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60대 부부 결박·살해] 50대 피의자, 오늘 모습 드러냈다

전남광주 나주시의 한 농촌 주택에서 60대 부부를 결박한 뒤 살해한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이 8일 경찰 조사를 위해 호송됐다.

나주 부부 살인사건 피의자 A(52)씨는 이날 광주 동부경찰서를 나와 나주경찰서로 옮겨졌다. A씨는 전날 오후 전남광주 무안군의 한 아파트 주거지에서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범행 이틀 만이다.

나주 부부 살인사건 피의자 50대 A 씨가 8일 경찰 조사를 위해 광주 동부경찰서를 빠져 나와 나주경찰서로 호송되고 있다. / 뉴스1

A씨는 지난 5일 오후 9시 28분부터 11시 57분 사이 나주시 왕곡면의 한 주택에 들어가 평소 알고 지내던 60대 B씨 부부를 결박한 뒤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뒤에는 부부의 현금카드를 챙겨 현금 600만 원을 인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날 중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긴급체포 당시 적용한 살인 혐의를 강도살인으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남경찰청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개최 여부를 검토 중이다.

연락 끊긴 60대 부부…결박된 채 각각 다른 방에서 숨진 채 발견

부부의 시신은 6일 오후 7시 50분쯤 발견됐다. 부부와 연락이 닿지 않자 조카가 집을 찾았다가 숨진 두 사람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부부는 거실과 안방에 따로 떨어져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손발이 묶인 상태였다. 경찰은 현장 감식을 통해 정확한 사망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조용한 시골 마을은 충격에 휩싸였다. 한 마을 주민은 KBS와 인터뷰에서 "안타깝다는 소리밖에 할 수가 없다. 안타깝고, 너무 짠하다"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나주 피살 사건' 현장 감식하는 경찰 / 연합뉴스

자전거→화물차→자전거→승용차… CCTV 없는 길 골랐나

경찰은 주변 CCTV를 분석해 A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영상 속 A씨는 5일 오후 9시 28분께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자전거를 타고 마을로 들어왔다.

A씨가 집 밖으로 다시 나온 것은 약 2시간 30분 뒤였다. A씨는 타고 온 자전거를 피해자 소유 1t 화물차에 싣고 그대로 차를 몰아 마을을 빠져나갔다.

화물차는 약 5.7㎞ 떨어진 나주시 다시면 죽산보 인근 농로에 버려졌다. A씨는 이곳에서 다시 자전거로 바꿔 탄 뒤 쓰레기 매립장 입구 쪽 정자에 자전거마저 버렸다. 이후 인근에 세워둔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무안 방면으로 달아났다.

경찰이 주목하는 대목은 도주 경로다. 화물차를 버린 지점부터 자전거를 버린 정자까지 이어지는 구간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집으로 향하는 골목 주변에는 방범용 CCTV가 있었던 만큼, 얼굴을 가린 채 접근한 것 역시 신원 노출을 피하려던 행동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경찰은 A씨가 CCTV 사각지대를 미리 파악해 뒀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동 수단을 잇달아 바꾼 경위를 들여다보고 있다.

조사 위해 호송되는 '나주 부부 살인사건' 피의자 / 뉴스1

"빌려준 돈 받으러 갔다"… 살해 고의성 입증에 수사 집중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 부부 중) 남편에게 돈을 빌려줬지만 계속 갚지 않아 돈을 받기 위해 찾아갔다"며 "처음부터 살해할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은 현금으로 빌려줬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다만 경찰은 A씨와 부부 사이에서 별다른 금융 거래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채무 관계를 포함한 여러 가능성을 함께 살펴보고 있다. 현재까지 현금카드 외에 다른 금품을 가져간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

수사의 핵심은 살해 고의를 입증하는 일이다. 강도 목적이 인정되더라도 살해할 고의가 입증되지 않으면 강도살인이 아닌 강도치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강도살인이 인정되려면 피해자를 죽이려는 '확정적 고의'나, 사망 가능성을 알면서도 받아들인 '미필적 고의'가 있어야 한다. 형법상 강도치사의 법정형은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고, 강도살인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훨씬 무겁다.

이 때문에 범행 도구의 출처가 결정적 단서로 꼽힌다. A씨는 "집 안에 있던 흉기를 사용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흉기는 범행 현장과 피해자 화물차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A씨가 흉기를 미리 준비해 가져간 사실이 드러나면 우발적 범행이었다는 주장은 힘을 잃게 된다.

경찰은 이날 가용 인력을 동원해 A씨의 도주 동선 가운데 흉기를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을 중심으로 수색을 벌이고 있다.

신상공개 여부도 관심사다.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을 것, 피의자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믿을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권리와 재범 방지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것 등을 공개 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위원회가 열려 공개가 결정되면 A씨의 이름과 나이, 얼굴 등이 공개된다.

조사 위해 호송되는 '나주 부부 살인사건' 피의자 / 뉴스1

프로파일러 "결박은 머물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

사건 초기 범죄 전문가들은 '결박'에 주목했다. 프로파일러인 배상훈 우석대 경찰범죄심리학과 특임교수는 7일 유튜브 채널 '[팟빵] CRIME'에 공개된 영상에서 이번 사건의 특징으로 결박을 꼽았다.

배 교수는 "굳이 왜 귀찮게 결박을 했을까. 이건 이동을 못 하게 한다는 거고, 곧 시간이 있었다는 것이다. 범인은 그곳에 머물러야 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라며 "같이 있는 상태에서 머물러야 되려면 이동을 못 시켜야 하니까 묶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살해만이 목적이었다면 굳이 결박할 필요가 없었다는 의미다. 실제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약 2시간 30분 동안 집 안에 머문 것으로 파악됐다.

배 교수는 범행 동기에 대해 개인적 감정뿐 아니라 원한과 금전 문제가 함께 얽혀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단순) 강도라고 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뜬다. 어떤 집에 금품을 목적으로 들어왔는데 그 집에 오래 머문다는 건 너무 미련한 짓이다. 원한과 경제적인 이유가 섞여 있는 상황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사전 계획 여부를 계속 조사할 예정이다.

고개 숙인 나주 부부 살인사건 피의자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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