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전격 경질... 무슨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는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직권면직한 것을 두고 야권이 일제히 구체적인 사유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한구(맨 왼쪽) 전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 뉴스1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15일 ‘대미 외교의 기로 속 대안 없는 통상 사령탑의 경질, 도대체 무슨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었던 것입니까’란 제목의 논평을 내고 "한미 관세 협상과 대미 투자, 무역법 301조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라며 "그런데 불과 이틀 전까지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던 통상 사령탑을 후임자조차 정하지 않은 채 전격 교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더 황당한 것은 그 이유"라며 "정부는 구체적인 면직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임면권자의 판단'이라며 입을 닫고 있다"고 했다.

조 대변인은 "이재명 정권은 지난해 국민적 합의도 없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고, 이제 미국으로부터 그 이행을 서두르라는 압박까지 받고 있다"며 "그런데 정작 그 협상을 책임져 온 사령탑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잘라버렸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익을 걸고 외국과 협상하는 핵심 자리를 구체적인 이유조차 밝히지 않은 채 이렇게 공석으로 만들어도 되는 것이냐"며 "특히 미국과의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통상 사령탑을 공석으로 만든 것은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의 대외 협상력과 국익이 걸린 중대한 문제"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권은 '개인적 사유'라는 말 뒤에 숨어 어물쩍 넘어갈 생각을 버리라"며 "국민에게 떳떳하다면 왜 지금 경질해야 하는지 낱낱이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가 대미 투자 이행을 압박하는 국면에서 경질이 이뤄진 점을 문제 삼았다. 이 대표는 "트럼프 정부에서 대미 투자 관련 압박이 나온다는 기사가 나오는 와중에 정부는 여 전 본부장을 경질했다"며 "경질의 사유와 관계없이 미국 측에선 오해할 수밖에 없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아무리 작년에 관세 부과를 앞두고 다급했다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평생 호텔을 지어 팔아서 돈 번 사람"이라며 "호텔만 손해 보는 식의 호텔경제학으로 한미 투자협정을 다루면 가만히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또 "청와대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긴밀한 (관세 협상)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열 달 동안 긴밀했는데 1호가 없다"며 "워싱턴에선 (한국 정부의) 내부가 정리되지 않았거나, 기조를 바꾸겠다는 신호 둘 중 하나로 읽을 것인데 둘 다 우리에게 손해"라고 했다.

이어 "한미 투자협정의 진행 상황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유하고, 통상교섭본부장 후임을 즉시 인선해 대미 협상에 공백이 없게 하라"며 "대미 외교에 균열이 생기면 몇 주 전 겪었던 주식시장 혼란 이상의 타격이 한국 경제에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0시를 기해 여 전 본부장을 직권면직했다. 직권면직은 국가공무원법 제70조에 따라 임용권자가 공무원 신분을 일방적으로 박탈하는 조치로, 정무직 인사에서는 이례적이다. 여 전 본부장은 전날 면직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불과 이틀 전 비상경제본부 회의에 참석했고 다음 주 공식 일정도 출입기자단에 공유된 상태였다.

구체적인 면직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산업부 측은 "정무직 인사는 임면권자의 권한 및 정무적 판단 영역으로, 부처 차원에서 배경을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임면권자의 인사 조치에 따라 통상 현안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 전 본부장의 경질은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사, 쿠팡 이슈, 대미 투자 1호 사업 등 민감한 통상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이뤄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최근 미국 정부가 대미 투자 프로젝트 추진을 서두르라며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는 상황과 맞물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 조치가 한미 통상 현안이나 협상 과정에서의 업무 성과와는 무관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대신 업무 외적인 개인적 이슈가 인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와 관련해 여 전 본부장은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과 전혀 다르며 왜곡된 주장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출입기자단에 보낸 입장문에서 무분별한 허위 사실 유포 시 권리 보호를 위해 법적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여 전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산업부 통상정책국장과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냈고, 새 정부 출범 이후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재기용돼 한미 관세 협상 등 대미 통상 협상을 이끌어왔다. 최근에도 미국을 방문해 미국무역대표부(USTR) 측 카운터파트와 협의를 이어왔다.

후임 인선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석이 발생함에 따라 당분간 대미 통상 협상의 연속성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산업부는 박정성 통상차관보 주재의 비상 업무 체계를 가동해 당면한 현안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박 차관보가 당분간 여 전 본부장의 빈자리를 메운다.

통상교섭본부장은 대한민국의 통상 정책을 총괄하고 주요 국가와의 무역 협상을 이끄는 고위 공직자다.

<국민의힘 논평 전문>

미국의 통상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대미 협상의 핵심 실무 책임자인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갑작스럽게 직권면직됐습니다.

한미 관세협상과 대미 투자, 무역법 301조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불과 이틀 전까지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던 통상 사령탑을 후임자조차 정하지 않은 채 전격 교체한 것입니다.

더욱 황당한 것은 그 이유입니다. 정부는 구체적인 면직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임면권자의 판단'이라며 입을 닫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권은 지난해 국민적 합의도 없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고, 이제 미국으로부터 그 이행을 서두르라는 압박까지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협상을 책임져 온 사령탑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잘라버렸습니다.

국익을 걸고 외국과 협상하는 핵심 자리를 구체적인 이유조차 밝히지 않은 채, 이렇게 공석으로 만들어도 되는 것입니까. 이런 비상식적인 국정 운영이 어디 있습니까.

국민이 묻는 것은 인사권의 행사 여부가 아닙니다. 왜 하필 지금이었는지, 왜 후임자조차 준비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국민에게 밝히지 못하는 것인지를 묻는 것입니다.

특히 미국과의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통상 사령탑을 공석으로 만든 것은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대외 협상력과 국익이 걸린 중대한 문제입니다.

이재명 정권은 '개인적 사유'라는 말 뒤에 숨어 어물쩍 넘어갈 생각을 버리십시오. 국민에게 떳떳하다면 왜 지금 경질해야 했는지 낱낱이 설명해야 합니다. 감출 것이 없다면 숨길 이유도 없습니다.

이재명 정권은 대미 통상 협상의 한복판에서 통상 사령탑을 대안도 없이 교체한 이유를 국민 앞에 명확히 밝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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