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트럼프 향해 “특유의 통 큰 결단, 한반도 교착 상황 푸는 유일한 열쇠”

미국 랜드연구소 좌담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 / 문재인 전 대통령 페이스북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다음 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전환 국면)이 될 수 있다며 미국과 북한에 대화를 촉구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산타모니카 랜드연구소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4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 예정돼 있다. 이번 방중이 멈춰 선 한반도 평화의 시계를 다시 돌릴 수 있는 소중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서는 "다시 한번 결단을 기대한다. 특유의 '통 큰 결단'이 지금의 교착 상황을 푸는 유일한 열쇠가 될 수 있다"라며 "한반도 평화의 새 길을 연다면 '피스메이커'로서 세계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업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만나기 힘든 최상의 대화 파트너"라며 "대화 의지를 밝힌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의 손을 잡길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고립과 대결은 결코 북한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라며 "하루속히 대화에 나서는 용기를 선택해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길로 나아가길 바란다"라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문화 강국이 된 한국의 역할도 강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이제 단순히 경제·군사 강국을 넘어 높은 문화적 역량으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소프트파워 국가"라며 "세계와 연대하며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확산시키는 선도국가로서 책임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배우자 김정숙 여사와 미국 LA를 방문했으며 태평양세기연구소 만찬에 이어 이날 싱크탱크 랜드연구소를 찾았다.

다음은 문재인 전 대통령 연설문 전문이다.

<랜드연구소 라운드테이블 연설>

1.

존경하는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 관계자 여러분, 함께해주신 PCI 지도자와 내외 귀빈 여러분, 반갑습니다.

객관적 사실과 전략적 통찰을 바탕으로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해 온 랜드연구소의 초당파적 헌신에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오늘 이 자리가 랜드연구소의 통찰과 PCI의 가교(Bridge) 정신을 잇는 소중한 대화의 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대한민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에서 독립한 나라 중 유일하게 선진국 반열에 오른 경이로운 나라입니다. 눈부신 경제성장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함께 이룩했고, 높은 문화 역량으로 전 세계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책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민들이 흘린 피와 땀의 결실이지만, 그 성취의 바탕에는 한미 동맹이라는 흔들림 없는 안보의 토대가 있었습니다.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변함없는 동반자가 되어준 미국의 도움은 대한민국이 다시 일어서는 원동력이었으며, 기적 같은 번영을 가능케 한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한국의 전임 대통령으로서 진심을 담아, 한국 국민들의 고마움을 전합니다.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대한민국은, 이제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국제사회에서 요구받는 역할과 중요성도 그만큼 커졌습니다. 지정학적 요충지에 세계적 수준의 첨단 기술 역량과 굳건한 민주주의, 높은 문화 역량을 함께 갖춘 한국은, 모든 면에서 미국의 가장 귀중한 전략적 파트너입니다.미국에게 대한민국만큼 신뢰할 수 있고 검증된 우방은 없습니다. 이 특별한 우정을 바탕으로 한미 양국이 더 밝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길 바랍니다.

2.

내외 귀빈 여러분,

내가 대통령에 취임할 당시,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라는 거대한 파고 앞에 서 있었습니다. 당면한 군사적 충돌을 막는 것이 급선무였지만, 나는 위기를 관리하는 데 머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평화의 전기를 마련할 전략적 기회로 여기고, 그 실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전쟁의 위협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70년간 이어져 온 불안정한 정전 체제를 항구적인 평화 체제로 전환하는 것만이 한반도의 생존과 번영을 약속하는 유일한 길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으며, 9.19 군사합의로 일체의 남북 간 적대행위를 중단시키고, 군사적 긴장을 실질적으로 완화했습니다. 또한 끈기있는 중재와 외교적 노력을 통해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 순간을 이끌어 냈습니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실로 담대한 평화의 여정이었습니다.

비록 하노이 2차 북미 정상 회담이 ‘노딜’로 끝나면서 목표했던 결실을 맺지 못한 것이 뼈아픈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그 발걸음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닙니다. 평화는 단번에 완성되는 성벽이 아니라, 끊임없이 물길을 내며 나아가는 강물과 같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환경은 당시보다 훨씬 엄중하고 위태롭습니다. 미·중 갈등 격화와 북·중·러의 밀착 속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더욱 고도화되었습니다. 대화의 문은 굳게 닫혔고, 한반도 평화의 시계는 멈춰 섰습니다. 상황이 악화된 만큼, 문제를 풀어나가는 해법도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우리는 지난 시기의 경험에서 교훈을 찾고, 과거의 관성을 뛰어넘는 대담하고 창의적이며 실용적인 해법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입니다.

지난 경험을 돌이켜보면, 한·미가 북한과 대화를 단절하고 압박에 올인했을 때, 북한은 오히려 핵 능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반면, 대화 국면이 조성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가동될 때 북한은 핵 개발을 중단하고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모색했습니다.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실증적 기록입니다. 북한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유효한 전략은, 결국 ‘대화’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나는 하노이 회담의 실패 원인을 다시금 되새겨 봅니다. 협상은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며 상생의 길을 찾는 예술입니다. 당시 단계적·동시적·실용적 해법으로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길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생이라는 협상의 기본 원칙보다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라는 이념적 접근이 앞서면서 끝내 타결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만약 당시 협상이 타결되었다면, 북한 비핵화는 벌써 불가역적으로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을 것이며 북미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의 역사적 전환점이 되었을 것입니다. 협상의 불발은 결과적으로 북한을 더욱 고립과 폐쇄의 길로 몰아넣으며 핵과 미사일 고도화라는 우리 모두가 원치 않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결코 바라지 않았던 결과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아쉬움이 평화의 포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다시 신뢰를 복원하고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합니다. 나는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의 개인적 신뢰가 외교적 교착을 뚫을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믿습니다.

