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상간녀 만나러 갑니다"

돌을 갓 넘긴 아기와 단둘이 보내는 주말이 어느새 익숙해져 있었다. 남편은 논문을 써야 한다며 일주일 내내 밤늦게 들어왔다. 아내는 지친 날에도 남편에게 늦게 와도 되니 일에 집중하라고 했다. 그런데 남편이 주말마다 머문 곳은 연구실이 아니었다. 같은 연구실에서 일하는 여덟 살 어린 후배의 집이었다.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지 닷새 만에 상간녀를 만나러 간다는 내용의 글이 2일 블라인드에 올라왔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지 닷새 만에 상간녀와 직접 마주하겠다는 아내의 글이 2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결혼생활' 채널에 올라왔다. 대학병원 소속으로 표시된 글쓴이 A씨는 '나 오늘 상간녀 만나러 간다'는 제목의 글에서 "내 인생에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적었다.

A씨 부부는 10년 넘게 연애한 끝에 결혼했다. 남편은 취업이 되지 않자 석박사 과정에 들어갔다. A씨는 3교대 근무를 하며 살림을 도맡았다. A씨는 "남편이 석박사 과정이라 일을 해야 하니 임신 전에도 집안일과 밥은 거의 다 내가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아이는 인공수정과 시험관 시술을 여러 차례 거친 끝에 얻었다. 출산 뒤에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A씨는 "친정도 없고 시어머니 도움도 없이 아기를 거의 혼자 봤다"며 "나도 힘들어서 짜증을 낸 적이 있지만 ‘논문을 써야 졸업할 수 있으니 늦게 와도 괜찮다’고, ‘일에 집중하라’고 했다"고 했다.

배신은 남편이 그토록 바쁘다던 연구실 안에 있었다. A씨는 "아빠가 주말마다, 퇴근한 뒤에도 상간녀 집에 있느라 아기와 시간을 못 보낸 줄은 정말 몰랐다"며 "그동안 싱글맘처럼 아기와 둘이서만 다녔다. 엄마가 너무 미안하다, 아가야"라고 했다. 상간녀로 지목된 후배가 남편이 결혼한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A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돌이켜 보면 신호는 곳곳에 있었다. A씨는 "어느 순간 남편이 결혼반지를 뺀 것도, 휴대전화 화면과 프로필 사진에서 내가 사라진 것도, 디데이가 사라진 것도, 휴대전화에 저장된 내 이름이 바뀐 것도 다 신호였는데 정말 몰랐다"고 했다. 댓글에서는 남편의 행적을 더 털어놨다. A씨는 "남편은 신혼 초부터 술을 마시고 연락이 끊긴 채 외박했다. 내가 만삭일 때도 술을 마시고 외박했다. 싸우고 나서 외박하는 일이 잦았고, 출장을 간다고 하고는 상간녀 집에서 자기도 했다"며 "내가 사람을 너무 믿었다"고 말했다.

A씨는 "불륜을 알고 나서 보니 남편은 거짓말을 정말 자연스럽게 잘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바보였다"며 "우리는 연애를 정말 오래 했고 나는 남편을 의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너무 믿었기에 배신감이 크다"고 했다.

A씨는 무너지는 대신 준비를 택했다. 외도를 확인한 뒤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상간자 소송이었다. A씨는 "상간자 소송을 첫 번째로 생각하고 증거 수집부터 했다. 정신과 약을 먹어 가면서 했다. 지옥같았다"고 했다. 남편과 상간녀에게는 아직 외도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상태였다. A씨는 이날 내용증명을 보낸 뒤 두 사람과 3자 대면을 할 계획이다. A씨는 "변호사와 다 이야기했다. 변호사가 감정을 드러내도 된다고 한 부분에서는 드러내라고 했고, 때리지만 말라는 가이드라인을 줬다"며 "무엇을 할지 다 생각했다. 두 사람의 태도에 따라 이후 이혼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버티는 힘은 주변 사람들에게서 나왔다. A씨는 "외도를 안 지 5일째다. 처음 3일은 정말 피폐해졌지만 이제는 그래도 일상을 조금은 살아낼 정도가 됐다"며 "주변 사람들이 내가 무너지지 않게 밥을 먹자며 나를 끌고 나왔다. 카페에 가자고 하고 걷자고 했다. 아기 밥을 하기 힘들 것 같다며 아기 밥을 해서 날라 줬다. 그렇게 한 시간, 하루, 일주일을 버텼다"고 했다. 힘내라는 댓글에는 "힘낸다기보다 버틴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다"고 답했다.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지 닷새 만에 상간녀를 만나러 간다는 내용의 글이 2일 블라인드에 올라왔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누리꾼들은 A씨를 위로하며 함께 분노했다. 한 누리꾼은 “3교대를 하면서 혼자 아이를 다 봤는데 못 할 게 뭐가 있고 두려울 게 뭐가 있겠느냐. 앞으로 분명히 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사람을 믿은 사람은 잘못이 없다. 이건 가해자가 명확한 사고"라고 했다. 자책하지 말라는 댓글에 A씨는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생긴다. 그런데 그건 아니다. 나는 남편이 힘들지 않게 배려했고 쉬라고 했고 놀다 오라고 했다. 3교대를 하면서도, 육아를 하면서도 배려했다"고 답했다.

