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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을 준비하며 주민등록등본을 떼고, 월세 지원을 받기 위해 소득과 거주지를 증명한다. 보금자리를 마련하거나 장학금을 신청할 때도, 일상의 크고 작은 행정 서비스를 이용할 때도 개인정보 제출은 늘 당연한 전제처럼 따라붙는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정보를 국가에 자발적으로 맡긴다기보다 사회의 문턱을 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어놓는다.
그런데 그렇게 건넨 내밀한 정보가 누군가의 사적인 부탁을 들어주는 데 쓰였다면 어떨까.

최근 국정감사 보도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6년 9월까지 전국 17개 시·도에서 공무원이 개인정보를 무단 열람해 적발된 사례는 298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약 59.1%에 해당하는 176건은 정식 징계조차 아닌 가벼운 처분에 그쳤다. 수치의 이면에 담긴 실상은 더욱 허탈하다. 실제 적발 사례를 보면 사적인 친분이나 개인적인 재산 거래를 위해 공적 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하고 외부로 넘긴 경우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는 국가에 정보를 맡겼을 뿐, 공무원 개인에게 타인의 삶을 들여다볼 특권을 허락한 적이 없다. 돌아보면 역설적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정보 유출을 경계하며 의심스러운 링크 하나 함부로 누르지 않고, 로그인 알림을 수시로 확인하며 회원가입 때마다 동의서를 꼼꼼히 살핀다. 하지만 정작 가장 많은 개인정보가 모인 공공기관 안에서 내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무슨 이유로 조회되었는지는 쉽게 알 길이 없다.
어렵게 구한 자취방 주소, 빠듯한 생활비를 아끼려 신청한 지원 제도의 기록, 구직 과정에서 제출한 가족관계 서류까지. 행정 전산망 속 평범한 데이터일지 몰라도 당사자에게는 고스란히 노출된 삶의 궤적이다. 무단 열람이 단순한 규정 위반을 넘어, 누군가 내 삶을 훔쳐봤을지도 모른다는 깊은 불안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불안보다 더 뼈아프게 와닿는 감정은 바로 ‘불공정함’이다.

시민에게 사회는 가혹할 정도로 엄격한 규칙 준수를 요구한다. 서류 한 장만 빠져도 처음부터 다시 준비해야 하고, 신청 기한을 단 하루만 넘겨도 지원받을 기회를 잃는다. 규칙을 지키는 데 익숙해진 우리에게, 정작 그 규칙을 엄정히 관리해야 할 이들이 권한을 사적으로 휘둘렀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처분 결과를 보면 의문은 더욱 깊어진다. 지인의 부탁으로 정보를 넘긴 사례에는 ‘불문경고’가, 부동산 관련 정보를 빼돌린 사례에는 ‘훈계’가 내려지는 데 그쳤다. 물론 고의성과 피해 정도, 외부 유출 여부에 따라 책임의 무게가 달라져야 하므로 정식 징계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처분이 부당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공공기관에 제출한 개인정보는 일반 웹사이트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탈퇴 버튼을 눌러 회수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려면 제출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선택권이 제한되어 있기에 국가가 짊어져야 할 보호의 의무는 더욱 무거워야 마땅하다.

우리가 바라는 것 역시 맹목적인 처벌 일변도가 아니다. 업무와 무관한 조회를 조기에 감지하고, 부당한 접근이 확인되면 그 경위와 조치를 투명하게 알리며, 피해자가 자신의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는 실질적인 체계다.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때 시민은 비로소 국가를 신뢰할 수 있게 된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며 우리가 가장 먼저 배우는 덕목은 책임이다. 내 이름으로 계약서에 서명하고, 스스로의 증명을 거쳐 선택의 결과를 감당한다. 그렇다면 시민의 삶이 담긴 정보를 손에 쥔 공적 권한 역시, 그 막중한 무게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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