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 만에 사라지는 ‘검찰청’…앞으로 사건 처리는 어떻게 달라질까

수사와 기소 기능을 함께 보유했던 검찰청 체제가 2일부터 막을 내린다. 앞으로 범죄 수사는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등 수사기관이 맡고 공소청 검사는 사건을 재판에 넘길지 판단하고 공소를 유지하는 역할에 집중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지난 3월 제정된 공소청법과 중대범죄수사청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2일부터 시행된다. 같은 날 기존 검찰청법은 폐지되고 개정 형사소송법도 시행된다. 정부는 이에 맞춰 지난달 29일 ‘공소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를 공포했다.

가장 큰 변화는 검사의 직접수사권이 원칙적으로 사라진다는 점이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검사가 범죄 혐의를 발견해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했던 구조를 없애고 형사소송법상 수사의 주체를 사법경찰관으로 일원화했다. 검사는 공소 제기 여부 결정과 공소유지, 영장 청구, 수사기관과의 협의·지원 등에 집중한다.

다만 제도가 바뀌는 즉시 검사가 진행 중이던 모든 수사에서 손을 떼는 것은 아니다. 2일 현재 검사가 수사 중인 사건 가운데 공소시효가 임박했거나 사건의 성질상 계속 수사가 불가피한 경우에는 시행일부터 최대 90일까지 종전 규정에 따라 필요한 수사를 계속할 수 있다. 경찰 등에서 송치받아 검사가 수사 중인 사건뿐 아니라 종전 검찰청법에 따라 검사가 직접 수사를 시작한 사건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이에 포함된다.

경찰이 수사하고 공소청이 기소 판단…사건 하나로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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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사기 사건을 예로 들면 변화가 좀 더 쉽게 보인다. 지금까지도 피해자가 경찰에 사기 피해를 신고하면 경찰이 피의자를 조사하고 계좌 내역이나 휴대전화 기록 등을 확보한 뒤 혐의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사는 경찰이 넘긴 수사기록을 검토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필요한 경우 직접 보완수사를 하거나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었다.

또 법에서 정한 일부 범죄에 대해서는 검사가 직접 수사를 시작하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2일부터 공소청 체제로 전환되면 검사의 직접수사권은 원칙적으로 폐지되고 경찰이나 중수청 등 수사기관이 수사를 맡은 뒤 사건을 공소청으로 넘기는 구조로 바뀐다.

가령 경찰이 사기 사건을 수사해 지방공소청으로 넘겼는데 검사가 “피해금 흐름을 더 확인해야 한다”거나 “핵심 참고인 조사가 빠졌다”고 판단하더라도 과거처럼 검사가 직접 수사에 나서는 대신 경찰 등 수사기관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게 된다.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사법경찰관은 원칙적으로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날부터 1개월 안에 보완수사를 마치고 결과를 검사에게 알려야 한다. 다만 사건의 긴급성 등을 고려해 검사가 별도의 기간을 정할 수 있고,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1개월 범위에서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 검사는 보완된 수사 결과까지 검토한 뒤 피의자를 재판에 넘길지, 불기소할지를 결정한다.

쉽게 말해 기존에는 검찰 조직 안에 직접수사 기능과 기소·공판 기능이 함께 존재했다면 앞으로는 수사기관이 증거를 모으고 공소청이 그 증거를 토대로 재판을 시작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중대범죄 수사는 중수청이 담당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 건물에 중수청 간판이 설치돼 있다. / 뉴스1

검찰이 직접 담당해왔던 중대범죄 수사 기능은 새로 출범하는 중수청으로 넘어간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장관 소속 기관으로 설치되며 본청에는 경제범죄수사국과 반부패수사국, 과학수사국 등이 마련된다.

가령 대규모 기업 비리나 공직자 뇌물 사건과 관련된 범죄 정황이 포착됐다고 가정해보자. 기존에는 범죄 유형이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에 해당하면 검찰이 계좌를 추적하고 관련자를 조사하는 등 직접 수사에 착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소청 검사가 같은 정보를 입수했다고 해서 직접 수사팀을 꾸려 압수수색하고 피의자를 불러 조사하는 방식은 원칙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수사가 필요한 범죄 정황을 발견하면 권한 있는 수사기관에 수사를 요청하고 경찰이나 중수청 등 수사기관이 사건을 조사한 뒤 결과를 공소청으로 넘기는 방식이다.

중수청이 모든 중대범죄 사건을 독점하는 것은 아니다. 중수청법과 시행령은 다른 수사기관이 일정한 중대범죄를 인지하면 이를 중수청에 통보하도록 하고 필요한 경우 사건을 이첩하는 절차도 두고 있다. 수사기관 사이 사건 배분과 협업을 전제로 한 구조다.

