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에게 욕설해 법정 선 70대 승객이 무죄를 받은 이유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BBOOGIE-shutterstock.com

울산에서 시내버스 기사와 말다툼을 벌이다 다른 승객들이 보는 앞에서 욕설한 70대 승객이 모욕죄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버스 탑승 과정에서 시작된 언쟁이 서로 반말을 주고받는 다툼으로 이어졌고, 재판부는 욕설이 충동적이고 일회적으로 나온 표현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한 발언이라는 사실만으로 모욕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정도의 표현인지가 판단 기준이라는 취지다.

울산지법 형사8단독(부장판사 김정진)은 모욕 혐의로 기소된 70대 중반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지난 4월 저녁 울산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시내버스에 올라타던 중 20대 후반 운전기사 B씨와 언쟁을 벌였다.

당시 B씨는 계단을 오르는 A씨에게 승차 위치와 교통카드 태그 순서를 안내했다.

B씨가 “할아버지, 다 올라서서 카드를 찍으세요”라고 두 차례 말하자 A씨는 “왜”라고 반응하며 항의했다.

이에 B씨는 “왜? 넘어질까. 가까운데 앉아, 가까운데”라고 말했고, A씨는 반말을 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A씨는 B씨에게 왜 반말을 하느냐는 취지로 따졌다.

두 사람의 대화는 이후 감정적인 말다툼으로 번졌다.

서로 언성을 높이며 옥신각신하던 중 A씨가 다른 승객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B씨에게 욕설을 했고, 이 일로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버스 안에 다른 승객들이 있었던 만큼 발언이 공개된 장소에서 이뤄졌다는 점도 사건의 쟁점이 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발언이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욕설이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점과 형사처벌 대상인 모욕행위인지는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상황은 승객과 버스기사가 승차 절차를 두고 의견을 주고받다가 반말 문제로 다툰 과정이었으며, A씨의 욕설도 그 과정에서 충동적으로 한 차례 나온 표현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을 나타내면서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이나 욕설을 사용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하는 표현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상대방의 감정이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수준을 넘어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표현이어야 한다는 취지다.

모욕죄는 형법 제311조에 규정된 범죄로,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경우 처벌하는 조항이다.

혐의가 인정될 시 1년 이하의 징역·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한편 최근 법원에서 말다툼 도중 나온 거친 욕설의 형사처벌 여부를 판단할 때 발언의 표현에만 얽매이지 않고 발언이 나오게 된 전체적인 맥락과 우발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대법원이 상대방을 비하하는 성격의 거친 언사라 할지라도 당사자 간의 관계나 당시 상황 등 객관적인 제반 사정을 참작해 모욕죄의 성립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법리를 이어가면서 하급심에서도 이와 유사한 무죄 판결이 이어지는 추세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26 사법연감(2025년 사법 통계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1심 형사공판 사건은 총 22만 2833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처럼 일상적인 대면 시비나 온라인 설전에서 비롯된 인격권 침해 범죄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으나, 일시적인 분노나 감정 표출 과정에서 튀어나온 단발성 욕설이나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은 무조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 사법부 내에서 힘을 얻고 있다.

경찰청 자료 등에서도 대중교통 운수종사자와 승객 간의 폭력 및 시비 신고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으나, 단순한 언쟁 중 발생한 거친 무례가 모두 모욕죄의 형사처벌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판결에 대해 "상대방의 명예를 깎아내리려는 고의성 유무와 거친 표현이 나오게 된 전후 맥락을 엄격히 구분하겠다는 사법부의 가이드라인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