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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항 친수공원 인공 수로에서 한 달 넘게 머물다 당국의 유도작업으로 바다로 나갔던 흑상어 '부캉이'가 여전히 수로 주변을 떠나지 않고 있다. 바깥 바다와 수로를 번갈아 오가며 서성이는 모습이 계속 관측되고 있다.

부캉이가 북항 친수공원 마리나 브릿지 쪽 수로에서 헤엄치는 모습이 23일 오전 목격됐다. 부캉이가 머문 곳은 수로 출구에서 안쪽으로 90m쯤 들어간 지점이다. 당국이 수로 재진입을 막으려고 설치한 차단막 주변이다. 부캉이는 이 차단막 근처를 벗어나지 않고 한동안 배회했다.
부캉이가 수로 밖으로 나간 건 지난 21일이다. 해양수산부와 부산시 등 관계 기관은 이날 3차 유도작업을 벌였다. 수로 안쪽에 머물던 부캉이를 출구 쪽으로 몰아 바다로 내보내는 작업이었다. 한 달 넘게 이어진 수로 생활이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부캉이는 바다로 멀리 떠나지 않고 있다. 출구 주변을 맴돌던 부캉이는 그날 밤 11∼12시쯤 1차 차단막의 물밑 빈틈을 비집고 수로 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그물과 수로 바닥 사이에 생긴 틈으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수로 안쪽 깊숙이 들어가지는 못했다. 뒤쪽에 설치된 2차 차단막에 가로막혔다.
부캉이는 결국 두 차단막 사이 좁은 공간에 갇힌 처지가 됐다. 전날 오전에도 부캉이는 차단막 안쪽에서 다시 목격됐다. 애써 바다로 내보낸 상어가 하룻밤 만에 돌아온 셈이다. 당국은 이날 예정했던 유도작업을 취소했다. 대신 1차 차단막을 걷어 냈다.

2차 차단막이 있던 자리에는 그물을 두 겹으로 쳤다. 그 위에는 수상 작업용 부유 시설인 '폰툰'을 띄웠다. 폰툰은 마리나 브릿지 아래에 자리 잡았다. 앞뒤로 차단막이 이중으로 둘러쳐졌다. 부캉이가 다시 그물 밑으로 파고들지 못하도록 차단 시설을 재정비한 것이다.
그러자 부캉이는 다시 수로 밖으로 나갔다. 이후 친수공원과 가까운 북항 제1부두 앞바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부터 움직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한동안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물속 깊이 헤엄치는 잠영을 이어 갔다. 수로 안에만 머물던 때와 달리 행동반경도 넓어졌다.
부캉이는 이후 일정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수로 밖 바다에서 잠영하다가 수로로 들어와 차단막 주변을 맴돈다. 그러다 다시 수로 밖으로 빠져나간다. 이날 오전 목격된 모습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바다로 나갔다가도 익숙한 수로 입구로 되돌아오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당국은 부캉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추가 유도작업을 중단했다. 억지로 몰아내기보다 부캉이가 스스로 외해로 나갈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수로에 부캉이가 나타나는 빈도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수로 밖 바다의 수온과 수심에 적응하면 자연스럽게 외해로 이동할 것이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수로를 찾는 횟수가 줄어든 것 자체를 바깥 바다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본 것이다.
문제는 날씨다. 기온이 내려가면서 수로의 수온도 점차 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캉이가 수로 안쪽에 계속 머물 경우 폐사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수온이 더 떨어지기 전에 부캉이가 바다로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부캉이의 몸 상태도 걱정거리다. 부캉이는 몸길이 3m에 이르는 대형 상어다. 이런 대형 상어가 좁고 얕은 수로에서 한 달 넘게 지내는 동안 주둥이와 지느러미 등 몸 곳곳에 상처가 생겼다. 수로 바닥이나 콘크리트 벽 같은 단단한 구조물에 긁힌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도 전문가들은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수로 밖 환경에 적응할 시간만 충분히 주어지면 부캉이가 자연스럽게 바다로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그동안 수로 안쪽에서만 지낸 만큼 단번에 먼바다로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수로 안팎을 오가는 지금의 움직임을 적응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부캉이를 내보내는 일을 두고 시민 의견은 엇갈린다. 일부 시민은 부캉이를 인위적으로 수로 밖으로 내보낼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한다. 정부 온라인 청원 시스템 '청원24'에는 부캉이의 '강제 퇴거'에 반대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반대쪽에서는 전혀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상어 한 마리의 폐사 위험을 이유로 행정력을 지나치게 쏟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현장 안전 문제도 불거졌다. 전날 밤 일부 시민이 차단막이 설치된 폰툰 위에 무단으로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폰툰은 부캉이의 재진입을 막으려고 띄운 시설이다. 공격성이 강한 상어가 오가는 수로에 사람이 빠지면 매우 위험하다. 몸길이 3m의 대형 상어가 바로 아래를 오가는 상황에서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당국은 안전사고를 막으려고 차단막과 폰툰 주변의 접근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장 출입 통제 등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당국은 부캉이의 이동 상황을 계속 지켜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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