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경제수석 "용산공원, 크기는 큰데 사람 없어...청년들 살게 하자"

서울 한복판의 대규모 공원 부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이 용산공원의 규모와 관리·정화 비용 등을 언급하며 일부 부지를 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공개적으로 설명하면서, 공원 조성과 주택 공급을 놓고 논의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하 수석은 19일 TV조선에 출연해 용산공원 개발과 관련한 정부 구상을 설명했다. 그는 용산공원의 규모가 여의도 제방 안쪽 지역보다 크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 정도 규모의 땅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공원의 이용률과 관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치안·사회적 비용, 부지 오염 문제 등을 함께 고려해 활용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한성숙 국무총리가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회 을지국무회의에 입장을 하고 있다. 2026.8.18/뉴스1

정부가 검토하는 방안의 핵심은 용산공원 일대 일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것이다. 현재 거론되는 구상에는 청년 세대를 위한 대규모 임대주택 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하 수석은 공원은 사람들이 실제로 많이 이용할 때 의미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용산어린이정원을 사례로 들면서 방문객이 많지 않다고 평가했고, 서울의 다른 대형 공원과 비교해 이용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설명도 내놨다.

이어 용산공원을 단순한 토지가 아니라 공공의 자산으로 규정하면서, 젊은 세대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해 주거 문제와 결혼·출산 문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정부가 검토하는 방안이 용산공원 전체를 없애고 주택단지로 바꾸겠다는 의미인지, 공원 기능을 유지하면서 일부 부지만 다른 용도로 활용하겠다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개발계획과 법 개정안이 확정돼야 확인할 수 있다.

용산공원은 일반적인 신규 택지와 성격이 다르다. 오랜 기간 군사시설로 사용된 땅이기 때문에 개발 여부를 판단할 때 토지의 용도뿐 아니라 환경오염과 역사적 가치, 공원 조성 계획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용산공원 개발 논의에서 빠지지 않는 쟁점이 토양과 지하수 오염 문제다.

용산공원 부지는 100년 넘게 일본군과 미군이 사용했던 곳이다. 군사시설이 장기간 들어서 있었던 만큼 일반적인 도시 공원 조성 부지와 달리 환경오염 가능성을 조사하고 필요한 경우 정화하는 절차가 요구된다.

하 수석 역시 이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와 같은 공원을 조성하고 싶더라도 용산 부지에서는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오염 물질 제거에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의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용산공원 주변 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 가능성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가 엇갈린 입장을 보이는 와중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19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국민 의견 수렴을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일대 모습. 2026.8.19/뉴스1

토양오염 정화는 단순히 땅 위에 나무를 심고 잔디를 깔면 끝나는 작업이 아니다. 토양이나 지하수에 어떤 물질이 어느 정도 오염돼 있는지 조사한 뒤 오염 정도와 물질의 특성에 맞는 정화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오염된 토양을 굴착해 다른 장소로 옮기거나 현장에서 처리하는 방식 등이 사용될 수 있다.

특히 향후 주택을 건설한다면 공원보다 훨씬 엄격한 토지 이용과 환경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사람이 장기간 거주하는 공간인 만큼 토양뿐 아니라 지하수와 실내 환경 등에 대한 안전성도 중요한 검토 대상이 된다.

하 수석은 주택 공급을 명분으로 삼을 경우 오염된 흙을 파내 외부로 반출하고 정화 작업을 진행하는 방안도 가능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결국 용산공원 개발 논의는 ‘공원을 지을 것인가, 아파트를 지을 것인가’라는 단순한 선택만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오염 정화에 필요한 비용과 기간, 정화 이후 토지의 활용 방식, 공원으로서의 기능을 어느 정도 유지할지 등이 함께 결정돼야 한다.

법적인 문제도 남아 있다.

현재 용산공원의 조성과 관리에는 2007년 제정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이 적용된다. 이 법은 용산공원을 국가도시공원으로 조성하고, 반환된 용산 미군기지 부지를 공원으로 활용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틀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따라서 현행 법체계에서 용산공원 부지를 대규모 주택 공급에 활용하려면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하 수석도 법 개정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별도의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밝혔다.

그는 20년 전과 현재의 서울 주거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당시 법이 만들어졌을 때와 비교해 서울의 주택가격과 주거 수요가 크게 변한 만큼 새로운 공익적 필요가 있다면 법적 틀도 이에 맞춰 논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공익적 목적이 있는 경우 심의를 거쳐 공원 대상에서 일부 부지를 제외할 수 있는 방안도 언급했다.

여당은 용산공원 일부 개발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법 개정 추진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야당에서는 과거 민주당 정부가 추진한 용산공원 조성 방향과 현재 정부의 주택 공급 구상이 충돌한다는 점을 들어 비판하고 있다.

법을 실제로 개정하려면 국회에서 법률안이 발의되고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본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법 개정이 이뤄진다고 해도 곧바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부지 선정과 도시계획, 환경 관련 절차, 사업 방식 등을 추가로 결정해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8.13 부동산 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8.19/뉴스1

정부가 검토하는 주택의 성격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현재 언급된 방안은 청년 세대를 위한 대규모 임대주택이다. 임대주택은 토지를 소유하거나 주택을 직접 매입하지 않고 일정 기간 임대료를 내면서 거주할 수 있도록 공급하는 주택이다.

청년 임대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면 서울에서 집을 구해야 하는 청년층의 선택지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 정책적 목적이다. 특히 용산은 서울 도심에 위치해 직장과 교통 접근성이 높은 지역인 만큼 주택 공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그러나 용산의 높은 토지가치와 개발 비용을 감안하면 실제 임대료와 공급 물량이 어느 수준으로 결정될지는 향후 사업계획에 따라 달라진다. 단순히 주택을 많이 짓는 것과 청년층이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 용산공원 주변에는 이미 주거지역과 상업시설, 철도·도로 등 다양한 도시 기능이 들어서 있다. 새로운 대규모 주택단지가 조성될 경우 교통량과 학교, 공공시설, 생활 인프라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용산공원 개발 논의가 시작되면서 서울시와 용산구, 지역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원은 단순한 녹지 공간을 넘어 시민의 휴식과 여가, 도시 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 공간이라는 점에서 주택 공급과는 다른 정책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정부는 서울의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심 내 대규모 공공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에서 새로운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토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미 국가가 확보하고 있는 대규모 부지를 활용할 경우 주거 수요가 많은 도심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결국 향후 논쟁의 핵심은 용산공원의 어느 부지를 얼마나 주택으로 활용할 것인지, 기존 공원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오염 정화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그리고 실제로 청년층에게 도움이 되는 임대주택을 얼마나 공급할 수 있는지에 모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정부가 공개한 내용은 구체적인 아파트 건설 규모나 세대 수, 정확한 위치, 임대료 등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법 개정 역시 향후 국회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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