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가 무려 7건...최소한의 '기준'도 안 지킨 병역 특례 대상자들

병역특례를 받은 예술·체육요원 가운데 최근 4년간 공익복무 시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경고 처분을 받은 사람이 110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SBS가 단독보도한 내용이다.

같은 기간 허위 실적 제출 2건과 편입 자격이 취소된 사례도 7건 확인되면서, 국위선양을 이유로 군 복무를 대신하게 하는 현행 제도의 관리 실태와 존치 필요성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SBS가 확보한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된 사람은 모두 173명이다. 이 가운데 110명이 분기별 공익복무 기준시간을 채우지 못해 경고 처분을 받았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 예술·체육요원 대상자가 된 야구 대표팀 선수 19명 가운데서도 3명이 분기별 공익복무 시간을 채우지 못해 경고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팀 경기 전날 컨디션 조절 등의 사유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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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체육요원은 일반적인 의미의 ‘병역 면제자’와는 다르다. 병역법에 따라 일정한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거나 병무청이 인정하는 예술 분야 경연대회에서 일정 기준 이상의 성적을 거둔 사람이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되면,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자신의 특기를 활용해 복무하는 방식이다. 병무청은 이 제도를 ‘국위선양 및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에 대해 군 복무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하게 하는 제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체육요원 편입 대상은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와 아시아경기대회 1위 입상자다. 예술요원은 병무청장이 정하는 국제예술경연대회에서 2위 이상 입상자 가운데 일정 기준을 충족한 사람이나 국제대회가 없는 분야의 국내예술경연대회 1위 입상자, 국가무형유산 전수교육 이수자 등이 대상이다.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됐다고 해서 34개월 동안 아무런 의무 없이 선수나 예술가로 활동하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복무기간 동안 자신의 특기를 활용한 공익복무를 해야 한다. 전체 의무복무기간은 34개월이며, 이 기간에 총 544시간의 봉사활동을 이수해야 한다.

공익복무에는 공연이나 교육, 자선경기, 공익 캠페인 등이 포함된다. 예술·체육요원의 특기를 활용해 사회취약계층이나 아동·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시간을 채우는 일반적인 봉사활동과 달리 본인의 예술·체육 특기를 사회에 환원하는 데 제도의 취지가 있다.

544시간을 한꺼번에 채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분기별로 최소 24시간을 이행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분기 기준에 미달하거나 허위로 공익복무 실적을 제출하면 경고 처분 대상이 된다. 경고를 받으면 미달한 공익복무 시간이 2배로 연장된다.

문제는 이 같은 관리 규정이 마련돼 있는데도 실제 위반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 4년간 173명 가운데 110명이 경고 처분을 받았다는 것은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된 사람의 상당수가 적어도 한 차례 분기별 복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허위로 실적을 보고한 사례도 2건 확인됐다.

제재는 경고에서 끝나지 않는다. 공익복무 의무를 반복적으로 위반해 경고 처분이 4회에 이르면 고발 대상이 될 수 있다. 허위 실적을 제출한 경우에도 별도의 제재가 적용된다. 공익복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의무복무기간이 연장됐는데도 정당한 사유 없이 연장된 기간 내에 복무를 마치지 못하면 예술·체육요원 편입 자체가 취소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4년간 공익복무 의무를 이행하지 못해 연장된 기간 안에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편입 자격이 취소된 사례가 7건 있었다. 예술·체육요원이라는 별도의 병역 이행 방식이 주어지는 대신 그에 따른 의무도 엄격하게 부과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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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예술·체육요원 제도는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형태였을까.

제도의 뿌리는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병역의무의 특례규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예술·체육 분야 특기자를 보충역으로 편입할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졌다. 병무청은 1973년 3월 3일 예술·체육요원 제도가 처음 도입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당시 한국은 경제와 문화·체육 기반이 지금보다 크게 부족했던 시기였다. 국가 차원에서 국제무대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예술인과 체육인을 육성하고, 국제대회에서 한국의 이름을 알리는 것이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 여겨졌다. 당시 제도는 학술·예술·체육 분야에서 특기를 가진 사람 가운데 국가 이익을 위해 그 특기의 계발과 발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

초기 체육 분야의 특례 기준은 지금보다 훨씬 넓었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유니버시아드,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등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거둔 경우가 대상에 포함됐다. 이후 여러 차례 제도가 개편되면서 대상 범위가 축소됐고, 1990년부터는 체육요원의 경우 올림픽 3위 이상 또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기준으로 삼게 됐다.