수사가 끝난 뒤에는 다시 검사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공소청 검사가 수사기록과 증거를 검토해 법원에 기소할지를 결정하고 기소 이후에는 법정에서 공소를 유지한다.

그렇다고 검사가 사건 기록만 보는 것은 아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직접수사권이 없어졌다고 해서 공소청 검사가 단순히 수사기관이 보내온 서류만 읽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공소청법은 검사의 직무로 공소 제기 여부 결정과 공소유지, 영장 청구, 사법경찰관리와의 협의·지원, 재판 집행 지휘·감독 등을 규정하고 있다.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사는 공소 제기 여부나 재수사 요구 여부를 판단하고 공소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피의자나 사건 관계인, 전문가, 사법경찰관의 의견을 듣거나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확보한 진술이나 자료 자체를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는 없도록 제한했다. 검사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와 수사기관이 증거를 수집하는 수사를 구분한 것이다.

예를 들어 경찰이 보낸 사기 사건 기록에서 피해자 진술과 계좌 내역이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발견됐다고 가정하면 검사가 사건 관계자의 의견을 듣고 쟁점을 확인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추가적인 증거 수집이 필요하면 경찰 등 수사기관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게 된다.

수사 과정에서 법령 위반이나 인권침해, 현저한 수사권 남용이 의심되는 경우 검사에게 시정조치를 요구할 권한도 남는다. 검사는 사건기록 등본을 받아본 뒤 사법경찰관에게 시정을 요구할 수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시정되지 않을 경우 사건 송치나 다른 수사기관으로의 이송을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이 ‘혐의 없음’ 판단해도 공소청이 다시 본다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을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검찰청에서 작업자들이 검찰청에서 공소청으로 현판을 교체하고 있다 / 뉴스1

경찰이 “혐의가 없다”며 사건을 송치하지 않는 경우에도 공소청의 통제 절차는 남는다.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하더라도 관계 서류와 증거물은 검사에게 보내진다. 검사는 기록을 검토한 뒤 불송치 판단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경찰에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검사의 첫 재수사 요구는 원칙적으로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받은 날부터 3개월 안에 해야 한다. 경찰 역시 재수사 요구를 받은 날부터 원칙적으로 3개월 안에 재수사를 마치고 결과를 검사에게 알려야 한다. 경찰이 다시 사건을 송치하지 않기로 한 경우에도 검사는 법이 정한 요건에 따라 재차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이에 맞춰 지방공소청에는 경찰의 불송치 사건을 심사하는 불송치심사부가 설치된다. 서울중앙지방공소청에는 불송치심사제1·2부가 마련되고, 여러 지방공소청에도 불송치심사부가 배치된다.

검사의 직접수사권은 사라지지만 보완수사요구권과 재수사요구권, 시정조치요구권 등을 통해 수사 결과를 통제하는 장치는 유지되는 셈이다.

대검은 ‘공소청’으로…검사·검찰총장 명칭은 남는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 뉴스1

조직의 간판도 대대적으로 바뀐다. 대검찰청에 해당하던 중앙 조직은 공소청으로 고등검찰청은 광역공소청, 지방검찰청은 지방공소청으로 바뀐다.

전국에는 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 등 6개 광역공소청과 18개 지방공소청, 42개 지방공소청 지청이 운영된다. 기존 검찰 조직의 지역 체계는 상당 부분 유지하면서 업무 중심을 직접수사보다 기소와 공판 쪽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검사’라는 직명은 사라지지 않는다. ‘검찰총장’이라는 명칭도 그대로 유지된다. 공소청법은 공소청의 최고 책임자로 검찰총장을 두고 임기를 2년으로 규정한다.

다만 이번 개편을 ‘검사가 경찰을 지휘하다가 이제 지휘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것’으로 이해하면 정확하지 않다. 경찰에 대한 검사의 일반적인 수사지휘권은 앞선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이미 폐지됐고, 현재도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상호 협력 관계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2일부터 달라지는 핵심은 검사가 직접 범죄 수사의 주체로 나서는 권한이 원칙적으로 없어지고, 공소 제기 여부 판단과 공소유지에 업무의 중심이 놓인다는 점이다.

새 제도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원활하게 작동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게 되면서 추가 수사가 필요할 경우 사건이 수사기관과 공소청 사이를 오가거나 처리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반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함으로써 한 기관에 권한이 집중되는 문제를 줄이고 수사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취지도 이번 제도 개편에 반영됐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새 형사사법 체계는 검사에게 보완수사요구권과 재수사요구권, 시정조치요구권, 사실관계 확인 등의 권한을 남겼다.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출범이 실제 사건 처리 속도와 수사·기소의 완성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앞으로 두 기관과 경찰 등 수사기관의 협업 과정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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