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동학 유족 수당? 임진왜란 유공자도 만들지 그러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전북특별자치도의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유족 수당 지급을 두고 ‘임진왜란 유공자’를 언급하며 비판 발언을 했다.

나 의원이 한성숙 국무총리를 상대로 질의하는 과정에서 전북특별자치도의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유족 지원 문제를 거론했다.

나 의원은 전북도가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상황을 언급하며 “지금 이 시점에, 이런 정도의 돈을 주는 것이 맞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어 “이 때문에 ‘임진왜란 유공자도 만들지’라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이 알려지면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와 유족에 대한 국가적 예우 문제를 두고 논쟁이 확산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앞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유족에게 지방비로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지급 대상은 모두 723명으로, 대상자 확인과 신청 절차를 거쳐 빠르면 오는 11월부터 1인당 연 12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 뉴스1

이번 지원은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본인이 아닌 유족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도 쟁점이 됐다. 전북도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에 대한 예우와 유족의 생활 지원 등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수당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나 의원의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윤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동학농민혁명은 반봉건·반외세를 외치며 민중이 역사의 주체로 일어선 근대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동학농민혁명이 이후 3·1운동과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등으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의 흐름과 연결돼 있다며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특히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와 유족들이 오랜 기간 역사적으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점을 들며 지방정부가 유족을 지원하는 것은 필요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 의원은 “오랜 세월 ‘난(亂)’의 멍에를 쓰고 차별을 견뎌온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최소한의 예우를 다하는 것은 국가와 지자체의 당연한 책무”라고 말했다.

이어 나 의원이 동학농민혁명을 임진왜란에 빗댄 것을 두고 “역사를 모독하는 파렴치한 보훈갈라치기”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성격을 둘러싼 법적·제도적 문제도 함께 제기했다. 특히 1895년 을미의병 참여자들은 독립유공자로 서훈을 받고 있지만, 일본군의 경복궁 점령을 계기로 항일 투쟁을 벌인 제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은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2차 동학농민혁명은 1894년 일본군이 경복궁을 점령한 이후 동학농민군이 다시 봉기해 일본 세력에 맞서 싸운 움직임을 가리킨다. 윤 의원은 이 과정에 참여한 이들이 항일 무장투쟁에 나섰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현재의 독립유공자 인정 제도와 동학농민혁명 관련 특별법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동학농민혁명 특별법이 제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를 항일 무장투쟁으로 인정하고 있는데도 독립유공자법은 갑오의병과 제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를 항일 독립운동으로 인정하지 않고 서훈의 기회마저 박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를 두고 “납득할 수 없는 이중잣대”라고 비판했다. 전북도가 국가 차원의 독립유공자 예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동학농민혁명 유족을 지방비로 지원하는 것을 두고 정치적 논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지방자치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고도 주장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 / 뉴스1

이번 논란을 이해하려면 동학농민혁명이 어떤 사건이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동학농민혁명은 1894년 전라도 고부에서 시작된 농민 봉기를 계기로 전국적으로 확산한 대규모 사회·정치 운동이다. 당시 농민들은 지방관의 수탈과 부패에 대한 개혁을 요구했고, 이후 외세의 개입에 맞서는 움직임으로까지 성격이 확대됐다.

초기에는 지방 행정의 폐단과 농민들의 생활고에 대한 문제 제기가 중심이었지만, 일본군의 조선 내정 개입이 본격화되면서 일본 세력에 맞선 항일 성격도 강해졌다. 특히 1894년 말부터 이어진 제2차 봉기는 일본군에 맞선 무장투쟁이라는 역사적 평가와 관련해 지금까지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와 후손에 대한 국가적 예우 역시 오랜 기간 논란이 돼왔다. 독립운동가에 대한 포상 제도와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에 대한 명예회복·기념 사업이 서로 다른 법률과 기준에 따라 운영되면서, 일부 참여자들의 항일 활동이 독립유공자 서훈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 윤 의원 측 주장이다.

다만 이번 전북도의 수당 지급은 국가가 독립유공자로 서훈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조례와 예산을 통해 특정 역사적 사건의 참여자와 유족을 지원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북도가 지급하는 연 120만원의 수당이 곧바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전원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당초 지원 규모는 지금보다 작았다. 전북도는 처음에는 유족 1명당 연간 6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지원액을 120만원으로 두 배 늘렸다.

동학농민운동을 다룬 드라마 한 장면 / SBS '녹두꽃'

올해 전체 사업비는 8억6800만원이다. 비용은 전북도와 각 시·군이 3대 7 비율로 나눠 부담한다. 전북도는 지난해 12월 본예산에 유족 549명분에 해당하는 3억2900만원을 반영했으며, 지난달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5억3900만원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지원 대상도 확대했다.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의 범위도 정해져 있다.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유족으로 결정돼 등록된 자녀와 손자녀, 증손자녀가 대상이다.

거주 요건도 있다. 올해 1월 1일을 기준으로 전북에 주민등록을 두고 있어야 하며, 전북 지역에서 1년 이상 계속 거주한 경우에 수당을 신청할 수 있다.

전북도는 이번 유족수당 지급을 단순한 현금 지원에 그치지 않고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이원택 전북지사는 “유족수당 지급은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의 명예를 높이고 그 뜻을 후손에게 잇기 위한 뜻깊은 출발”이라며 “합당한 국가적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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