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조개찜 식당에 걸려온 황당한 전화… 확인차 전화하니 '착신 정지'

조개찜을 먹고 일행 4명이 모두 배탈이 났다며 20만 원을 요구한 남성. 그러나 식당 CCTV에서는 이들이 방문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남성이 제출한 병원 영수증도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연은 지난 5일 JTBC '사건반장'을 통해 알려졌다.

조개찜을 먹고 일행 4명이 모두 배탈이 났다며 20만 원을 요구한 남성. 그러나 식당 CCTV에서는 이들이 방문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자료 이미지.

조개찜 먹고 4명 모두 배탈 났다며 항의

사건은 지난 4일 시작됐다. 서울에서 해산물 요리 식당을 운영하는 A 씨는 점심 영업을 준비하던 중 한 남성으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았다.

남성은 지난 2일 저녁 일행 4명이 식당에서 음식을 먹은 뒤 모두 배탈이 났다고 주장했다. 병원 진료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어제 온종일 누워 있다가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전화했다"며 "나 혼자 탈이 났으면 그런가 보다 하겠는데 4명 모두 탈이 난 걸 보니 음식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JTBC '사건반장' 방송화면 캡처 1. / 유튜브 'JTBC News'

A 씨는 우선 사과한 뒤 자세한 상황을 확인하려 했다. 그러나 남성은 주문한 메뉴를 묻자 "조개를 먹었다"는 말만 반복했다. A 씨가 조개찜을 먹었느냐고 되묻자 그제야 맞다고 답했다.

A 씨는 매일 새벽 공급받은 조개를 당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었다. 남은 조개는 재사용하지 않고 폐기하는 등 식재료 관리에도 신경을 써왔다. 다만 음식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대화를 이어갔다.

처음에는 불쾌한 마음에 전화했다고 밝힌 남성은 대화가 이어지자 금전적 보상을 요구했다. 일행 4명의 병원비와 식사 비용을 합쳐 약 20만 원을 돌려달라는 것이었다.

영수증 요청하자 방문 대신 송금 요구

A 씨는 영수증을 가지고 식당에 방문하면 즉시 환불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남성은 "차로 30분 거리라 기름값이 아깝다"며 방문을 거부했다. 대신 계좌로 돈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A 씨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비 영수증을 요청했다. 남성은 A 씨의 개인 연락처로 영수증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하지만 사진에는 병원 방문 날짜가 보이지 않았다. 영수증도 일행 4명분이 아닌 한 장뿐이었다.

A 씨는 날짜가 표시된 병원 영수증을 다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나머지 일행의 진료비 영수증과 당시 식사 결제 영수증도 요구했다.

그러나 남성은 추가 자료를 보내지 않았다. 환불을 요구하며 적극적으로 항의하던 남성은 더 이상 답장하지 않았다.

CCTV 어디에도 없었던 남성 4명

수상함을 느낀 A 씨는 매장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을 확인했다. 남성이 주장한 날짜와 시간대에 남성 4명이 방문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해당 시간대에 남성 4명이 함께 식사한 기록은 없었다. 가장 비슷한 일행은 남성 5명이 모인 테이블이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식당 단골손님이었다. A 씨가 직접 전화해 확인한 결과 일행 중 식사 후 배탈이 난 사람은 없었다.

A 씨는 남성이 방문 날짜를 잘못 기억했을 가능성도 고려했다. 이에 전날과 전전날 저녁 시간대의 CCTV까지 확인했다. 하지만 남성 4명이 함께 방문한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이후 A 씨는 정확한 방문 날짜를 확인하기 위해 남성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상대방의 휴대전화는 이미 '착신 정지' 상태였다.

A 씨는 "다행히 돈을 입금하진 않았지만 농락당한 기분"이라며 황당한 심경을 전했다.

인터넷에서 발견된 똑같은 병원 영수증

남성이 제출한 영수증에서도 수상한 정황이 드러났다.

'사건반장' 제작진이 확인한 결과 해당 영수증은 지난해 봄 인터넷에 게시됐던 사진과 동일했다.

두 사진은 촬영 구도부터 일치했다. 진료비 총액과 공단 부담금 및 환자 부담금도 같았다. 금액은 1원 단위까지 일치했다.

JTBC '사건반장' 방송화면 캡처 2. / 유튜브 'JTBC News'

남성이 실제로 병원에서 발급받은 영수증을 제출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을 사용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A 씨는 자영업자들이 손님의 문제 제기를 쉽게 외면하기 어렵다는 현실도 털어놨다.

그는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문제를 제기하면 매장 잘못이 아니더라도 원만히 해결하려는 경우가 많다"며 "자칫하면 돈을 보낼 뻔해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현행 형법에 규정된 사기죄와 미수범 처벌

현행 형법은 사람을 속여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를 사기죄로 규정한다.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람을 기망해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사람을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같은 조 제2항은 이러한 방법으로 제3자가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도록 한 경우에도 동일한 형을 적용한다.

사기죄는 범행이 완성되지 않아도 처벌받을 수 있다. 형법 제352조는 사기죄의 미수범도 처벌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형법 제25조 제1항에 따르면 범죄 실행에 착수했으나 행위를 끝내지 못했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 미수범으로 처벌한다. 같은 조 제2항은 미수범의 형을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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