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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교통약자석에 앉아 있던 청각장애 아동과 그 어머니가 한 노인으로부터 다 큰 아이를 앉혔다는 이유로 고성과 폭언을 들은 사건이 발생했다.
외관상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장애를 가진 이들이 공공장소에서 겪는 오해와 편견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교통약자석은 노인만을 위한 전용 좌석이 아니며 장애인과 임산부 및 영유아 동반자 등을 모두 포괄하는 배려 공간이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법적 기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뉴스1 등에 따르면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로 추정되는 아이와 지하철에 탑승한 어머니가 맞은편에 착석한 노인과 언쟁을 벌이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목격자인 작성자에 따르면 당시 해당 아동은 지하철 교통약자석에 앉아 있었고, 어머니는 아이의 바로 앞에 서 있는 상태였다.
이를 지켜보던 맞은편 노인은 아이를 향해 "왜 다 큰 애를 거기 앉혀"라며 큰 목소리로 화를 냈다.
갑작스러운 질책에 아동의 어머니는 "사정이 있어서 앉아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어머니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노인의 불만 섞인 발언은 계속 이어졌다.
결국 어머니가 "아이가 장애가 있다. 귀가 잘 안 들린다"며 "여기는 약자 배려석"이라고 명확히 설명했다.
그러나 노인은 "장애 있는 게 뭐가 자랑이냐"라고 맞받아치며 폭언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 사이에 한동안 언쟁이 오간 직후 노인은 다른 객차로 자리를 옮겼다.
사건의 목격자는 아동의 어머니가 끝내 눈물을 흘렸다며 "그 뒤로도 교통약자석에 오는 분들에게 계속 아이가 장애가 있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아이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너무 화가 나고 속상했다"며 "점점 배려가 사라지는 것 같다"고 당시의 상황을 적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일상에서 겪는 유사한 피해 사례들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한 누리꾼은 "나도 손에 장애가 있어서 지하철 손잡이를 잡지 못하지만, 외관상 티가 나지 않아 교통약자석에 못 앉는다"며 자신의 고충을 토로했다.
이외 다수 누리꾼도 노약자석을 고령자 전용 공간으로 오인해 발생하는 마찰을 줄이기 위한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현행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2조에 따르면 교통약자는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어린이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으로 명확히 규정돼 있다.
단순히 연령이 높은 어르신만을 위한 자리가 아닌 사회적 배려와 이동권 보장이 필요한 모든 이들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4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교통약자 수는 1613만 명에 달한다. 이는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무려 31.5%를 차지하는 수치다.
인구 고령화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65세 이상 고령자가 크게 늘어났으며 어린이와 영유아 동반자, 장애인, 임산부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대중교통 내 배치된 교통약자석은 바로 이 1613만 명 모두를 위해 마련된 법적 배려 공간이다.
특히 교통약자석을 이용하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의 2025년 등록장애인 현황 통계 기준 국내 누적 등록장애인은 약 262만 명이다.
이 가운데 신체 외부로 장애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청각장애인은 지체장애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비중(약 16%)을 차지한다.
여기에 신장·심장 등 내부 기질 장애나 자폐·정신장애 등 외관상 판별이 어려운 발달장애 인구를 모두 합산하면 전체 등록장애인의 30%를 상회한다.
즉, 교통약자석을 이용하는 장애인 10명 중 3명 이상은 겉모습만으로는 장애 여부를 쉽게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임을 국가 데이터가 객관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현재 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 객차 내부 좌석 배치 규정을 보면 일반적인 전동차 1량의 전체 좌석은 일반석 54석과 양쪽 끝에 위치한 교통약자석 12석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추가로 2석의 임산부 배려석이 지정돼 전동차 1량당 총 14석이 법정 교통약자를 위한 몫으로 배정돼 있다.
그러나 현장의 분위기는 여전히 차갑다.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차별 실태조사 자료에 의하면 대중교통 이용 과정에서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장애인 비율은 약 40%에 육박했다.
특히 외관상 표출되지 않는 장애를 가진 응답자들은 좌석 이용 시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나 언어적 마찰을 겪는 빈도가 확연히 높았다.
이러한 갈등의 뿌리에는 오래된 인식의 오류가 자리 잡고 있다.
지하철 내 배려 좌석 제도는 1980년 '노약자석'이라는 명칭으로 도입돼 초기에는 주로 고령층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됐다. 이후 사회적 요구와 인구 구조 변화를 반영해 2007년 공식 명칭을 '교통약자석'으로 변경하고 수혜 대상을 전면 확대했다.
명칭이 바뀐 지 올해로 19년이 경과했으나 여전히 이곳을 '노인 전용 좌석'으로만 여기는 낙인 효과가 잔존해 있다.
실제로 서울교통공사에 접수되는 열차 내 이용 예절 및 질서 저해 관련 민원은 해마다 수만 건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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