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 '부캉이' 구경하던 관광객들이 목격한 충격적인 장면... 출산설 나왔던 이유

잿빛 몸통 아래로 선홍빛 덩어리가 물결을 따라 너울거렸다. 수로 난간에 빼곡히 몰려든 사람들 사이에서 "새끼를 낳는 것 아니냐"는 웅성거림이 번졌다. 부산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한 달 가까이 머물고 있는 상어 '부캉이'에 대한 이야기다. 출산한 게 아니었다. 상어가 자기 장을 몸 밖으로 꺼내 바닷물에 헹구는 이른바 '장 씻기'였다.

2일 오후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인공수로에서 15일째 체류 중인 상어 '부캉이'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2차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수로 근처에 그물이 설치됐으며, 상어 '부캉이'의 구조 작업은 중단됐다. / 뉴스1

부캉이 배 쪽에 붉은 신체 기관이 매달린 모습이 관측되면서 한때 출산설이 돌았다. 전문가 조사 결과 이는 상어의 생태 행동으로 확인됐다고 YTN이 11일 보도했다.

지환성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사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장을 총배설강 밖으로 꺼내서 일시적으로 장을 세척하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수과원은 부캉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밖으로 나왔던 장은 같은 날 오후 다시 몸 안으로 깨끗하게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장을 뒤집어 꺼내 바닷물에 헹군다

장 씻기는 학술적으로 '장 외번(intestinal eversion)'으로 불린다. 상어가 소화관 끝부분을 총배설강 밖으로 뒤집어 내보냈다가 다시 거둬들이는 행동이다. 장갑을 뒤집듯 장의 안쪽 면이 바깥으로 드러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장 속에 남아 있던 찌꺼기와 이물질이 주변 바닷물에 씻겨 나간다.

총배설강은 소화관과 비뇨기, 생식기가 한곳으로 모이는 출구다. 상어는 이 구멍 하나로 배설도 하고 새끼도 낳는다. 출산이 이뤄지는 곳과 같은 자리에서 붉은 조직이 비어져 나오자 출산 장면으로 오해받기 쉬웠던 셈이다.

부캉이가 장을 꺼내 씻는 모습. / YTN

상어의 장은 구조부터 독특하다. 상어의 장은 포유류에 비해 길이가 훨씬 짧다. 대신 장 안쪽이 나사처럼 빙빙 꼬인 '나선판(spiral valve)' 구조로 돼 있다. 나선판은 영양분을 흡수하는 표면적을 넓힌다. 음식물이 장 속에 더 오래 머물도록 붙잡아 두는 역할도 한다. 짧은 장으로도 먹이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비결이다.

장 외번이 실제로 관찰된 사례는 많지 않다. 오르넬라 바이델리, 야니스 파파스타마티우 연구진은 2021년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에솔로지(Journal of Ethology)'에 관련 관찰 기록을 실었다. 연구진은 이집트 북부 홍해에서 장완흉상어 한 마리가 장을 총배설강 밖으로 2분 넘게 내보내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때 전갱이과 대형 어류인 레인보우러너가 밖으로 나온 장을 쫓아다니며 물어뜯으려 했다.

연구진은 소화되지 않는 물질을 총배설강으로 내보내는 행동이 여러 고등 척추동물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세척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장 외번은 대개 짧은 시간 안에 끝난다. 상어처럼 넓은 바다를 돌아다니는 포식자에게서 이 장면을 포착하기는 무척 어렵다. 장이 밖으로 나와 있는 동안에는 다른 물고기의 공격에 노출될 위험도 있다. 연구진은 함께 배출되는 소화 찌꺼기를 노린 물고기들이 장을 공격한 것으로 봤다.

상어는 장뿐 아니라 위를 입 밖으로 뒤집어 꺼내기도 한다. '위 외번'으로 불리는 행동이다. 해외 상어 교육 자료에 따르면 상어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소화할 수 없는 물질을 삼켰을 때 위를 빠르게 입 밖으로 밀어낸다. 뼈나 플라스틱, 기생충 같은 이물질을 몸 밖으로 털어내기 위해서다. 뱀상어와 카리브암초상어, 청상아리 등 여러 종에서 이런 모습이 기록됐다. 낚싯바늘과 낚싯줄을 삼킨 청상아리가 위를 뒤집어 꺼내는 장면이 영상으로 남기도 했다.