마침 오는 4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나는 이번 방중이 멈춰 선 한반도 평화의 시계를 다시 돌릴 수 있는 소중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습니다. 작은 기회라도 놓치지 않고 실질적 변화를 일구는 지혜가 절실합니다.

나는 다시 한번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기대합니다. 특유의 ‘통 큰 결단’이 지금의 교착 상황을 푸는 유일한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의 아쉬움을 딛고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길을 연다면, ‘피스 메이커’로서 세계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업적이 될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촉구합니다. 대화의 의지를 밝힌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의 손을 잡기를 바랍니다. 김 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만나기 힘든 최상의 대화 파트너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평화와 협력 의지도 분명합니다. 고립과 대결은 결코 북한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하루속히 대화에 나서는 용기를 선택하여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길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북미 대화의 재개를 위한 미국의 적극적인 노력과 더불어, 한국의 역할이 지닌 중요성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역사가 증명하듯 남북 관계의 개선은 북미 대화의 강력한 동력이 되었고, 한미가 긴밀히 공조할 때 평화 프로세스가 전진할 수 있었습니다.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는 선순환의 두 축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한국의 이재명 정부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바탕으로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면서 거듭거듭 대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 초래한 남북 관계 파탄이 너무나 크고 깊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열기 위해 최대한 인내하며 노력하고 있는 이재명 정부를 신뢰하고 성원해 주기 바랍니다.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평화의 여건을 마련하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은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의 든든한 토대가 될 것입니다.

한미 양국은 한반도 평화를 향해 함께 손잡고 동행해야 합니다. 우리의 동행이 위협에 대응하는 안보 공동체를 넘어, 평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평화 동맹’의 시대로 나아가길 기대합니다.

3.

내외 귀빈 여러분,

지금 세계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의 보편적 협력 질서가 무너지는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오랜 시간 쌓아온 국제적 연대와 동맹의 질서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미국이 세계를 이끌어 온 도덕적 권위도 도전받고 있습니다. 나는 미국이 다시금 연대와 협력을 주도하는 리더십을 발휘해 주길 바랍니다.

최근 이란을 둘러싼 무력 충돌과 긴장 고조에 국제사회는 깊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중동 지역의 불안정은 해당 지역의 문제를 넘어 전 세계의 에너지 안보와 경제, 일상의 평화를 크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무력 사용이 결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증오와 보복의 악순환으로 더 큰 비극을 낳을 뿐입니다. 분쟁적인 상황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국제사회는 무력 사용을 억제하고, 대화와 외교를 통한 평화적 해결에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마주한 위기는 이처럼 결코 단편적이지 않습니다. 이란 사태와 같은 전통적 안보 위협부터 기후 위기라는 실존적 위협, 인공지능 시대가 던지는 윤리와 안보의 도전, 그리고 언제 다시 닥칠지 모르는 새로운 팬데믹의 공포까지, 우리는 그야말로 ‘복합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파고를 어느 한 나라, 어느 한 지도자의 힘만으로는 결코 넘어설 수 없습니다.

나는 이 위기를 극복할 유일한 길은 ‘대화를 통한 평화’와 ‘포용과 협력’이라는 근본 가치로 돌아가는 것이라 믿습니다. 자국 우선주의와 진영 논리에 갇히는 것은 인류 사회를 퇴보시키고, 공멸을 불러올 위험성이 큽니다. 오직 열린 마음으로 머리를 맞댈 때만이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시대적 소명을 깊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단순한 경제·군사 강국을 넘어, 높은 문화적 역량으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소프트파워 국가입니다. 한국의 문화가 국경을 넘어 사랑받는 것은 대한민국이 가진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인간 존엄의 가치가 전 세계와 깊이 공명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와 연대하며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확산시키는 선도 국가로서 그 책임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한국의 이재명 정부는 글로벌 안보와 평화는 물론, 기후 위기와 기술 혁명 등 인류의 미래가 걸린 모든 과제에서 세계 각국과 발맞추며 기여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제 국가와 정파를 초월해야 합니다. 전 세계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초당적으로 협력하며 ‘나’보다는 ‘우리’를 우선하는 연대의 정신을 발휘해야 합니다.

이처럼 엄중한 대전환의 시기에 정부에 앞서 민간 외교의 지평을 비약적으로 넓히고 전문가들의 전략적 연대와 활동을 한층 더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랜드연구소와 같은 세계적인 싱크탱크와 전문가 여러분의 지성적 연대가, 우리가 마주한 어려운 시대적 과제들을 풀어낼 실질적인 해답을 제시해 줄 것이라 믿습니다. 여러분이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지혜의 중심이자, 올바른 길을 안내하는 흔들림 없는 나침반이 되어주시길 기대합니다.

4.

존경하는 귀빈 여러분,

평화는 결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에게만 허락되는 고귀한 선물입니다. 대한민국은 굳건한 한미 동맹의 토대 위에서 다시 평화의 시계를 돌려, 새로운 한반도 시대가 열리길 간절히 희망하고 있습니다.

랜드연구소의 통찰력 있는 헌신이 한반도와 아태 지역의 평화와 번영의 길을 밝히는 든든한 등대가 되어주길 기대합니다. 여러분의 건승과 한미 양국의 영원한 우정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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