10월 2일에야 완성돼 도착한다. 그물이 오면 부캉이가 수로 안쪽으로 되돌아오지 못하도록 퇴로를 막은 뒤 외해로 내보내는 방식의 작업이 가능해진다.

외해 유도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부캉이가 처음 발견된 지난 18일에도 해경은 소방과 함께 상어퇴치기 등을 투입해 유도 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상어가 공격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국립수산과학원 등의 조언에 따라 작업을 접었다.

29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서 관계자들이 선박과 워터펌프를 동원해 상어 '부캉이'를 외해로 유도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이 부캉이를 관람하고 있다. / 뉴스1

유도 작업이 다시 추진된 것은 부캉이의 건강 때문이다. 부산시는 전날 북항친수공원 관리사무소에서 국립수산과학원 등 관계기관과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부캉이를 자연 해역으로 안전하게 돌려보내기 위한 단계별 구조·방류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부캉이의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봤다. 하지만 수로에서는 먹이활동과 자유로운 이동에 제약이 있어 오래 머물면 체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29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서 관계자들이 선박과 워터펌프를 동원해 상어 '부캉이'를 외해로 유도하고 있다. / 뉴스1

부캉이는 무태상어로 알려졌다. 시민들이 부르기 시작한 애칭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면서 북항친수공원의 명물이 됐다. 부산시설공단 집계에 따르면 부캉이를 보러 공원을 찾은 방문객은 지난 19~28일 열흘간 61만6800명이다. 추석 연휴인 24~27일에는 나흘 연속 하루 10만명 이상이 몰렸다.

작업이 진행된 이날도 궂은 날씨 속에 오전부터 시민들이 공원을 찾았다. 비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했지만 시민은 우산을 쓴 채 난간을 지켰다. 한 시민은 '부캉아 또 온나'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부캉아 잘 가"라고 외쳤다. 일본에서 온 관광객은 부캉이가 보일 때마다 일본어로 상어를 뜻하는 '사메'를 외쳤다.

시민들은 뜻하지 않게 구조 작업의 조력자 역할을 했다. 부캉이가 선박 반대편에 나타날 때마다 "여기 있다", "부캉이 여기 있어요"라며 대원들에게 위치를 알렸다. 방향을 돌린 대원들이 위치를 물으면 시민들은 일제히 손가락으로 수면을 가리켰다. 대원들과 부캉이의 쫓고 쫓기는 모습에 곳곳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부캉이를 내보내야 하는지를 두고 시민들의 생각은 엇갈렸다. 영도구에서 온 김모씨(50대)는 뉴스1 인터뷰에서 "여기에도 조류가 흐르고 숭어나 부시리 같은 물고기가 많은데 자기가 나갈 수 있도록 두면 되지 않느냐"며 "일부러 쫓아내는 데 반대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부캉이를 '복항이'라고 불렀다. 그는 "부산에 복을 가지고 온 '복항이'"라며 "태어나서 상어를 직접 볼 일이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29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서 관계자들이 선박과 워터펌프를 동원해 상어 '부캉이'를 외해로 유도하고 있다. / 뉴스1

이날까지 다섯 차례 부캉이를 보러 왔다는 괴정동 주민 임영화씨(60대)의 생각은 달랐다. 임씨는 뉴스1에 "시민 입장에서는 계속 있으면 좋지만 상어를 생각하면 자기 살던 곳으로 돌아가는 게 맞다"며 "인간의 욕심으로 붙잡아 둘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선박들이 물을 뿌릴 때마다 "부캉이가 스트레스받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왔다.

부산시는 현장에 환송 행사를 마련했다. 시민은 부캉이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메시지를 적었다. 전날 뉴스를 보고 밤사이 현수막을 만들어 왔다는 최원진씨(40대)는 뉴스1에 "큰 바다로 나가 원래 살던 곳에서 아무 사고 없이 잘 살았으면 한다"고 했다.

부캉이의 인기는 상표 문제로도 번졌다. 부산시는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부캉이의 명예홍보대사 위촉에 대한 시민 의견을 물었다. 8200여명이 참여해 91%가 찬성했다. 시는 이를 계기로 부기와 부캉이를 연계한 홍보 콘텐츠를 선보일 방침이다.

29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서 관계자들이 선박과 워터펌프를 동원해 상어 '부캉이'를 외해로 유도하고 있다. / 뉴스1

그런데 'BUKANGI 부캉이'라는 문자와 상어 형상을 결합한 상표가 이미 개인 명의로 출원된 사실이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KIPRIS)를 통해 확인됐다. 박모씨가 지난 25일 출원한 이 상표는 지식재산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박씨가 지정한 상품은 열쇠고리와 배지, 머그컵, 티셔츠, 봉제완구, 캐릭터 인형 등 40개에 이른다.

상표가 실제 등록되면 상표권자는 지정상품에 해당 상표를 사용할 권리를 독점한다. 이 경우 부산시가 부캉이를 활용한 캐릭터 상품이나 홍보 사업을 추진할 때 상표권 검토가 필요할 수 있다. 등록 여부는 심사를 거쳐야 알 수 있다. 최초 심사 결과가 통지되기까지는 통상 약 12개월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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