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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당시 서울 송파구 선거관리위원회가 당일 오전 11시 50분에 투표용지 부족 가능성을 처음으로 인지하고 상급 기관인 서울시 선관위에 긴급 조치를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투표지가 부족한 투표소가 속출하면서 일련번호조차 적히지 않은 투표용지를 현장에 무리하게 내려보내는 등 극심한 혼란이 연출됐고, 결국 투표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막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규명위원회의 조현욱 진상규명위원장은 12일 경기도 중앙선관위 과천청사에서 제3차 위원회의를 마친 후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진상 파악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조 위원장의 브리핑 내용에 따르면 송파구 선관위가 서울시 선관위에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따른 현장 대응을 요청한 구체적인 시각은 3일 오전 11시 50분경이었다. 예상보다 당일 현장 투표율이 높게 나타나면서 추가로 공급할 투표용지에 부여할 일련번호를 신속히 제공해달라는 다급한 요청이었다.
일련번호는 투표용지의 철저한 관리와 정확한 수량 확인을 위해 필수적인 보안 요소로 일선 선관위가 자체적으로 번호 기입 작업을 마친 뒤 투표소로 이송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같은 요청에 서울시 선관위는 약 6분 뒤 일련번호 제공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선 투표소의 투표지 부족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심화했고, 결국 오후 4시 46분경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는 투표를 대기하던 유권자들을 둔 채 투표 중단 사태가 실제로 발생했다.
이후의 현장 상황은 더욱 심각하게 악화했다. 관할 구역 내 각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긴급 요청이 동시다발적으로 접수되자 송파구 선관위는 일련번호 기재조차 생략한 채 무번호 투표지를 투표소에 무단으로 이송하며 현장 투표 관리관이 직접 넘버링을 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밀려드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급기야 오후 5시 9분경 무번호 투표용지 물량마저 거의 소진돼 일선 투표소의 배부 요청에 더 이상 응할 수 없는 마비 상황까지 이르렀다. 투표지 넘버링 과정 또한 총체적 혼란의 연속이었다.
송파구 선관위는 규정된 넘버링 기계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아 다른 기기를 대체해 사용하면서 불필요하게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나아가 엄격하게 관리돼야 할 투표용지 이송 과정에서도 인수인계서 작성이나 수령 매수 및 일련번호 기재 등 필수적인 보안 절차 역시 철저히 무시됐다.
초기에는 송파구 선관위 소속 정규 직원들이 투표용지를 투표소로 직접 이송했지만 빗발치는 물량 부족 사태를 감당하기에는 배송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권한이 없는 사무보조원과 사회복무요원까지 무분별하게 동원됐고, 투표소 측 관계자가 송파구 선관위를 직접 방문해 투표용지를 수령해 가는 황당한 사태도 발생했다.
조 위원장은 일련의 사태를 설명하며 "종합적인 상황을 볼 때 상급 위원회의 현장 지휘권이 전혀 발동하지 못하고 신속한 보고 체계도 갖춰지지 않았다"고 질타한 뒤 "획기적인 선거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거 관리의 기본인 유권자 수요 예측 실패에서 비롯된 대형 행정 참사로 기록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관위는 유권자의 투표권 행사에 지장이 없도록 충분한 투표용지를 사전 인쇄해 관리해야 한다. 투표용지에 일련번호가 누락된 채 현장에 배포된 행위는 부정선거 논란을 자초할 수 있는 치명적인 관리 부실이다. 일련번호는 투표용지의 불법 유출과 위조를 방지하는 핵심 장치로, 무번호 용지가 투표함에 섞일 경우 선거의 무결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참정권이 허술한 행정으로 인해 침해당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며 해당 지역구에서는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유권자들의 항의와 함께 재선거를 요구하는 법적 쟁송 절차까지 제기됐다.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 결과는 선관위가 단순한 인력 부족을 핑계로 삼을 것이 아니라 위기 대응 매뉴얼의 전면 개편과 현장 지휘 체계 확립 등 선거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쇄신 작업에 당장 착수해야 함을 명확히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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