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한은 위협적이지 않은 나라" 한미연합훈련 대폭 축소 지시 '일파만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미국의 연합군사훈련을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를 앞세워 북한에 유화적 신호를 보낸 조치다. 북미 대화가 다시 열릴지에 관심이 쏠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백악관 홈페이지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북한 김정은과의 매우 좋은 관계를 고려할 때 나는 미국이 오래전에 한국과 연합군사훈련에 참여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적었다.

이어 훈련이 비용도 많이 들고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늘 그렇듯 미국이 부담한다고 주장하고 "도널드 J.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위협적이지 않고 예의를 지켜온 나라에 전적으로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낸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따라서, 그리고 취소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점을 고려해, 나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연합군사훈련을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훈련을 아예 취소할 뜻까지 있었으나 시점상 늦어 축소로 방향을 틀었다는 취지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글에서 이란 문제도 꺼냈다. 그는 "다소 관련이 없는(?) 이야기지만, 나는 최근 (이재명) 한국 대통령에게 우리와 함께 이란의 비핵화에 동참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고, 그들은 '사양하겠다(No thanks)!'고 답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물음표를 달아 훈련 축소와의 연관성을 흐린 만큼 이란 비핵화 동참 요청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였는지와 실제 한미 간 협의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백악관 홈페이지

축소 대상은 17일 시작하는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다. 11일간 진행되는 이번 훈련에는 한국군 1만8000명이 참여한다. 2022년부터 현재의 명칭으로 매년 실시돼 온 이 훈련의 뿌리는 수십 년 전 여름철 한미훈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군에 따르면 이번 훈련에는 정밀 타격과 기동을 점검하는 실사격 훈련을 비롯해 강을 건너는 도하 훈련, 사전 배치 장비 분배 절차 등이 예정돼 있었다. 한미 군 당국은 이 훈련이 북한 위협에 대비한 방어적 성격이며 한미동맹이 역내 안보의 핵심축이라고 강조해 왔다. 다만 발표 시점까지 헤그세스 장관이나 한미 군 당국이 축소 규모를 구체적으로 확정해 발표하지는 않았다. 주한미군은 약 2만8000명 규모로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다.

이번 발표는 한반도 긴장이 다시 고조된 가운데 나왔다. 북한은 최근 유엔이 금지한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재개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4일 한미 훈련을 침략 전쟁 연습으로 규정하며 가장 강력하고 압도적인 힘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무인기와 사이버 공격 등 현대전 상황을 상정한 훈련 시나리오에도 반발했다. 한국 군 당국은 전날 북한군 병사들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오자 경고 사격을 가했다. 한국군은 북한군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며 접경 지역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밀착도 이어가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 주말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협력 확대를 재확인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병력과 무기를 지원한 이후 양국 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졌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서 몸값을 높이며 김 위원장의 지정학적 입지가 넓어졌다고 분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이런 카드를 꺼낸 배경으로는 출구를 찾지 못하는 이란 전쟁이 거론된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28일 이란을 공습하며 시작한 전쟁은 6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애초 몇 주면 끝날 것이라던 트럼프 대통령의 장담과 달리 확전도 철수도 쉽지 않은 처지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지난 4월 13일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에 나섰고,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사실상 막히며 국제 유가와 해운이 출렁였다. 공화당 안에서도 종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내세울 외교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다. 일부 외신은 이번 훈련 축소에 한국이 이란 전쟁에 더 협조하지 않은 데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담겼다고 풀이했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을 침략 연습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해왔고, 과거 훈련 유예나 축소는 북미 대화 국면을 여는 지렛대로 쓰였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런 상징성을 잘 알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1기 집권기 김 위원장과 세 차례 만났다. 2018년 싱가포르와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했고 2019년 6월에는 판문점에서도 회동했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뒤 북미 관계는 좀처럼 진전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도 훈련에 비용 관점으로 접근했다. 2018년 싱가포르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연합훈련 중단을 선언하며 막대한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강조했고, 훈련을 도발적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번 발표 전날에는 트루스소셜에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과 나란히 걷는 사진을 올려 대화 분위기를 띄우려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 이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 위원장이 여기에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핵 보유를 이유로 비핵화 협상 자체를 거부하며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에도 미국과의 대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러시아·중국과의 밀착으로 협상 필요성을 덜 느낀다는 분석과, 김 위원장이 정상외교를 다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함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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