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의 부실함도 부정선거”…선거 불복 공개적으로 외친 '낙선자' 등장

6·3 지방선거에서 충북도지사 선거에 낙선한 김영환 충북지사가 선거 결과에 공개적으로 불복하고 나섰다. 낙선 이후 지난 7일 SNS를 통해 직접 작성한 글에서 "한 장의 부실함도 부정선거"라고 규정하며 재선거를 촉구했다. 현직 광역단체장이 선거에서 패배한 직후 공개적으로 결과에 불복하는 것은 이례적인 행보로,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선거 불복' 공개적으로 외친 김영환 충북지사. / 김영환 지사 페이스북

"1,000명 명부 누락은 참정권 침해"

김 지사가 불복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본 투표일인 지난 3일 청주의 한 투표소에서 발생한 선거인명부 누락 사건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5분쯤 청주 개신주공1단지 경로당에 마련된 성화개신죽림동 제5투표소에서 유권자 한 명이 투표 개시와 함께 투표소를 찾았으나 선거인명부에 자신의 이름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투표사무원이 확인에 나선 결과 해당 명부에서 총 1000명의 이름이 누락돼 있었다.

선관위는 출력 오류로 파악하고 명부를 재출력해 약 20분 만에 투표를 재개했다. 재출력 전까지 명부에 이름이 있던 기존 유권자들은 차질 없이 투표를 진행했으나, 이름이 빠진 유권자 8명은 대기 상태에 놓였다.

이 가운데 3명은 별도 종이에 서명하는 방식으로 투표를 마쳤고, 3명은 일단 귀가했다가 아파트 안내방송을 듣고 다시 투표소를 찾아 투표권을 행사했다. 나머지 2명은 개별 연락을 받았음에도 끝내 투표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이 2명은 투표를 하지 못한 채 선거가 마무리됐다.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선거인명부 출력 과정에서 오류가 생기면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꼼꼼히 살피지 못해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충북선관위 관계자도 "유권자들의 투표권 행사에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며 "재출력 이후에는 정상적으로 투표가 진행됐고, 투표를 하지 못한 유권자에게도 관련 절차에 따라 모두 안내했다"고 밝혔다.

낙선자가 직접 쓴 글 "재선거 외치는 청년들과 함께 투쟁"

선관위가 행정 오류로 사과하고 사태를 수습한 상황에서 김 지사는 이를 '부정선거'로 규정했다. 그는 자신의 글에서 "이 1,000명은 재인쇄될 때까지 기다리거나 오후에 다시 오라는 말을 들었고, 실제로 많은 분들이 투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국 60여 투표소에서 벌어진 일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는 일이 충북에서도 일어났다"며 이번 사건을 전국적 맥락과 연결 지었다.

그가 제시한 '부정선거'의 정의는 두 가지다. 첫째는 유권자의 투표 행사를 원천 봉쇄하는 물리적 차단 행위이고, 둘째는 투개표 과정을 왜곡하거나 결과의 신뢰성을 무너뜨리는 행위다. 헌법 제24조와 제25조가 보장하는 참정권이 침해됐다는 논리도 덧붙였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집회가 계속되고 있는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앞에 모여 재선거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스1

김 지사는 올림픽공원 재선거 촉구 집회를 두 차례 찾았다고 밝히며 "재선거를 외치는 청년들의 뜨거운 절규와 뜻을 함께한다"고 했다. 또 "저는 참정권이 훼손된 이번 선거를 결코 승복할 수 없다"고 선언하며 "진실이 승리하고 민주주의가 바로 설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당선인들을 향해 "당선인 신분이었다면 더 당당하게 부정선거를 외쳤을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동참을 촉구했다.

실제 피해는 2명…"행정 오류" vs "부정선거" 간극

이 사건을 둘러싼 핵심 쟁점은 실제 피해 규모와 사건의 성격 규정이다. 선관위 발표 기준으로 이번 명부 누락으로 끝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유권자는 2명이다. 오류 발생 후 20분 만에 명부가 재출력됐고, 선관위는 누락 유권자들에게 개별 연락을 취하는 등 수습 절차를 밟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 지사 측은 "많은 분들이 투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며 선관위 발표와 다른 피해 규모를 시사했다. 선관위의 공식 집계와 낙선자 측 주장 사이의 간극은 이 사건이 단순 행정 오류인지, 아니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중대 하자인지를 가르는 핵심 분기점이다.

김영환 국민의힘 충북지사 후보가 지난달 13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스1

충북도지사 선거 결과를 보면 신용한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54.57%를 득표했고, 김 지사는 45.42%를 얻었다. 두 후보의 격차는 약 9%포인트다. 해당 투표소 한 곳에서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 2명이 선거 결과 자체를 뒤집을 수 있는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선거 불복은 법적으로 선거소송의 형태로 이뤄질 수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 결과에 이의가 있는 후보자는 당선 결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대법원에 선거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소송에서 당선 무효 판결이 나오려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신용한 당선인 "분열 넘어 통합의 도정"

6·3 지방선거에서 충북도지사에 뽑힌 신 당선인은 지난 4일 당선 소감을 밝히며 "도민께서 보내주신 소중한 선택과 성원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신 당선인은 "변화와 혁신,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바라는 도민들의 간절한 마음을 확인한 선거였다"며 "분열과 갈등을 넘어 통합과 상생의 도정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충북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기업 유치를 통해 청년이 지역을 떠나지 않는 충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북부권과 남부권, 도시와 농촌 간 격차를 줄이는 균형발전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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