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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간 서울 영등포역 일대에서 성매매업소를 운영해 온 건물주와 포주, 성매수자들이 경찰의 집중수사 끝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경찰은 성매매 장소로 쓰인 205억원 상당의 부동산에 대해 몰수 절차에도 들어갔다. 서울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성매매 집결지가 70여년 만에 사실상 문을 닫게 됐다.

JTBC 5일 보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약 1년간 영등포역 일대를 집중수사한 결과 모두 106명을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이 가운데 47명은 지난달 30일 공소청에 송치됐다. 송치 대상에는 건물주 16명과 성매매 알선 업주 20명이 포함됐다. 입건자 중에는 성매수자와 성매매를 알선한 업주뿐 아니라 자기 건물에서 성매매가 이뤄지는 것을 알고도 장소를 내준 건물·토지주들도 있다.
영등포역 집결지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수십 년간 버텨 온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다. 서울의 5대 성매매 집결지 가운데 마지막까지 남은 곳이기도 하다. 집결지는 영등포역 대로변과 대형 백화점,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 사이 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업소들은 도로 쪽으로 유리 현관을 내고 밤마다 손님을 끌어왔다.

집결지의 뿌리는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헌병대와 육군 보급부대가 영등포역 앞에 자리 잡으면서 성매매 업소가 모여들었다. 6·25전쟁 뒤에는 인근 미군 부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커졌다. 국가는 사실상 이를 묵인했다. 정부는 1962년 영등포를 포함한 전국 104곳을 성매매 허용 특정구역으로 지정했다. 1980년대 초에는 이곳을 '윤락여성집중존치구역'으로 설정했다. 서울올림픽을 앞둔 1986년 시설 정비가 이뤄지면서 이른바 '유리방'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규모도 컸다. 1965년 서울시 시정개요에 따르면 영등포와 대방, 당산 일대의 성매매 여성은 667명이었다. 1990년대 말에는 1000명에 육박했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쇠락했지만 일부 업소는 끝까지 버텼다. 2022년에도 66개 업소에서 146명이 일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거리두기가 강화됐을 때는 다른 집결지의 포주와 종사자들이 영등포로 몰려들기도 했다.
도심 상권 한가운데 있다 보니 시민 불편도 컸다. 2009년 9월 개장한 타임스퀘어는 주말이면 하루 20만명 넘게 찾는 대형 상권이 됐다. 하지만 영등포역과 타임스퀘어 사이에 집결지가 끼어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역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을 포기해야 했다. 타임스퀘어는 집결지로 이어지는 통로에 '통행 금지' 팻말을 세우고 직원을 배치해 출입을 막았다.
집결지 안에서는 여성들에 대한 착취가 이어졌다. 유리방 여성들은 영업을 못 해도 포주에게 매달 50만~60만원의 방값을 냈다. 성매매 수익은 포주와 절반씩 나눴다. 화장지 같은 물품비도 여성들이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결지를 없애려는 시도는 번번이 무산됐다. 영등포서는 2011년 건물주 입건 등을 통해 영업장을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자 성매매 여성과 포주, 건물주들이 거리로 나와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결국 폐쇄 시도는 흐지부지됐다. 2022년에도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거주자 인권도 있고, 성매매 종사자들도 생존권을 주장해 마구잡이 철거를 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가 소유 땅이 성매매에 쓰인 사실도 드러났다. 집결지 전체 면적 4158.5㎡ 가운데 약 20.6%인 860㎡가 국유지였다. 국유지 관리를 위탁받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이 가운데 일부 땅을 대부계약으로 빌려주고 수천만원의 대부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계약서에는 상가나 주택으로 적혀 있었지만 실제로는 성매매 업소로 쓰였다.
건물주들에 대한 처벌도 쉽지 않았다. 시민단체 다시함께상담센터는 2021년 이 일대 성매매 건물·토지주 50명을 집단 고발했다. 성매매가 이뤄지는 것을 알면서 토지나 건물을 제공하면 성매매 알선죄로 처벌받는다. 그러나 수사 1년 반 만에 혐의가 인정된 사람은 3명뿐이었다. 나머지 47명은 증거불충분 등으로 검찰에 넘겨지지도 않았다. 50명 가운데 실제로 출석 조사를 받은 사람은 10여명에 그쳤다.
피고발인들의 해명은 황당했다. JTBC가 지난해 공개한 수사 기록에 따르면 60대 A씨는 "임차 계약과 건물 관리를 모두 어머니가 맡아서 성매매업소인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건물 관리 책임을 80대 노모에게 떠넘긴 셈이다. 60대 B씨는 "집결지인 건 알았지만 내 건물에서 성매매를 하는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60대 여성 C씨는 "영등포 건물을 매입하면서 성매매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고 진술했다. C씨는 성매매 알선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유일하게 처벌받은 건물주를 둘러싼 판결도 논란을 불렀다. 1심 재판부는 이 건물주의 건물과 토지를 모두 몰수하라고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토지의 경제적 가치가 크다는 이유로 토지 몰수는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2024년 11월 확정됐다. 토지를 지킨 이 건물주는 재개발 조합원 자격을 유지했다. 출소 뒤에는 '재개발 회장님'으로 불리며 영향력을 행사해 온 사실도 JTBC 보도로 드러났다.
센터는 지난해 10월 이 일대 토지·건물주 64명을 서울경찰청에 다시 고발했다. 센터는 "토지의 경제적 가치가 큰 경우 성매매에 사용된 정황이 뚜렷함에도 토지 몰수가 이뤄지지 않는 선례를 남기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영등포서는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경찰은 피고발인 수를 웃도는 피의자들을 검거했다.
경찰은 이번엔 부동산 환수에도 나섰다. 205억원 상당의 부동산에 대해 기소 전 몰수보전을 신청했다. 몰수보전은 재판이 끝나기 전에 소유주가 부동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묶어 두는 조치다. 성매매를 방치해 온 건물주들이 막대한 재개발 이익을 챙기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 일대는 2021년 6월 '영등포 도심역세권 재개발' 정비계획이 결정 고시됐다. 영등포동4가 431-6번지 일대 2만3094㎡에 최고 높이 150m, 용적률 최대 700%를 적용해 공동주택 993가구와 오피스텔 477호, 업무·판매시설을 짓는 계획이다. 조합은 건물주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구조다. 성매매 장소를 제공한 건물주들이 처벌받지 않으면 그대로 재개발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집결지 업소 29곳 가운데 19곳이 스스로 철거했다. 나머지 업소들도 사실상 폐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오승윤 다시함께상담센터 소장은 JTBC에 "이번 집중수사는 성매매 장소 제공자와 알선자의 책임을 규명하고 부동산 몰수보전까지 추진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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