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 맞벌이할 건데"…맞선장에 부모들만 모여든 까닭

청년 세대의 비혼 기조와 만혼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일본에서 60~70대 노년층 부모가 직접 자녀의 결혼 상대를 찾아 나서는 이른바 '부모 대리 맞선'이 확산하고 있다.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는 한국 사회의 가치관 변화와 맞물려 양국 가족 관계의 새로운 현실적 대안으로 조명받고 있다.

부모 맞선 /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윗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일본 정부 어린이가정청 조사 결과 미혼 남녀의 35.1%가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응답했다. 미혼 청년층의 결혼 기피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정작 분주해진 쪽은 부모 세대다. 지난 8월 일본 교토의 한 호텔에서 열린 대리 맞선 행사에는 50대부터 70대 부모들이 객석을 채웠다. 참가 부모의 약 80%는 60~70대 노년층이었으며, 이들이 짝을 찾아주려는 대상 자녀의 90%는 30~40대였다.

맞선 현장에 들어선 부모들은 주최 측이 사전에 배부한 프로필 책자를 살피며 상대 자녀의 직업과 소득, 성격, 자녀관을 꼼꼼하게 따졌다. 상대 부모와 마주 앉은 자리에서는 자녀의 생활 습관과 성품을 직접 묻고 답하는 등 세부적인 인성 검증이 오갔다.

현장에서는 결혼 이후 삶을 둘러싼 실질적인 논의가 구체적으로 오갔다. 20대 딸을 둔 50대 어머니가 "딸이 결혼 후에도 직장 생활을 계속 이어가길 원한다"고 말하자, 30대 엔지니어 아들의 어머니는 "전혀 상관없다. 오히려 맞벌이를 선호한다"고 즉각 화답했다. 가치관 합치가 확인되면 부모들은 자녀의 사진과 상세 인적 사항을 교환한 뒤, 귀가해 자녀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고 실제 만남을 결정했다.

부모들이 발 벗고 나선 배경에는 자녀가 노후에 홀로 남아 고립될지 모른다는 불안과 자녀를 독립시켜 손주를 보고 싶다는 현실적인 바람이 자리 잡고 있다. 자녀들 역시 이러한 방식을 거부감 없이 수용하는 추세다. 정체가 불확실한 데이팅 앱(온라인 소개팅 프로그램)을 이용하며 겪는 감정 소모와 시간 낭비에 지친 이들이 부모의 1차 사전 검증을 안전장치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맞선 상대 소개하는 부모 /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야마다 마사히로 주오대 교수(가족사회학)는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를 위해 무언가를 해준다는 만족감과 자녀 자랑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며, 자녀 역시 부모가 검증한 만큼 결혼 전 양가 승낙 절차를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 사회의 결혼 인식 변화와도 궤를 같이한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가운데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중은 절반 수준에 머물며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결혼을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거나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응답이 대다수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인에게 결혼은 일생의 필수 과업이 아닌 개인의 선택이자 생활 양식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한국인들의 인식 기저에는 결혼에 수반되는 막대한 비용과 가족 형성 과정에 대한 현실적인 부담이 자리한다. 결혼을 필수 규범으로 바라보던 과거와 달리, 현대 한국 사회에서는 삶의 안정성과 심리적 평온이 우선시된다. 혼자 사는 삶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옅어지고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안착하면서 무리하게 결혼을 감행하기보다 각자의 생활을 유지하는 편이 낫다는 인식이 전 세대에 걸쳐 확산했다.

자녀 세대의 결혼 인식이 이처럼 유연해진 반면, 부모 세대는 자녀의 경제적 자립과 노후 고립을 여전히 염려한다. 부모가 자녀의 배우자 탐색에 관여하거나 지원책을 모색하는 배경에는 홀로 남겨질 자녀에 대한 가족주의적 우려와, 결혼을 필수로 보지 않는 자녀 세대의 가치관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으려는 현실적 판단이 얽혀 있다.

결혼에 대한 전통적 규범이 약화하고 개인의 선택권이 강화되는 양국의 사회적 배경 속에서, 자녀의 안전을 담보하고 불필요한 탐색 비용을 줄이려는 부모의 개입은 동아시아 만혼 사회의 독특한 만남 문화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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