3자 대면을 앞둔 A씨에겐 현실적인 조언도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녹음기를 잘 켜 두고, 혹시 손찌검이 오가면 반드시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남겨야 한다. 절대로 협박하면 안 된다"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상간자 소송은 무조건 하라. 이혼은 그 뒤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남편 학교에 알려야 한다는 댓글도 많았다. 한 누리꾼은 "나라면 지도교수와 학과장, 총장에게 메일을 쓰겠다"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이혼소송 소장을 연구실로 보내라. 대학은 대부분 행정팀에서 우편물을 받는데 그 과정에서 소문이 다 난다"고 했다.

법적으로 따져 볼 대목도 적지 않다. 간통죄는 2015년 2월 26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폐지됐다. 배우자의 외도를 형사처벌로 물을 길은 없다. 대신 민사상 책임은 남는다. 대법원은 2014년 11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제3자가 부부 일방과 부정행위를 해 혼인의 본질을 해치고 상대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다면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봤다. 다만 혼인 관계가 이미 실질적으로 파탄 난 뒤라면 불법행위로 보지 않는다. 상간자가 상대의 혼인 사실을 알았는지도 책임을 가르는 핵심이다. 상간자 위자료는 실무에서 대체로 1000만~3000만원 선에서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이혼은 서두르지 말라는 조언이 많았지만 기한은 따져 봐야 한다. 민법 840조는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재판상 이혼 사유로 정하고 있다. 민법 841조는 부정행위를 안 날로부터 6개월, 그 일이 있은 날로부터 2년이 지나면 이 사유로 이혼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사후에 용서한 경우에도 같은 사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

3자 대면 자리에서 대화를 녹음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는 것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의 녹음이다. 대화에 직접 참여한 사람의 녹음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반면 폭행이나 협박은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위자료나 합의금을 받아 내려고 겁을 주며 돈을 요구하면 공갈죄가 문제 될 수도 있다. 변호사가 A씨에게 때리지 말라고 당부한 이유다.

학교에 외도 사실을 알리는 방법은 더 위험하다. 형법 307조 1항은 공연히 사실을 드러내 남의 명예를 훼손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21년 2월 이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한 사람에게만 알렸더라도 그 말이 널리 퍼질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을 인정한다. 지도교수나 학과장에게 보낸 메일 한 통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생활 영역인 불륜을 알리는 일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인정받기도 어렵다. 소장을 일부러 연구실로 보내는 것 역시 같은 위험을 안고 있다.

이혼하지 않고 재발 방지 각서를 받아 두라는 조언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현 상간녀와 연락하면 1회당 얼마, 새 상간녀가 생기면 얼마를 물도록 계약서를 확실히 써 두라"고 했다. 2012년 민법 개정으로 '부부 사이의 계약은 혼인 중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다'는 조항이 삭제됐다. 이에 따라 부부 사이의 위약금 약정도 효력을 다툴 여지가 생겼다. 다만 금액이 지나치게 크면 법원이 공서양속 위반으로 보고 일부를 무효로 판단할 수 있다.

남편과 상간녀가 잘못을 뉘우치고 벌을 받길 바라느냐는 물음에 A씨는 이렇게 답했다. "지옥까지는 원하지 않습니다. 현실이 지옥 같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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