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씨 시신 발견] 민주당이 크게 곤혹스러운 이유

실종 석 달여 만에 장미란(37) 씨 시신이 제주에서 발견되면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관철시킨 더불어민주당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담당 경찰관이 실종 신고를 허위로 종결하면서 초동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장 씨는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사건을 묻는 이른바 ‘사건 암장’이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폭발하고 있다.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의 실종신고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 인근에 25일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 뉴스1

25일 경찰에 따르면 장 씨 시신은 전날 오전 제주시 한림읍의 한 야자수 농장에서 발견됐다. 실종 104일 만이다. 발견 지점은 장 씨가 장기 투숙하던 숙소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불과했다. 제주서부경찰서 실종팀 소속 A 경장은 5월 15일 접수된 신고를 불과 2시간여 만에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종결했다. 통신 기록상 통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도 관련 자료가 삭제된 정황이 드러났다. 인근 CCTV 118대 영상은 보존기간이 지나 삭제됐고, 재수색은 석 달 넘게 지연됐다. A 경장은 같은 방식으로 60대 남성 실종 신고도 허위 종결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돼 직무유기 등 혐의로 수사받고 있다. 해당 남성은 51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A 경장이 처리한 실종 사건은 298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은 10월 2일로 예정된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앞두고 민주당을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재료가 되고 있다. 야당은 경찰의 초동 수사 실패와 사건 종결 권한의 남용이 보완수사권 폐지 이후 ‘사건 암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존 우려를 재확인하는 사례로 보고 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CCTV 영상이 경찰의 종결 처리로 사라졌다는 점을 들어 부실한 초동 수사를 걸러낼 장치가 사라지면 그 대가는 피해자와 가족의 몫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도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보완수사권 폐지 중단과 시행 유예, 보완 입법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사법 체계 개편 책동 중단을 촉구했다.

지난 5월 실종된 장미란 씨(37)의 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A 경장이 24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체포적부심 심사를 받고 나오고 있다. /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경찰이 국가 기구 중에서 가장 큰 권력을 행사하게 될 것 같다. 이에 따른 국민의 우려가 매우 크다”며 “앞으로 경찰을 어떻게 개혁할지, 경찰개혁 기구에 대해 고민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경찰의 기강 해이 및 치안 사건에서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는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됐다”라면서 “총리실에서 어떤 방식으로 (경찰 개혁 기구를 만들지) 국민의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거쳐 구상해달라”고 지시했다.

그는 “사실 경찰의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고 하는데, 워낙 경찰의 숫자가 많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짚은 뒤 “이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끊임없이 계속돼야 하며,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특히 “경찰은 상명하복의 매우 중요한 국가 조직인 만큼, 지휘 책임이 매우 중요하다. 일선 직원을 문책하는 것에서 끝난다면 지휘체계가 왜 필요하겠나”라며 “지휘할 권한이 있으면 그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을 당연히 져야 한다. 언제나 권력은 집중되면 문제가 커진다. 그 권한의 크기만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도 경찰 쇄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경찰 조직에 대한 전면적 쇄신 방안을 마련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수사 체계를 만드는 데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의 잘못은 냉정하게 밝히고 책임은 엄중하게 묻겠다”며 “경찰은 허위 종결의 전모는 물론 지위·감독·책임까지 낱낱이 밝혀 관련자를 일벌백계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경찰은 존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뼈를 깎는 쇄신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경찰 스스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근본적인 쇄신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의 실종신고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 인근에 25일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 뉴스1

한 원내대표는 “이번 사건이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에 대한 국민 불안과 불신으로 번지게 두지 않겠다”며 “경찰 권한이 커진 만큼 수사 역량과 높은 책임성, 과정의 투명성과 민주적 통제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는 김민석 대표 직속 경찰개혁 특별위원회 설치가 비공식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쇄신을 약속하면서도 보완수사권 폐지 일정은 그대로 추진하는 민주당의 태도가 모순적이라는 지적이 야당과 일각에서 나온다. 과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과정에서 당내 신중론이 제기됐던 배경에는 경찰 수사 오류나 의도적 종결을 걸러낼 장치가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전건송치와 법정송치 등 보완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번처럼 경찰이 초기 단계에서 스스로 종결해버린 사건에는 작동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찰의 사건 종결 권한이 사실상 강화되는 구조에서 내부 통제와 지휘 책임 강화만으로 암장 가능성을 막을 수 있느냐는 근본적 의구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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