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트럼프 입에서 "뼛속까지 느낄 때" 말 나온 이유

"뼛속까지 느낄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이 언제 끝날 것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개전 2주가 지난 지금도 종전의 조건과 시점을 본능과 직감으로 가늠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말 한마디는 미국이 왜 이란에 대해 전례 없는 군사적 강경 노선을 밀어붙이고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가장 정확하게 설명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백악관 홈페이지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폭스뉴스라디오 '브라이언 킬미드 쇼' 인터뷰에서 향후 일주일간 이란을 매우 강하게 타격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달 28일 이란에 대한 공동 군사 작전인 '오퍼레이션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를 개시한 지 14일째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전력 90%를 파괴했다고 자평하면서도 공세를 멈추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강경 일변도 기조의 배경에는 핵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에너지 안보, 정권 교체 야망, 이스라엘과의 동맹, 그리고 국내 정치적 계산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강경한 첫 번째 이유는 핵 문제다. 트럼프 행정부는 개전 명분으로 이란의 핵무기 개발 위협을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이란이 미국 본토까지 타격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곧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CNN은 이 주장이 미 정보 당국의 평가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미 국방정보국(DIA)의 비기밀 평가서는 이란이 ICBM 능력을 갖추려면 2035년까지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방부 역시 의회 브리핑에서 이란이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이 없는 한 미군 기지를 타격할 계획이 없었다고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무기급 농축 우라늄 확보를 위한 협상에 진정성 없이 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피트 헥세스 국방장관은 개전 직후 성명에서 이란이 협상을 지연 전술로 활용하며 미사일 전력 재건과 핵 야망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 '오퍼레이션 미드나이트 해머'로 이란 핵시설을 상당 부분 파괴했음에도 이란이 근본적으로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배경은 호르무즈 해협 에너지 안보다. 개전 이후 이란이 사실상 봉쇄를 선언한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개전 첫날 해협을 닫겠다고 선언한 이후 국제 유가는 한때 30% 이상 폭등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 200만에서 250만 배럴, 이라크는 290만 배럴, UAE는 80만 배럴, 쿠웨이트는 50만 배럴씩 생산량을 줄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백악관 홈페이지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흐름을 방해할 경우 지금보다 20배 더 강하게 타격하겠다고 경고하며, 이란이 회복 불가능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사상 최대 규모의 긴급 비축유 방출을 승인했고, 미국 정부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기까지 했다. 에너지 안보 위기가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 강도를 높이는 직접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세 번째 배경은 정권 교체 야망과 이 사이에서 나타나는 모순적 메시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전 초기 이란 국민에게 자유의 시간이 왔으며 정부를 접수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개전 2주가 지난 지금까지 이란 내부에서 대규모 봉기나 권력 균열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사실을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무기가 없는 이들에게는 큰 장애물이라며 봉기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아마도 당장은 아닐 것이라고 물러섰다.

CNN과 NBC 등은 이란 군사 작전의 목표가 수시로 바뀌었다고 지적한다. 개전 초기에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파괴와 해군력 제거, 핵 프로그램 무력화가 목표였다. 그러다 지난 6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조건 항복 외에는 이란과 어떠한 협상도 없다고 선언하며 목표를 사실상 정권 교체로 격상했다.

이와 관련해 알자지라는 미국이 압도적인 화력을 동원해 이란의 미사일 기지나 핵 시설을 파괴할 수는 있지만, 폭탄만으로는 무너진 정권을 대신할 새로운 정부나 평화 체제 같은 정치적 대안을 결코 구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이 상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정치적 목적보다 파괴 그 자체에만 과도하게 매몰돼 있으며, 전쟁 이후의 혼란을 수습할 구체적인 설계도가 전혀 없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선출도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노선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망 후 그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데 대해 실망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전날 처음으로 공개 메시지를 내고 계속 싸우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걸프 아랍 국가들에 대한 추가 공격과 다른 전선 개방을 위협했다.

네 번째 배경은 러시아의 이란 지원 정황과 그에 얽힌 복잡한 국제 역학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란을 일정 부분 돕고 있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실제 미 정보 당국은 러시아가 미군 함선과 항공기의 위치 및 이동 정보를 이란에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이러한 행보를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에 대한 단순한 보복성 대응으로 규정하며 의미를 축소했다. 특히 이란의 드론 공세를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실전 경험이나 전문가 파견이 필요하다는 일각의 제안에 대해서는 미국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점을 들어 우크라이나의 도움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이는 전쟁의 주도권이 전적으로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에 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러시아와 중국이 이번 전쟁의 승패를 가를 결정적 변수는 아니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국제사회의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G7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과의 전쟁을 신속히 종식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할 것을 촉구했다. 스페인이 미군의 자국 기지 사용을 거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스페인과의 모든 무역을 단절하겠다고 위협했다. 채텀하우스는 미국이 국제 질서를 해체하는 중대한 조치를 취했다고 비판하며, 유엔 안보리의 위임 없이 전쟁에 나서는 것이 무력 사용을 새로운 표준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노선 뒤에는 국내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 NBC 뉴스가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는 유권자의 54%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쟁 대응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솟는 휘발유 가격이 미국 유권자들의 일상을 압박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이 끝나면 경제가 곧바로 반등할 것이라며 민심을 달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트루스소셜에 그들이 47년간 세계 곳곳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죽였고 이제 47대 대통령인 내가 그들을 죽이고 있다고 쓰며 공세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개전 2주 만에 이란에서 1300명 이상이 숨지고 미군 13명이 전사했다. KC-135 공중급유기 추락으로 미군 6명이 추가로 숨지는 등 미국의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전역에서 2000개 이상의 표적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란 내 민간인 피해도 논란이다. CNN의 위성 분석에 따르면 미국이 발사한 토마호크 미사일이 이란의 한 초등학교를 타격해 어린이를 포함한 다수의 민간인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보도에 대해 자신은 어리석은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전쟁의 종착점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뼛속까지 느낄 때 끝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전쟁을 언제 끝낼지를 설명하는 유일한 공식 기준이다. 그 뼈의 감각이 이란 국민의 봉기일지, 새 최고지도자의 항복일지, 호르무즈의 재개통일지, 아니면 전혀 다른 무엇일지는 트럼프 대통령도 아직까지 밝히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하고 전쟁을 끝내는 '셀프 종전 선언'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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