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다는 경기도, '난민' 실태 조사 마쳤다...19명은 따로 심층 면접

경기도에 거주하는 난민 가운데 체류 자격이 불안정한 사람의 82.6%가 필요한 때 병원을 이용하지 못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류 자격이 위태로운 난민 23명은 전원 지난 1년 동안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이들 중 91.3%는 2주 이상 지속되는 슬픔이나 절망감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정적으로 체류하는 난민과 비교해 의료 이용과 정신건강, 경제생활 등 여러 분야에서 어려움이 집중된 것이다.

경기도가 실시한 난민 실태조사에서는 생계와 주거에 대한 지원 요구가 가장 높았다. 전체 응답자의 71.8%가 생계·주거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60.4%는 고용·자립 지원을 꼽았다. 법률 상담과 복지정보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응답자도 상당수 확인됐다.

인사말하는 추미애 지사 / 뉴스1

난민 156명 조사…가장 필요한 지원은 생계·주거

경기도는 최근 도내 난민들의 생활 여건과 정책 수요를 파악하기 위한 '경기도 난민 실태 모니터링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1일 밝혔다.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처음으로 진행한 난민 실태 모니터링 조사다. 조사는 올해 8월부터 10월까지 약 3개월 동안 실시됐다.

조사 대상은 경기도에 거주하는 만 15세 이상 난민 156명이었다. 설문조사를 통해 경제활동과 주거, 의료 이용, 심리적 상태, 정보 접근성 등을 파악했다. 이와 별도로 19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해 생활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도 살펴봤다.

응답자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꼽은 정책은 생계·주거 지원이었다. 전체의 71.8%가 해당 분야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고용·자립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60.4%에 달했다.

두 분야에 대한 지원 요구가 높게 나타난 것은 안정적인 소득과 거주 환경 확보가 주요 생활 과제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고용이 불안정하거나 소득이 충분하지 않으면 주거비와 생활비를 감당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조사에서는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이 체류 자격이 불안정한 난민에게 더욱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난민 실태 모니터링 조사' / AI 생성 이미지

체류 자격 불안정한 난민 23명 전원 "경제적 어려움 겪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난민의 체류 상황에 따라 생활 여건을 구분해 살펴봤다. 그중 체류 자격이 불안정한 '체류위기 유형'에 해당하는 응답자는 23명이었다. 이들은 모두 지난 1년 동안 경제적인 어려움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체류위기 유형의 경제적 어려움 경험률은 100%로 집계됐다. 조사에 참여한 해당 유형의 응답자 가운데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고 답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는 의미다. 불안정한 고용과 소득 부족이 주요 문제로 나타났다.

체류 자격은 외국인이 국내에서 머무르거나 취업할 수 있는 조건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체류 상태가 불안정하면 취업과 소득활동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제약을 겪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생활비를 마련하거나 안정적인 주거지를 유지하는 데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생계·주거 지원과 고용·자립 지원이 높은 비율을 기록한 것도 이러한 생활 여건과 관련이 있다. 난민들이 필요로 하는 지원은 단순한 일시적 생활비에 그치지 않고 안정적으로 일하며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까지 포함한다. 경기도는 조사 결과를 활용해 분야별 정책 수요를 검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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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류위기 난민 82.6% 병원 이용 못 해…안정체류는 17.8%

의료 이용에서도 체류 상황에 따른 차이가 뚜렷했다. 안정적으로 체류하는 난민 가운데 필요한 때 병원을 이용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17.8%였다. 반면 체류위기 유형에서는 같은 응답이 82.6%에 달했다.

두 집단의 차이는 64.8%포인트다. 체류위기 유형의 병원 이용 어려움 경험률은 안정체류 유형의 약 4.6배에 해당한다. 체류 자격이 불안정한 난민일수록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경험이 훨씬 많았던 것이다.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못하면 질병이나 부상을 적절한 시기에 진료받는 데 어려움이 발생한다. 진료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병원 방문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일이 반복되면 건강 관리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이러한 의료 접근성 문제가 체류위기 난민에게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정신건강과 관련한 조사에서도 높은 수치가 나타났다. 체류위기 유형 응답자의 91.3%는 2주 이상 슬픔이나 절망감이 지속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23명 가운데 약 21명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2주 이상 지속되는 슬픔이나 절망감은 정신건강 상태를 살펴볼 때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만으로 우울증 등 특정 정신질환을 진단할 수는 없다. 이번 조사 결과는 체류위기 난민 상당수가 장기간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경제적 어려움과 의료 이용 제한, 심리적 고통이 같은 집단에서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는 점도 주목된다. 체류위기 유형 응답자 전원이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했고, 10명 중 8명 이상은 필요한 병원 진료를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장기간 슬픔이나 절망감을 겪었다는 응답도 90%를 넘었다.

인사말 하는 추미애 경기도지사 / 뉴스1

65.1% "지원 정보 얻기 어렵다"…법률 상담도 부족

난민들이 필요한 지원을 이용하는 과정에서는 정보 접근성도 문제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65.1%가 관련 지원 정보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지원 제도가 있더라도 해당 내용을 충분히 알지 못하면 실제 서비스 이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법률 상담에 대한 수요도 높았다. 조사 대상자의 60.4%는 법률 상담이 필요했지만 실제로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체류 자격이나 생활과 관련한 법률 문제에 대해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한 경험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난민은 체류 절차와 취업, 주거 등 다양한 생활 영역에서 행정·법률 정보를 필요로 할 수 있다. 필요한 정보를 어디에서 확인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거나 상담기관과 연결되지 않으면 문제 해결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정보 제공과 상담서비스를 실제 이용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체계의 중요성이 드러났다.

