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신상 공개했던 정철승 변호사, 결국...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의 신원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하고 후배 변호사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정철승 변호사가 항소심에서 형량이 늘어 법정구속됐다.

서울고법 형사4-2부(성지용 전지원 김인겸 부장판사)가 강제추행, 성폭력처벌법 위반(비밀준수 등) 등 혐의로 기소된 정 변호사에게 30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정철승 변호사 / 뉴스1

재판부는 항소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만큼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고 정 변호사를 법정구속했다. 정 변호사는 "최고 법원인 대법원에서 마지막까지 신중하게 판단되도록 불구속 상태에서 상고심을 받을 수 있게 관용을 베풀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법정구속이 맞는다고 본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전 시장은 전직 비서에게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직후인 2020년 7월 숨진 채 발견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1년 1월 박 전 시장의 언동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박 전 시장 부인 강난희씨는 인권위 결정에 불복해 취소 소송을 냈다. 강씨는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고법 행정9-1부도 지난해 2월 인권위 결정에 실체적 하자가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6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정 변호사는 박 전 시장 유족 측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하며 알게 된 피해자의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을 2021년 8월쯤 페이스북에 여러 차례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정 변호사는 '박원순 사건 관련 사실관계'라는 제목으로 게시물 3건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 허위사실을 적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았다. 업무상 알게 된 피해자 개인정보를 공개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도 받았다. 이와 별도로 2023년 3월 서울 서초구의 한 음식점에서 후배 변호사를 추행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두 사건은 1심에서 따로 심리돼 각각 징역 1년이 선고됐다. 강제추행 사건 1심 재판부는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검찰은 강제추행치상 혐의를 적용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상해와 추행 사이의 인과관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강제추행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정철승 변호사 / 뉴스1

신원 공개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는 지난해 5월 정 변호사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게시글에 담긴 가명 등으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로부터 고충을 들은 직원이 없다는 내용과 물증이 없다는 주장도 거짓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사진, 복구된 텔레그램 메시지, 정신과 상담 기록 등을 물적 증거로 제시했다. 정 변호사가 앞서 유족 소송을 대리하면서 인권위 결정문을 확인한 만큼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도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현재까지도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사죄와 반성 없이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렸다는 점도 실형 선고 이유로 들었다. 다만 정 변호사가 재판에 성실하게 출석한 점, 항소심에서 다툴 여지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두 사건은 항소심에서 병합됐다. 검찰은 지난 6월 결심공판에서 정 변호사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다. 정 변호사는 최후진술에서 "사회적 약자와 억울한 사람들 편이 되는 것이 내 소명"이라고 말했다. 박 전 시장 유족 사건은 수임료를 받지 않고 도왔다고도 했다.

정 변호사는 추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정 변호사 측 변호인은 신체 접촉이 순간적으로 이뤄져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국가기관 조사 결과를 요약해 공개한 것"이라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변호인은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실형은 과하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반면 피해자 측 김재련 변호사는 법정구속을 포함한 실형 선고를 요구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 신상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정 변호사 주장에 대해 "피해자 근무지 등이 상세하게 담겨 있어 신상이 특정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공익을 위한 행위였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박 전 시장 유족을 대리하는 사적 입장에서 피해자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이라 공익을 위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 변호사에게 "변호사이지 않으냐"며 "법정에서 다투든지 했어야 했다. 법조인이라면 신중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자기 확신이 컸던 모양이다. 피고인이 올린 글을 담담하게 다시 읽어보라"며 "재판장으로서가 아니라 법조 선배로서 봐도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질타했다.

후배 변호사 강제추행 혐의는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고 모순이 없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강제추행의 죄질이 가볍지 않다. 피해자의 동의 없이 신원을 공개해 2차 피해를 가했다"고 밝혔다. 또 "자신의 행동으로 피해자가 고통받았다고 한다면 조금이라도 그 마음을 헤아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선고 도중 법정이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 정 변호사는 재판부가 강제추행 혐의에 대한 판단을 읽던 중 "피해자는 지인이 아니다. 그날 처음 본 사람"이라고 소리쳤다. 이어 정 변호사 지지자로 추정되는 방청객도 고성을 질렀다. 재판부는 정 변호사에게 "피고인은 변호사면서 선고 중인데"라고 지적했다. 방청객에게는 "법정에서 극단적인 감정을 표출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로 "피고인의 대처와 행동에 사려 깊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며 "사안이 커지고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은 데는 피고인의 책임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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