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총리 후보자 첫 소감에 ‘코르티스 가사’…파격 지명 뒤 꺼낸 말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가 첫 출근길에서 무거운 책임감과 민생경제 대응 의지를 동시에 밝혔다. 한 후보자는 정부 출범 2년 차를 “전환적인 시기”로 규정하며, 총리 후보자 지명에 대해 “굉장히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가 8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인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출근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 뉴스1

정치권의 관심은 한 후보자가 비정치인 출신이라는 점과 함께, 이재명 정부 2기 국정 운영의 방향을 어디에 둘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한 후보자가 실제 국회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을 경우 이재명 정부는 ‘19년 만의 여성 총리’라는 상징성과 함께 민간 기업 출신 총리를 전면에 세운 새 국정 운영 구도를 맞게 된다.

첫 출근길서 밝힌 소감…“무거운 책임감 느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8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첫 출근하며 지명 소감을 밝혔다.

한 후보자는 “정부 출범 2년 차를 맞이하는 전환적인 시기에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받은 것에 대해 굉장히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가 8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인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 앞에서 지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 / 뉴스1

이어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1년간 이뤄낸 성과에 감사를 표하며 “그 성과를 이어가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과 무거움, 사명감이 앞선다”고 했다.

한 후보자가 첫 일성에서 강조한 것은 민생경제와 산업 전환이었다. 그는 국무총리로 임명될 경우 “먼저 당면한 민생경제 비상상황을 타개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또 “AI(인공지능)로 가속화하는 산업재편과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에서 AI 대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혁신을 가속화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후보자는 혁신의 성과가 특정 산업이나 기업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그 과실이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기회와 성장으로 이어지는 구조의 전환도 이뤄가야 한다”며 “국회와 성실히 소통하고 각 부처 간 긴밀한 협력을 이끌면서 다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을 위해 언제나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정치인 아닌 ‘기업인 총리’ 카드…민생경제·AI 전환 전면에

청와대는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해 이 대통령이 한 장관에게 임명장 수여 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연합뉴스

한 후보자 지명은 정치권에서 ‘파격 발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방선거 이후 사의를 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오래전부터 나왔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도 김 총리의 뒤를 이을 ‘2기 총리’ 후보군을 다각도로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지방선거 직전 최종 후보를 세 명으로 압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정성호 법무부 장관,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대상이었다.

세 후보 모두 차기 총리로서 각각의 강점을 갖췄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고민도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주말 사이 다양한 여론을 수렴한 끝에 선택된 카드는 ‘기업인 총리’인 한 후보자였다.

이번 인선의 배경에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을 야당에 내주는 등 민심의 ‘경고등’을 확인한 상황에서, 국정 운영의 무게중심을 경제 성과에 둬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출신보다 실제 기업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가 내각을 통할하는 것이 선거 민심에 부응하는 길이라는 계산이다.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 / 연합뉴스

한 후보자도 자신의 강점을 행정 효율과 데이터 기반 혁신에서 찾았다. 그는 향후 추진하고 싶은 정책과 관련해 “이미 정부 부처가 전체적으로 하는 것이 서류 줄이기 관련 작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를 잘 연결하면 굳이 국민이 (서류)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있어서 속도감 있게 처리하면 국민에게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는 것(변화)으로 느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 김민석 총리와 달리 정치인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는 “저는 모든 총리가 시대에 맞춰 다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저에게 요구된 것이 무엇인지 집중해 제가 풀 수 있는 문제를 푸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청문회 과정은 변수다. 한 후보자는 자신의 부동산 문제에 대한 질문에는 “관련한 것은 청문회에서 성실히 답변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상징성과 전문성을 넘어 국정 조정 능력, 도덕성 검증까지 통과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는 셈이다.

김애란 문장에 ‘코르티스 가사’까지…“울타리 넘겠다”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가 8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인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 앞에서 지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 / 뉴스1

한 후보자의 첫 출근길 발언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총리직에 임하는 각오를 설명한 마지막 답변이었다. 그는 문학 작품과 K팝 가사를 함께 인용하며 자신의 태도를 밝혔다.

한 후보자는 김애란 작가의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에 실린 문장인 “살면서 어떤 긴장은 이겨내야만 하고 어떤 연기는 꼭 끝까지 무사히 마친 뒤 무대에서 내려와야 한다”를 소개했다.

이어 K팝 그룹 코르티스의 히트곡 ‘레드레드’(REDRED)의 일부 가사도 언급했다. 총리 후보자의 첫 공식 소감에서 K팝 가사가 등장한 것은 다소 이례적인 장면이다. 무거운 국정 과제와 청문회 검증을 앞둔 상황에서, 한 후보자가 젊은 세대와 문화적 감각까지 함께 끌어온 것으로도 읽힌다.

한 후보자는 이를 바탕으로 “몸 사리지 않고 신호등이 바뀌고 시대가 바뀐 것에 맞춰서 과감하게 울타리를 넘을 수 있는 것을 넘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가 8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인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 앞에서 지명 소감을 밝히기 전 인사하고 있다 / 뉴스1

이 발언은 한 후보자가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을 단순한 관리형 총리로 한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민생경제 비상상황, AI 대전환, 글로벌 복합위기라는 과제를 앞에 두고 기존 행정 문법에 머물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다만 과제는 분명하다. 한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이재명 정부는 여성 총리와 기업인 출신 총리라는 상징성을 동시에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상징성만으로 정국을 돌파하기는 어렵다. 민생경제 성과, 부처 간 조정 능력, 국회와의 소통력이 실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결국 한 후보자의 첫 소감은 책임감과 혁신 의지를 동시에 담은 출발점이었다. “무거운 책임감”을 말한 그는 동시에 “과감하게 울타리를 넘겠다”고 했다. 파격 발탁의 의미가 실제 국정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이제 청문회와 이후 국정 운영 과정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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