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앞잡이냐", "매국노들" 난장판된 사관학교 공청회, 결국 파행

국방부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두고 열린 첫 공청회가 시작부터 끝까지 고성과 몸싸움으로 얼룩졌다. 찬반 양측이 정면으로 부딪히면서 정책 설명은 제대로 진행되지도 못한 채 파행을 거듭했다.

오상봉 예비역 육군대령이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에서 발언권을 요구하고 있다. / 뉴스1

전쟁기념관 앞 집회부터 살벌했던 공청회장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국군사관학교 창설 관련 공청회'는 시작 전부터 심상치 않았다. 건물 건너편 전쟁기념관 앞에는 경남 창원 진해 시민단체와 사관학교 폐지 저지 국민연대 등이 모여 통합 반대 집회를 벌였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경찰력도 배치됐다.

육·해·공 사관학교 통합형인 '국군사관학교' 창설 관련 공청회가 열린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육·해·공 사관학교 통폐합 반대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사관학교 통폐합에 반대하는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스1

앞서 이 건물 옥상에서는 육사 출신 60대 남성이 사관학교 통합에 반대하며 투신 소동을 벌인 일까지 있었던 터라, 국방부는 이날 참석자 소지품을 일일이 검사하는 등 보안검색을 대폭 강화했다. 그럼에도 행사장 안 분위기는 시작 전부터 험악했다. 자신을 예비역 대령이라 소개한 한 참석자는 개회 10분 전 단상에 올라 국방부 발표를 생략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늘려달라고 요구하며 고성을 질렀고, 이를 제지하던 관계자와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에서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가운데)이 남대연 전 국방부 대변인의 발언을 제지하려는 국방부 관계자를 막고 있다. / 뉴스1

"규백이 오라 그래"…고성·욕설에 물병까지 등장

본행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육·해·공사 총동창회 회원으로 추정되는 한 참석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규백이(안규백 국방부 장관) 오라 그래"라고 외치며 이날 불참한 안 장관을 향해 공청회 참석을 요구했다. 방청석에서는 "이재명의 앞잡이 아니냐", "매국노들"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고, 이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다시 거센 욕설이 오가며 장내가 아수라장이 됐다.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이 어렵게 단상에 올라 정책을 설명하는 동안에도 야유는 끊이지 않았다. 한 참석자는 물이 담긴 생수병을 들고 발표 중인 김 실장 쪽으로 다가가려다 관계자들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박판준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장은 예정에 없이 단상에 올라 "이 계획은 끝까지 진행될 수 없다"며 예산과 국력만 낭비하는 시도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범림 해군 총동창회장도 "국방부 장관은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라"고 경고성 발언을 이어갔다. 결국 김 실장은 "오늘 자리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거듭 자제를 당부했지만 소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국군사관학교 공청회서 발언권 요구하는 오상봉 예비역 육군대령 / 뉴스1

찬반 팽팽한 전문가 토론…수치 놓고도 신경전

임철일 서울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전문가 토론에서도 양측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찬성 측 최영진 중앙대 교수는 사관학교 교육 만족도가 20%대에 그쳐 70%대인 수도권 민간대학과 비교하면 "비참한 수준"이라며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두진호 한국전략연구원 유라시아센터장은 북한이 육·해·공·전자전 전 영역에서 동시통합 작전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대응 필요성을 주장했고, 진호영 예비역 공군 준장은 최근 4년간 생도 자퇴율이 20% 수준까지 치솟았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반면 반대 측 김세진 미래생각 사무총장은 국방부가 내세운 통합 논리 20가지가 모두 미흡하거나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고, 조기홍 예비역 해군 대령은 통합 없이도 합동성 교육을 별도로 강화하면 된다고 맞섰다. 강병철 예비역 공군 준장 역시 학령인구 감소와 사관학교 통합 필요성 사이의 논리적 연결고리를 국방부가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청석에서는 통합 반대 측 발표자가 소개될 때마다 큰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와, 이날 공청회장을 채운 300여 명 참석자 상당수가 사관학교 동문이었음을 짐작게 했다.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에서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오른쪽부터) 박판준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장, 이범림 해군사관학교 총동창회장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뉴스1

대전 자운대에 4년제 통합사관학교…10월 세부계획 발표

국군사관학교 창설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다. 국방부는 지난 7월 대전 자운대에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한 4년제 국군통합사관학교를 창설하는 기본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계획에 따르면 1·2학년 때는 인공지능·합동작전 등 공통 교육을 받고, 3·4학년부터는 군별 전문 교육으로 나뉘는 구조다. 국방부는 이번 공청회를 시작으로 의견 수렴을 이어가 오는 10월 창설 세부계획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지만, 이날 드러난 갈등의 골을 감안하면 순탄치 않은 과정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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