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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회의 중에 신입사원이 손을 번쩍 들었다. 다음 주 목요일 야근에서 빠지겠다는 것이었다. 남자친구와 사귄 지 200일 되는 날이란다. 사연을 접한 직장인들 사이에서 "레전드"와 "주작" 사이를 오가는 논쟁이 벌어졌다.

방산 대기업 직원 A씨는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팀 신입사원 이야기를 올렸다. A씨는 "꼰대 소리 안 들으려고 입 꾹 다물고 살았는데 오늘 역대급 사건이 터져서 한마디한다"고 했다.
입사 3개월 차인 신입은 회의 도중 갑자기 손을 들었다. 신입은 "다음 주 목요일 야근이 예정돼 있던데 그날 남자친구와 200일 기념일이라 야근을 못 할 것 같다"며 "다른 팀원분이 대신해 주면 안 되느냐"고 물었다. 팀 전체가 얼어붙었다. 아무도 말을 잇지 못했다.
팀장이 "급한 프로젝트 마감이라 다 같이 야근해야 해서 조율이 어렵다"고 답했다. 신입은 물러서지 않았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럼 나만 빼고 하면 안 되느냐"며 "내 업무는 다음 주 월요일에 출근해서 다 끝내 놓겠다"고 했다.
A씨는 "직장이 무슨 학원이냐. 숙제를 못 해 오면 남이 대신해 주는 곳이냐"며 "나 때는 연차 쓰면서도 눈치를 엄청나게 봤는데 요즘 애들은 진짜 무섭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분 회사 신입들도 이러느냐"고 물었다.
댓글창은 금세 달아올랐다. 신입이 선을 넘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 직장인은 "팀 전체가 기한을 맞춰야 하는 프로젝트에서 신입만 빠지면 뭘 배우겠느냐"며 "다 같이 고비를 넘겼다는 소속감도 생긴다"고 했다. 또 다른 직장인은 "회의 끝나고 팀장에게 조용히 가서 개인 사정을 말하는 게 정석"이라고 했다. 기념일을 하루 당기거나 미루면 될 일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200일을 챙기는 사람이 300일과 1주년은 안 챙기겠느냐”는 걱정 섞인 반응도 나왔다.
문제는 야근을 빼 달라는 요청 자체보다 요청하는 방식에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 직장인은 "신입의 잘못은 야근 날짜를 조정하고 싶어 한 게 아니라 대신해 줄 사람을 구한 것"이라며 "마감이 정해져 있는데 마감 뒤에 끝내 놓겠다는 건 이상하다. 빠질 거면 미리 야근을 해서라도 끝내놨어야 한다"고 했다. 팀 전체가 움직이는 일에서 혼자 일정을 바꾸겠다는 발상이 문제라는 것이다.
솔직해도 너무 솔직했다는 반응도 있었다. "차라리 가족 행사가 있다고 하지"라는 댓글이 여럿 달렸다. 한 직장인은 "핑계를 댈 거면 다른 게 많은데 하필 200일"이라며 혀를 찼다. 반면 "가족 행사라고 둘러대야 통하는 것 자체가 꼰대 문화"라는 반론도 나왔다.
웃음 섞인 댓글도 쏟아졌다. “201일을 기념하는 건 어떠냐”는 제안이 나왔다. "곧 강아지 생일이라 야근 못 한다고 할 것"이라는 예언도 붙었다. "그래도 연차는 안 쓰고 출근한다잖아"라며 굳이 장점을 찾아낸 직장인도 있었다.
신입 편을 드는 목소리도 작지 않았다. 한 직장인은 "기혼자가 결혼기념일 챙기는 것과 다른 게 있나 싶다"며 "신입 하루 없다고 일에 구멍 나는 것도 아니니 나라면 가 보라고 할 것"이라고 했다. “3개월 차 신입이 빠진다고 일정에 문제가 생기는 회사라면 구조가 이상한 것”이라는 반박도 나왔다. A씨의 '나 때는' 대목을 꼬집는 반응도 있었다. 한 직장인은 "신입이 잘못한 건 맞는다"면서도 "법으로 보장된 권리를 쓰는데 왜 눈치 보는 게 기본이어야 하느냐"고 했다.
'요즘 애들' 탓으로 몰지 말자는 의견도 많았다. "요즘 애들이 아니라 그냥 그 사람이 이상한 것"이라는 댓글이 여럿 달렸다. "어느 세대에나 그런 사람은 있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한 직장인은 "강아지가 아프다며 울길래 오후 반차를 내줬는데 남자 대리였다"고 했다.
글의 진위를 의심하는 반응도 있었다. "제발 주작이라고 해달라"는 반응이 잇따랐다. "일주일 뒤 야근을 벌써 정해놓느냐"는 물음도 나왔다. 이에 대해선 "프로젝트 일은 마감 날짜가 정해져 있어 마감 전후 야근을 미리 예상할 수 있다"는 답이 달렸다.
그렇다면 Z세대가 직장에서 가장 싫어하는 건 뭘까.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지난 5월 Z세대 구직자 1731명에게 최악의 사수 유형을 물었다. 성과를 가로채는 사수가 38%로 1위였다. 막말과 갑질을 하는 사수가 18%로 뒤를 이었다. 야근을 강요하는 사수는 6%에 그쳤다.
야근은 법적으로 회사가 일방적으로 시킬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근로기준법은 연장근로를 당사자 간 합의가 있을 때 1주 12시간까지 허용한다. 신입이라도 대놓고 거절할 수는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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