1993년 관련 특례법이 폐지되면서 ‘병역특례’라는 명칭은 공식적으로 사라졌지만 제도의 핵심 내용은 병역법에 흡수돼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현재 공식 명칭이 ‘예술·체육요원’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반적으로는 병역특례 또는 병역 면제로 불리지만 법적으로는 병역의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방식으로 이행하는 보충역 제도다.

공익복무 의무가 지금처럼 강조된 것도 제도의 형평성 논란과 관련이 있다. 2014년 병역법 개정으로 특기를 활용한 봉사활동이 의무화됐고 2015년 7월 이후 편입자부터 적용됐다. 병역의무를 현역병과 다른 방식으로 이행하는 만큼 사회에 대한 기여를 별도로 요구한 것이다.

이후 복무 관리도 강화됐다. 2021년에는 544시간을 채우지 못한 경우 의무복무기간을 연장하고, 분기별 24시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허위 실적을 제출하면 경고 처분과 함께 미달 시간의 2배를 연장하도록 하는 제재가 강화됐다. 경고가 4회 이상 누적되면 고발하고 편입 취소까지 할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손질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복무 관리 문제를 넘어 제도 자체의 필요성으로 확대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한국의 사회적·경제적 환경이 제도가 처음 만들어졌던 1970년대와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국제무대에서 한국을 알리고 국가대표 선수와 예술인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한 국가적 목표였지만, 현재 한국의 경제 규모와 문화·스포츠 위상은 당시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달라졌다. 동시에 저출생으로 병역 자원 자체가 감소하면서 모든 병역의무자 사이의 형평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가 됐다.

최근 아시안게임을 둘러싼 논란도 이런 문제의식을 키웠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현재 체육요원 편입 기준 가운데 하나다. 최근 3차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통해 예술·체육요원 대상자가 된 경우가 162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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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시안게임 야구의 경우 병역 혜택과 관련한 논란이 반복됐다. 아시안게임 야구는 프로 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는 종목인 만큼 국제대회 성적을 이유로 병역상 혜택을 주는 것이 적절한지를 놓고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예술 분야에서도 국제 콩쿠르 입상자에게 주어지는 혜택과 대중문화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낸 사람 사이의 형평성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다.

최근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따낸 일부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거나 이를 가볍게 표현한 행동이 논란을 일으키면서 제도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다. 혜택 자체뿐 아니라 이를 받는 과정과 이후 의무를 얼마나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배경이다.

이번 병무청 자료에서 확인된 110명의 경고 사례 역시 같은 맥락에서 주목받고 있다. 예술·체육요원에게 544시간의 공익복무 의무를 부과한 것은 병역의무를 다른 방식으로 이행하는 데 따른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기 위한 것인데, 실제로는 상당수 대상자가 분기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경고 사례를 고의적인 복무 회피로 볼 수는 없다. 프로선수의 경기 일정이나 부상, 해외 활동 등 개인별 사정이 존재하고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자료에서 경고 처분을 받은 사람 모두가 고의로 의무를 회피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쟁점은 이런 개별적인 사정을 넘어 현행 제도가 지금의 병역 환경에서도 계속 유지될 필요가 있는지에 있다.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은 국위선양의 기준이 모호해졌다며 제도를 원칙적으로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제도 취지와 국제대회에서 국가를 대표해 성과를 낸 선수·예술인에 대한 보상 필요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결국 현재 논의는 ‘병역 혜택을 받을 것이냐 말 것이냐’라는 단순한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어떤 국제대회와 성적을 국가적 기여로 인정할 것인지, 현역병 등 다른 병역의무자와의 형평성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 그리고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된 사람에게 부과되는 544시간의 공익복무를 어떻게 실효성 있게 관리할 것인지가 함께 논의돼야 하는 사안이다.

이번에 확인된 173명 중 110명 경고, 7명 자격 취소라는 수치는 예술·체육요원 제도가 단순히 편입 기준만 정해 놓는 것으로 끝나는 제도가 아니라는 점도 보여준다. 제도를 유지한다면 편입 기준과 공익복무 관리가 함께 작동해야 하고, 제도를 축소하거나 폐지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병역의무의 형평성을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별도의 기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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