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지 말라" 이 대통령, 삼성전자 노조 겨냥해 작심 발언 쏟아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2회 국무회의 겸 제9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은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지부(이하 초기업노조)를 겨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지금 일부 노동조합이 단결권·단체행동권을 통해 단체교섭을 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은데, 거기에도 적정한 선이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기 위해 우리가 특별한 보호를 하기도 하지만, 노동3권에도 연대와 책임이라는 아주 중요한 원리가 작동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동3권은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몇몇 사람만의 이익을 위해 집단으로 뭔가를 관철해내도록 무력을 준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기업에는 여러 이해관계인이 관여한다. 노동에 대해서는 정당한 노동의 대가가 보장돼야 하지만, 채권자 역시 채권을 회수할 수 있어야 하고 소비자도 보호해야 하고 연관된 기업 생태계도 보호해야 한다"며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선을 넘지 않아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 이익 배분 원칙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투자자들의 경우 위험과 손실을 부담했으니 당연히 이익을 나눠 갖는 권한을 갖는다. 영업이익을 배분받는 건 투자자와 주주"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2회 국무회의 겸 제9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중동전쟁 관련 비상국정운영 및 대응현황을 듣고 있다. / 뉴스1

그러면서 "정부도 세금을 깎아주기도 하고 시설을 지원해주고, 제도를 정비하거나 외교적 노력을 통해 특정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한다"며 "이 국민 공동의 몫이라고 할 수 있는 영업이익을 세금도 떼기 전에 일정 비율로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 것은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투자자도 세금을 떼고 배당을 받지 않나"라며 "저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거듭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결국 이 모든 조정의 최종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사회 구성원들이 적정한 선을 지키고 그 안에서 자신들의 권리와 표현을 하도록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이날 중앙노동위원회의 2차 사후 조정에서도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총파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나왔다. 초기업노조를 향해 파업보다는 다른 해법을 모색할 것을 압박하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마지막 걸림돌은 적자 사업부에 대한 성과급 배분 비율이었다. 노조는 성과급 재원의 70%를 반도체(DS) 부문 전체가 동등하게 나누고 나머지 30%만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자고 요구했다. 반도체 부문 임직원 7만8000명 중 적자 사업부인 비메모리 소속이 2만여 명에 달하는 만큼 이들을 아우르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반면 사측은 이 요구대로면 적자 사업부 임직원도 연간 수억 원의 성과급을 받게 된다며 성과주의 인사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중노위는 이날 노사 양측에 조정안을 제시했고 노조는 수락 의사를 밝혔으나, 사측은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결국 2차 사후 조정은 불성립으로 끝났다.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은 사측의 유보가 단순한 의사결정 지연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해 사측의 태도가 완강함을 시사했다.

다만 박 위원장은 "노사 대립이 상당히 많았는데 내용에 대해 상당히 접근했다"고 평가했고, 사업부별 배분 비율에 대해선 "그 항목은 노조가 양보를 많이 했다"고 밝혀 협상의 여지가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님을 시사했다.

노조는 총파업 선언을 하면서도 대화의 문을 열어뒀다. 최승호 노조 공동투쟁본부 위원장은 "저희는 언제나 대화할 의사가 있고, 타결을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 사후조정 절차가 있다면 성실하게 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추가 조정 또는 노조와의 직접 대화를 통해 마지막까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역시 자율 교섭을 통한 해결이라는 원칙 아래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박 위원장은 "노사가 신청하면 밤이든 휴일이든 언제든지 응해주겠다"고 했고, 홍경의 노동부 대변인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이날 예정된 공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청사에서 상황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도 변수로 떠올랐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법 76조에 근거한 제도로, 노동부 장관이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쟁의행위를 중단시키고 강제 조정 절차에 돌입할 수 있는 권한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정부는 국민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혀 발동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노동부는 아직 선을 긋고 있다. 홍 대변인은 "아직 파업 전의 대화 시간이 남은 상황에서 (긴급조정권 관련한 이야기는) 성급한 단계"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도 김 장관과 긴급조정권 발동을 논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일축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파업·태업·피케팅·불매운동·집단 휴가 신청 등 모든 쟁의행위가 즉시 중단돼야 하며, 이후 30일이 지나야 다시 쟁의행위가 가능해진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후 중노위가 다시 조정 절차를 시작하며, 조정이 불발될 경우 중재 절차로 넘어간다. 중재재정은 단체협약과 동일한 법적 강제력을 갖는다.

노동계는 긴급조정권 발동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정부가 직권으로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경우 강력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반면 경제 6단체는 "파업이 발생한다면 즉각적으로 긴급조정권을 발동해 국민경제 및 산업생태계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보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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