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장미란씨 숨진 채 발견] 이 대통령이 "참담하다"며 밝힌 입장

이재명 대통령이 제주 실종 여성 장미란 씨(37)의 시신이 발견되고 담당 경찰관의 허위 종결 정황이 드러난 것과 관련해 "경찰 조사 과정 전반에 걸쳐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사건 종결 및 지휘·감독 체계 전반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24일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장 씨 추정 시신 발견 소식을 접한 뒤 "매우 참담한 마음과 안타까움"을 표하며 이같이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제도적 보완책이나 근본적인 쇄신책을 비롯한 경찰 자체 개혁안을 마련하라"고도 주문했다.

장 씨로 추정되는 시신 이날 오전 10시 46분쯤 발견됐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합동 수색 중이던 경찰관이 제주시 한림읍의 한 야자수밭에서 여성 시신을 발견했다.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104일 만이자, 장 씨가 머물던 숙소에서 걸어서 5~10분 거리였다.

시신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육안으로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현장에서는 장 씨가 외출 당시 착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옷가지와 휴대전화 등 소지품도 함께 나왔다. 경찰은 감식과 부검을 통해 신원과 사망 시점·원인을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은 현재까지 타살 등 범죄 피해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시신의 자세와 위치 등을 보면 타살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다만 범죄 피해 가능성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할 예정이란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장 씨의 휴대전화와 옷가지 등에서 유서나 사망 경위를 파악할 단서가 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24일 숨진 채 발견된 장미란씨. / 가족 제공

이 대통령이 진상 규명을 지시한 배경에는 담당 경찰관의 허위 종결 의혹이 있다. 장 씨의 마지막 행적은 지난 5월 12일 오후 10시 15분쯤 확인됐다. 장 씨는 연인과 장기 투숙하던 한림읍의 한 숙소를 나선 뒤 인근 CCTV에 포착됐다. 이후 행방이 끊겼다.

연인은 사흘 뒤인 같은 달 15일 오후 6시 43분쯤 장 씨가 돌아오지 않는다며 112에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해 한림항 일대를 수색했다. 마지막 기지국 신호는 신고 다음 날인 16일 오전 9시 44분쯤 한림항 인근에서 잡혔다.

사건을 넘겨받은 제주서부경찰서 실종수사팀 소속 A 경장(30대)은 신고 당일 오후 9시 16분쯤 사건을 종결했다. 신고 접수 2시간 33분 만이었다. A 경장은 신고자인 연인에게 "장 씨와 연락이 닿았고 무사하다"며 "본인이 연인과 가족에게 위치를 알리지 말아 달라고 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믿은 신고자는 장 씨가 안전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경찰의 초기 수색도 중단됐다.

A 경장은 같은 날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 관리목록에서 장 씨 관련 자료를 삭제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하지만 이후 확보한 통신 기록에서 실종 뒤 A 경장과 장 씨가 통화한 내역은 확인되지 않았다. 장 씨가 숙소를 나선 뒤 다른 사람과 통화한 기록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24일오전 제주시 한림읍 모 초등학교 인근 야자수밭에서 실종된 장미란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일대를 통제하고 감식 작업을 하고 있다. / 뉴스1

사건이 다시 움직인 것은 두 달 뒤였다. 장 씨 연인은 연락 두절이 이어지자 지난달 17일 다시 신고를 시도했다. 그러나 최초 신고 당시 남은 "장 씨가 위치를 알리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기록 때문에 접수되지 않았다. 이틀 뒤인 19일 장 씨의 친척이 서울에서 다시 신고하면서 경찰은 사건을 재검토하고 수색을 재개했다.

이미 주요 자료는 상당 부분 사라진 뒤였다. 한림읍 일대 방범용 CCTV 111대와 교통정보 수집 카메라 7대 등 공공 CCTV 118대의 5월 12~20일 영상은 보존기간 30일이 지나 6월 11~19일 사이 모두 자동 삭제됐다. 제주서부경찰서가 제주도에 CCTV 영상 열람을 공식 요청한 것은 이달 19일로, 영상이 삭제되고도 두 달가량 지난 시점이었다.

파장은 또 다른 실종 사건으로 번졌다. 60대 남성 B 씨 가족은 지난 7월 2일 B 씨가 연락되지 않는다며 신고했다. 이 사건도 A 경장이 맡았다. A 경장은 이번에도 "실종자와 연락이 닿았지만 본인이 가족에게 위치를 알리길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B 씨 가족은 장 씨 사건 보도를 접한 뒤 처리 방식이 비슷하다고 보고 지난 21일 다시 신고했다. 경찰이 재수색에 나섰지만 B 씨는 다음 날 숨진 채 발견됐다. 최초 신고 51일 만이었다.

경찰은 지난 22일 오후 A 경장을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이어 24일 오전 5시쯤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A 경장이 청구한 체포적부심이 인용되면서 이날 오후 석방됐다. 구속영장 심사는 별도로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5월 실종된 장미란 씨(37)의 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A 경장이 24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체포적부심 심사를 받고 나오고 있다. / 뉴스1

수사는 A 경장이 맡았던 전체 실종 사건으로 확대됐다. A 경장은 지난해 3월부터 298건의 실종 신고를 종결 처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소재를 확인하지 않고 허위 종결하거나 관련 기록을 임의로 삭제한 사건이 더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도 전국 경찰관서를 대상으로 허위 종결 사례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23일 제주경찰청을 찾아 "국민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개별 시·도경찰청 차원의 점검도 시작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2024년 1월부터 이달까지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접수된 신고 처리 과정을 전수 점검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청이 각 시·도경찰청에 최근 3년간 실종사건 접수·처리 현황을 오는 11월까지 점검하도록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현재까지 경기남부에서는 제주 사례처럼 부실 수사나 허위 종결 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담당자가 전산상 사건 해제를 요청하면 팀장이나 과장 등 관리자가 확인한 뒤 승인하도록 시스템을 고치기로 했다. 그동안은 보고·검토와 전산상 해제 절차가 분리돼 담당자가 단독으로 관리목록에서 사건을 삭제할 수 있었다. 다만 관리자 승인만으로 재발을 막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 성인 실종자는 원칙적으로 '가출인'으로 분류돼 아동이나 치매 환자 등과 달리 신속한 위치 추적과 수색을 위한 법적 근거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논의는 진척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부검을 거쳐 장 씨의 정확한 신원과 사망 원인·시점을 확인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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