“새끼 지키느라 못 떠난다"는 소문은 사실 아냐

부캉이가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18일이다. 처음에는 무태상어로 알려졌다. 수과원은 근접 촬영 영상을 분석한 끝에 부캉이를 멸종위기종인 흑상어로 최종 확인했다고 지난 6일 발표했다. 제1등지느러미와 제2등지느러미 사이에 뚜렷하게 발달한 융기선이 판별 근거였다. 부캉이는 몸길이 약 3m의 암컷으로 파악됐다.

2일 오후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인공수로에서 15일째 체류 중인 상어 '부캉이'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2차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수로 근처에 그물이 설치됐으며, 상어 '부캉이'의 구조 작업은 중단됐다. / 뉴스1

흑상어는 최대 4.2m까지 자라는 대형 회유성 어종이다. 18~26도의 수온을 선호한다. 수온에 따라 먼 거리를 이동하며 주로 어류와 오징어류를 먹는다.

장 씻기 이전에도 부캉이를 둘러싼 소문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 20일쯤 수로 안에서 길이 1m가량의 물고기가 목격되자 "부캉이가 새끼를 지키느라 바다로 나가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수과원은 지난달 28일 수로에서 새끼 상어가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고 공식 확인했다. 수과원은 “1m가량의 새끼를 목격했다는 소문은 사실상 불가능한 사례”라고 밝혔다. 상어는 새끼를 돌보지 않는다. 갓 태어난 새끼는 곧바로 스스로 먹이를 찾아 나선다.

부산역서 걸어서 10분…누적 방문객 130만명

부캉이를 보려는 발길은 한글날인 9일부터 이어진 사흘 연휴 내내 끊이지 않았다. 하루 수만 명이 수로를 찾았다. 누적 방문객은 130만명으로 집계됐다.

부산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면 닿을 만큼 접근성이 좋다. 대형 야생 상어를 도심 한복판에서 볼 수 있다는 소식에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일부러 열차를 타고 찾아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

부캉이의 건강 상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부캉이의 주둥이와 지느러미 곳곳에서 상처가 관찰됐다. 배 쪽 붉은 기관까지 눈에 띄면서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부 시민의 행동은 문제로 지적됐다. 수로에 우럭이나 생닭을 던지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SNS에 올라왔다. 휴대전화를 찾겠다며 수로에 들어간 시민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먹이 투척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당국은 부캉이를 바다로 돌려보내려 했다. 기온이 내려가면 얕은 수로는 바다보다 수온이 빨리 떨어진다. 상어의 활동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이유다. 당국은 지난달 29일 물줄기를 쏴 부캉이를 바다 쪽으로 몰아내려 했다. 이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그물을 이용한 2차 작전도 성공하지 못했다. 부캉이는 그때마다 같은 자리로 되돌아왔다. 당국은 현재 포획 시도를 중단한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개천절 연휴 마지막 날인 5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인공수로에서 상어 '부캉이'가 헤엄치고 있다. / 뉴스1

수과원은 상어가 1~2주 이상 먹이 없이도 버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로에는 숭어와 전갱이 같은 물고기도 살고 있다. 다만 부캉이가 사냥하는 장면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억지로 내보내기보다 그대로 두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희봉 중앙대 건축학부 명예교수는 11일 경향신문에 실린 기고에서 폭 약 50m, 길이 약 1.5km의 수로가 부캉이에게 몸에 맞는 안식처가 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명예교수는 수로에 먹이가 충분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부캉이가 필요하면 스스로 사냥을 나서거나 따뜻한 바다로 옮겨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명예교수는 시민들이 물가에서 거리를 두고 먹이를 던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밤에 강한 조명을 비추는 행동도 삼가야 한다고 했다. 수로 일부를 야간 출입 금지 구역으로 정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상어 '부캉이'의 배 쪽에 붉은 신체 기관이 매달린 듯한 모습이 담긴 영상이 퍼지고 있다. 출산설이 돌기도 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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