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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 교복업체들이 학교별로 낙찰받을 업체를 미리 정해 두고 나머지 업체는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YTN이 27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고양시 한 고등학교의 교복 납품 입찰에 참여한 교복업체 대표 A씨는 입찰 마감을 앞둔 지난달 9일 경쟁업체 대표 B씨의 전화를 받았다. B씨는 자신이 이 학교 교복을 낙찰받기로 예정돼 있다며 A씨에게 투찰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투찰이란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나 개인이 희망하는 계약 금액(입찰서)을 작성해 나라장터 같은 전자조달 시스템이나 지정된 장소에 실제로 제출하는 행위를 뜻한다.
B씨는 통화에서 "사장님이 무조건 빼셔야 돼. 그래야만 이 체제가 유지되는 거지"라며 “(침범하면) 내년이고 뭐고 다 진짜 전쟁이야”라고 말했다. B씨는 같은 입찰에 들어온 다른 업체들이 사전에 교감한 들러리라는 취지로도 말했다. A씨가 다른 업체들이 들러리로 들어온 것이냐고 묻자 B씨는 "사장님은 저하고 커뮤니케이션해서 들어간 게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전국 중고등학교 교복은 학교별 경쟁 입찰을 거쳐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업체가 납품권을 따낸다. 업체들이 낙찰자를 미리 정해 두면 가격 경쟁이 사라진다. A씨는 B씨의 요구를 거절하고 입찰을 강행해 한 벌당 39만3000원에 낙찰받았다.

이런 짬짜미는 이 지역에서 수년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A씨는 2023학년도 교복 입찰을 앞둔 2022년 8월 또 다른 경쟁업체 대표 C씨로부터 업체별로 납품할 학교를 정리한 명단을 받았다. 6개 업체가 학교를 나눠 맡기로 했으니 자신이 맡은 학교에는 투찰하지 말라는 취지였다. C씨는 당시 통화에서 "내 학교 내가 쫙 사장님한테 다 보내 드릴 테니까, 보시고 참고하시라고요"라고 말했다.
YTN이 이 명단을 이듬해 실제 입찰 결과와 비교한 결과 학교 40여 곳 가운데 30곳 이상이 명단에 적힌 업체와 교복 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담합에 가담하지 않은 업체가 입찰에 뛰어든 일부 학교를 빼면 담합이 대체로 성공한 셈이다.
A씨는 "이들의 담합에 참여하지 않으면 더 많은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말도 하고, 참석을 안 하면 공동의 적으로 만들어가지고…"라며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모의 정황이 담긴 문서를 주고받은 업체 관계자는 담합 의혹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A씨에게 입찰 포기를 요구한 B씨는 해명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교복값을 둘러싼 논란은 올해 들어 정부가 직접 문제 삼으면서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성남)시장을 할 때 교복 구입비가 30만원 정도였는데 어느 틈에 60만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부모님들의 '등골 브레이커'라고 얘기한다”며 가격 적정성을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담합과 독과점 등 불공정거래에 대해 철저하게 감시해야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12일 국무회의에서도 교복 담합을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교복 담합 문제는 아주 오래된 적폐 중 하나"라며 "내년부터 실제 담합이 발생하면 기업들에 하듯이 다시는 담합할 생각을 못 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000만원은 효과가 없을 것 같다”며 "부당 이득을 취하다가 걸려도 본전이게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담합 과징금 하한선을 최대 20배까지 높이는 개정 고시를 시행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주 위원장은 앞으로 과징금이 부당 이익을 현저히 넘어서도록 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공정위는 반복 위반 사업자 제재 강화와 입찰담합징후분석시스템을 활용한 실시간 감시 계획도 함께 내놨다.
이후 공정위의 제재가 잇따랐다. 공정위는 광주 지역 27개 교복대리점이 3년여 동안 260건의 입찰에서 담합한 사실을 적발해 과징금 총 3억200만원을 부과했다. 10월 13일에는 경기 용인(기흥·처인), 울산, 경북 영천 지역 10개 교복대리점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200만원을 부과했다. 이들 대리점은 19개 중고등학교가 발주한 51건의 교복 구매입찰에서 대면 모임이나 문자메시지, 카카오톡으로 낙찰예정자와 투찰가격을 미리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천에서는 두 대리점이 2018년 10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4개 학교 29건의 입찰에서 순번을 정해 번갈아 낙찰받았다. 용인 처인구의 일부 입찰은 예정가격 대비 평균 98.29%의 낙찰률로 계약이 이뤄졌다. 울산에서는 두 대리점 대표의 오랜 친분이 담합의 계기가 됐다.
공정위는 8월 10일 형지엘리트, 아이비클럽, 더엔진(스쿨룩스), 스마트에프앤디, 호전리테일(쎈텐) 등 5개 교복 제조사를 불러 담합 근절 간담회를 열었다. 오행록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당시 "교복 시장에서 반복돼 온 고질적인 담합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업계 전체의 노력이 필수적"이라며 제조사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제조사들은 입찰 담합 방지 교육 확대와 영업지침 배포, 자체 점검 강화 등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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