미성년 난민과 관련한 문제도 조사에서 확인됐다. 생활과 교육에 관한 어려움뿐 아니라 진학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얻지 못하는 문제도 과제로 제시됐다. 아동·청소년의 경우 학교생활과 상급학교 진학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와 지원이 성인과 다를 수 있다.

경기도는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정보 접근성 문제를 향후 정책 검토에 반영할 예정이다. 난민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찾을 수 있도록 시군과 관계기관 사이의 정보 공유를 강화하는 방안도 살펴본다. 복지와 법률, 교육 등 분야별 지원기관을 연결하는 방식이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복지와 법률, 교육 등 분야별 지원기관을 연결하는 방식도 검토 중이다. / AI 생성 이미지

경기도, 시군·관계기관 연계 검토…중앙정부 개선 과제도 구분

경기도는 조사 결과를 난민 지원정책을 검토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생계와 주거, 고용, 의료, 법률 상담 등 분야별로 나타난 수요를 살펴보고 기존 지원사업의 운영 현황을 점검한다. 실제 지원이 필요한 사람에게 서비스가 전달될 수 있도록 기관 간 연계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지방정부가 직접 개선할 수 있는 사항과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 변경이 필요한 과제를 구분하기로 했다. 체류 자격과 관련한 제도는 국가 차원의 정책과 연결되는 만큼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시군과 관계기관의 역할을 고려해 정책 추진 방향을 정할 예정이다.

김성환 경기도 이민사회지원과장은 "조사 결과를 기초자료로 활용해 분야별 정책 수요와 기존 사업의 운영 현황을 검토하고, 시군 및 관계기관 간 정보 공유와 서비스 연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정부 차원에서 개선 가능한 사항과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이 필요한 과제를 구분해 합리적인 정책 추진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추미애 "경기도 재정난 심각"…복지 수요 늘지만 세입 확보 어려워

경기도가 난민 지원정책 확대를 검토하는 가운데 도의 재정 여건도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올해 취임 이후 경기도의 세입 구조와 복지 지출 증가 문제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인구 증가와 고령화로 복지 수요가 확대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재원 확보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추 지사는 지난 7월 24일 수원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광교홀에서 열린 기우회 월례회에 참석해 경기도의 재정 상황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경기도가 약 1420만명이 거주하는 거대한 경제공동체인 만큼 교통과 주거,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인구가 유입되는 과정에서 고령층도 함께 늘어나 복지 부담이 구조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경기도의 세입 구조가 부동산 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추 지사는 도 세입의 절반 가까이가 부동산 취득세에 의존하고 있으며,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면서 재정난이 심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복지 관련 지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산업의 성장과 경기도의 세입 증가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문제도 지적했다. 추 지사는 반도체 산업이 호황을 맞아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관련 세수는 국고와 공장이 위치한 기초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가 반도체 산업의 중심지임에도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확보할 수 있는 세입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당시 "일은 많이 맡고 있지만 재원을 확보할 방법은 부족하다"며 현행 지방재정 체계의 문제를 제기했다. 복지 지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현재의 재정 구조로는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기도의 재정 문제가 단순한 예산 운용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재정 제도 전반과 관련돼 있다는 입장이다.

소방재정 문제로도 갈등…국비 지원 확대 필요성 강조

경기도의 재정 부담 문제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추 지사는 10월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소방 분야의 재정 부담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해 비판받았다. 당시 소방재정을 두고 '재정 빨대'라고 표현하면서 소방공무원 노동조합 등의 반발이 이어졌다.

이후 10월 16일 경기 부천의 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이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해당 발언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졌다. 추 지사는 17일 순직 소방관의 빈소를 조문한 뒤 사과의 뜻을 밝혔다. 20일에는 소방공무원 노동조합 관계자들과 직접 만나 자신의 표현으로 상처받은 소방관들에게 다시 사과했다.

추 지사는 이 자리에서 도지사 취임 직후 소방본부장으로부터 소방재정의 심각한 실태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경기도의 전반적인 재정 문제보다 소방재정 문제가 더욱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도 말했다. 소방 분야의 재정난이 단순한 지출 축소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제도적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재원 확보 방안으로는 일몰 예정인 담배소비세분 지방교육세를 소방분 지역자원시설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추 지사는 이러한 내용을 시도지사협의회와 대통령에게 건의했다고 밝혔다. 소방과 안전 분야의 예산을 유지하면서 별도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난민 지원정책도 재정 여건과 연계해 검토

이번 난민 실태조사에서 확인된 생계·주거 지원과 고용·자립 지원 수요도 경기도의 복지정책과 관련된 과제다. 조사에서는 체류 자격이 불안정한 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과 의료 이용 제한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존 지원사업의 운영 현황을 파악하고 분야별로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경기도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방정부가 직접 개선할 수 있는 사항과 중앙정부의 제도 개선이 필요한 과제를 구분할 계획이다. 시군 및 관계기관과의 정보 공유, 서비스 연계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추 지사가 강조해 온 지방재정의 구조적 어려움 속에서 난민 지원을 포함한 복지 수요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도정의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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