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맡겼던 여성 변호사 집으로 불러 성폭행한 40대 남성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인근 건물에 법률사무소 간판이 늘어서 있다. / 연합뉴스

서울 강남의 한 주택에서 여성 변호사를 감금하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남성 2명을 경찰이 쫓고 있다. 법조인을 향한 원한성·보복성 범죄의 위험성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30일 세계일보에 따르면 경찰은 여성 변호사 A 씨를 감금·성폭행한 혐의로 용의자 김 모(41) 씨와 공범으로 의심되는 남성 1명을 추적 중이다. 최근 출소한 김씨는 과거 A 씨에게 사건을 맡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쯤 “변호사가 납치된 것 같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A 씨 애인으로, A 씨가 28일 밤부터 연락이 닿지 않다가 전날 오전 6시쯤 A 씨로부터 “배가 아파 병원에 있다”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같은 번호로 다시 전화하자 한 남성이 전화를 받은 뒤 끊었고, 이를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납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서울 지역 경찰관서에 공조를 요청하는 등 용의자 행적을 추적했다. 수사가 본격화하자 김 씨는 A 씨와 함께 주거지 밖으로 나와 이동하다 순찰차를 마주치자 A 씨를 남겨두고 달아났다.

A 씨는 서울 강남경찰서 관할 파출소에서 관련 피해를 진술했다. A 씨는 전날 저녁 김 씨 주거지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뒤 직접 찾아갔으며, 이후 집에서 나가려고 했으나 김 씨가 막았고 그 과정에서 얼굴을 폭행당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성폭행 피해도 진술해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경찰은 김 씨와 공범의 인상착의와 이동 경로 등을 토대로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

김 씨는 현재 대포폰을 사용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용의자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감금·성폭행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변호사 배지. / 연합뉴스TV 캡처

변호사 역시 업무 과정에서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이전부터 법조계에서 제기돼 왔다. 형사·이혼·재산 분쟁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사건을 다루는 특성상 의뢰인은 물론 소송 상대방과 직접 대면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변호사협회가 2022년 전국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변호사 신변 위협사례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1205명 가운데 48%가 업무와 관련해 신변 위협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위협 주체도 다양했다. 당시 조사에서 소송 상대방이나 상대방 가족·지인에게 위협받았다는 응답이 약 48%, 의뢰인이나 의뢰인 가족·지인에게 위협받았다는 응답이 약 44%였다. 신변 위협 유형으로는 폭언·욕설 등 언어폭력이 45%로 가장 많았고 과도한 연락 등 스토킹 행위가 15%, 방화·살인 고지·폭력 등 위해 협박이 14%로 집계됐다.

법조계의 안전 문제가 크게 부각된 계기는 2022년 6월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 사건이다. 당시 소송 결과에 불만을 품은 남성이 상대방 측 변호사 사무실에 불을 질러 변호사와 사무직원 등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대한변협은 이후 특별위원회를 꾸리고 경찰과의 협력체계, 방호·경비업체 연계, 안전교육과 신변 보호 방안 등을 검토했다.

대한변협은 사고가 발생한 6월 9일을 ‘법률사무소 안전의 날’로 지정하기도 했다. 법률사무소가 단순히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을 넘어 분쟁 당사자의 분노나 보복 행위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특히 변호사는 사건이 끝난 뒤에도 의뢰인이나 상대방과의 관계가 완전히 끊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패소나 형사처벌 등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의 책임을 변호사에게 돌리거나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찾아오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 출입 관리와 비상 신고 체계, 위험 징후가 있는 사건에 대한 사전 대응 등 실질적인 안전장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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