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세훈이었다면 당장 재선거 선언” 외친 국민의힘 의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정면으로 겨냥하며 "내가 서울시장 당선자(오세훈)였다면 지금 당장 잠실 올림픽공원 현장으로 가서 재선거를 선언할 것 같다"고 12일 밝혔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6·3 지방선거 부실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스1

나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6·3 지방선거는 단순한 관리 부실을 넘어선 불공정이었고, 국가 시스템의 붕괴"라며 "헌정사상 유례 없는 국민 참정권 박탈 사태"라고 규정했다. 이번 회견에는 김선교·유상범·곽규택·주진우·최수진·박충권 의원도 이름을 함께 올렸다.

나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5선에 성공한 오 시장은 앞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등의 재선거 요구에 대해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며 일축한 바 있다. 나 의원은 당선자 본인이 먼저 재선거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잠실 올림픽공원에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시민 수만 명이 집결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나 의원은 이들을 향해 "지금 올림픽공원에 모인 수만 명의 시민들은 당락을 바꾸자고 외치는 것이 아니다"라며 "훼손된 절차적 정당성, 오염된 민주주의를 이대로 묵인할 수 없다는 주권자의 정당한 항의"라고 말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된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나 의원은 재선거 당위성을 헌법 논리로 뒷받침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투표하지 못한 숫자가 당락을 바꿀 규모가 아니라고 해서, 국가가 주권자의 참정권을 원천 봉쇄한 헌법적 위법성마저 덮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거의 유효성은 결과적 득표 차가 아니라 그 전 단계인 절차의 헌법적 정당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나 의원은 "현행법은 선거 규정 위반이 있더라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는 때'에만 선거 무효를 인정한다"며 "잘못은 선관위가 해놓고 투표조차 하지 못한 유권자들에게 사후 입증 책임을 지우는 지독한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이 되듯, 실수도 반복되면 고의가 된다"며 "명확한 부실의 근거가 겹겹이, 그리고 조직적으로 쌓인다면 이를 단순한 무능이나 행정 착오가 아니라 명백한 부정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6·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오세훈 / 뉴스1

나 의원은 전날 이 같은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핵심은 선관위 귀책 사유로 유권자의 투표권이 침해된 경우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해당 선거를 전면 또는 일부 무효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현행 '선거일 후 14일 이내'로 규정된 선거 소청 기간을 '당선인 결정일부터 30일 이내'로 늘리는 내용도 담겼다.

이 밖에도 나 의원은 ▲선관위 해체 및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새로운 선거 거버넌스 구축 ▲투·개표 등 선거 집행 실무를 타 기관에 위임 ▲당일 투표·현장 수개표 원칙 확립 ▲관외 사전투표 폐지 ▲본투표 직전 단 하루, 본투표와 동일 장소에서의 관내 사전투표 실시 등을 요구했다. 그는 "선관위는 헌법이 부여한 최소한의 관리 기능만 남기고,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는 선거 집행 실무는 타기관에 위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관위를 향해서는 "법원 판결 뒤에 숨지 말고 직권으로 부분 재선거를 결단하라"고 촉구하며 "6·3 지방선거 부분 재선거가 이번 부실선거, 부정선거를 바로잡고 민주주의 정당성을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후 나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장동혁 대표가 주장하는 '전면 재선거'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참정권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이 전면 재선거일 수도 있고 부분 재선거일 수도 있다"면서 "부분 재선거 정도가 맞지 않나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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