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보이그룹 안무가였는데”…술 취한 여성 성폭행한 댄서

유명 보이그룹의 안무가로 활동하고 방송 댄스 경연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던 댄서가 술에 취한 지인을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피고인은 성관계가 있었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서로 합의한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인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여러 차례 달라진 반면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되고 객관적인 증거에도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피해자가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이용해 범행했다고 보고 실형을 선고했다.

1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윤웅기)는 지난달 23일 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댄서 겸 안무가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를 법정구속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에 대해서도 각각 5년간 취업을 제한했다.

안무가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 AI 생성 이미지

유명 보이그룹 안무가로 활동…오래 알고 지낸 여성 성폭행 혐의

A씨는 과거 음악전문 채널에서 방송된 댄스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한 경력이 있는 인물이다. 여러 유명 보이그룹의 안무가로도 활동하며 대중음악계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번 사건에서는 오래 알고 지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은 2024년 3월 서울 서대문구에서 발생했다.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과 함께 술을 마신 뒤 모텔로 이동해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당시 피해자가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보고 준강간 혐의를 적용했다.

준강간은 피해자가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에 있다는 점을 이용해 간음하는 범죄다. 피해자가 술에 취해 정상적으로 의사를 표현하거나 저항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 등이 주요 판단 요소가 된다. 단순히 술을 마셨다는 사실만으로 준강간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당시 피해자의 구체적인 상태와 범행 경위가 중요하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성관계가 있었던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으며 서로 합의해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재판에서는 당시 피해자의 상태와 두 사람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정황이 핵심 쟁점이 됐다.

준강간은 피해자가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에 있다는 점을 이용해 간음하는 범죄 / AI 생성 이미지

"30분간 게임했다"더니 진술 변경…법원이 주목한 모순

재판부는 A씨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여러 차례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모텔에 들어간 뒤 컴퓨터 게임을 했는지에 관한 진술이 일관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사건 당시의 행동을 둘러싼 진술 변화가 신빙성을 판단하는 주요 근거가 됐다.

A씨는 최초 경찰 조사에서 모텔에 들어간 뒤 약 30분 동안 컴퓨터 게임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후 조사에서는 게임을 하지 않았거나 게임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을 바꿨다. 같은 상황에 대한 설명이 조사 단계에 따라 달라진 것이다.

성관계가 이뤄진 순서와 피해자가 구토한 시점에 관한 진술도 일치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받은 뒤 기존 진술을 번복하거나 표현을 미묘하게 변경한 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A씨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피해자의 진술에 대해서는 높은 신빙성을 인정했다. 피해자가 사건 경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관성을 유지했고, 객관적인 증거와도 부합한다고 본 것이다. 피해자가 허위로 진술할 만한 동기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에 대해 "일관되고 합리적이며 객관적인 증거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허위 진술의 동기를 찾을 수 없어 신빙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피고인과 피해자의 진술을 비교한 결과 피해자 측의 설명이 사건 당시 정황에 더 부합한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A씨가 주장한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에 대해서는 높은 신빙성을 인정했다. / AI 생성 이미지

피해자 행동·고소 시점 문제 삼았지만…재판부는 인정 안 해

A씨 측은 사건 이후 피해자가 보인 행동과 고소 시점 등을 근거로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의 사후 행동이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반응과 다르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성폭력 피해자가 사건 이후 보이는 반응이 모두 같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어떤 관계였는지, 사건이 어떤 상황에서 발생했는지에 따라 피해자의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따라서 피해 직후의 행동이나 고소 시점만으로 피해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성폭력 피해자의 대응은 가해자와의 관계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평소 알고 지낸 사람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해 혼란스러웠다는 피해자의 설명에도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피해자가 사건 이후 보인 행동을 일률적인 기준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A씨 측은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도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A씨는 검사에서 '진실 반응'이 나왔고 피해자는 검사를 거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사정 역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할 근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가 형사재판에서 범죄 성립 여부를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검사 결과뿐 아니라 사건 당시의 객관적인 정황과 진술의 일관성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A씨가 제시한 검사 결과보다 피해자 진술과 객관적 증거에 무게를 뒀다.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가 형사재판에서 범죄 성립 여부를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 AI 생성 이미지

"술 마시기 꺼렸는데도 재차 권유"…징역 3년 선고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에게 반복적으로 술을 권유한 점도 양형에 반영했다. 피해자가 술을 마시기를 꺼렸는데도 계속 음주를 권했고, 이후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가 된 점을 이용해 범행했다고 판단했다. 범행 경위와 피해자의 상태를 고려할 때 죄질이 좋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술을 마시기 꺼렸는데도 재차 술을 권유하고,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에 있음을 이용해 범행한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단순히 두 사람이 함께 술을 마셨다는 사실이 아니라, 피해자의 의사와 당시 상태를 이용한 범행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실형 선고의 주요 근거가 됐다.

범행 이후 A씨가 보인 태도도 불리한 사정으로 고려됐다. 재판부는 A씨가 혐의를 부인하면서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태도를 보였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이 가중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아울러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에 대한 각 5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로, 사건은 상급심 판단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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