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 대변인이 “내 말이 문제 되면 사퇴하겠다”며 JTBC에 날린 직격탄

한 시사평론가가 방송에서 "다 사형당할 것 같다"며 웃었다. 조국혁신당의 새 당명 후보를 이야기하던 중 나온 말이다. 박정희 정권 시절의 대표적 '사법살인'인 인혁당(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발언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발언 당사자와 제작진이 줄줄이 사과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를 예고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전날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 나와 조국혁신당의 새 당명으로 "진보혁신당이나 민주혁신당도 괜찮다"고 했다. 다른 패널이 이를 '민혁당'으로 줄이자 김 평론가는 "다 사형당할 것 같은 느낌"이라며 웃었다. 정영진 진행자를 비롯한 출연진도 따라 웃었다. '민혁당'과 발음이 비슷한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겨냥한 농담이었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한국 현대사의 대표적 사법살인으로 꼽힌다. 박정희 정권은 유신 반대 투쟁을 벌인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의 배후로 실체 없는 인혁당 재건위를 지목했다. 고문과 조작된 증거로 관련자 25명 중 8명에게 사형이 선고됐다. 1975년 4월 8일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지 18시간 만인 이튿날 새벽 형이 집행됐다. 하재완, 도예종, 서도원, 이수병, 김용원, 송상진, 우홍선, 여정남 8명이다. 이들은 2007년 재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유족은 즉각 반발했다. 하재완 열사의 외손자 박아무개씨는 페이스북에 "외조부는 51년 전 박정희 정권이 조작한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사형당했다"며 "외조부의 죽음이 웃음거리가 됐다"고 적었다. 박씨는 사형된 8명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른 뒤 "그 낄낄거림이 어떤 피의 역사를 불러내는지 몰랐다면 마이크를 잡고 정치를 논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이어 "몰랐다면 무지의 책임을, 알고 했다면 모욕의 책임을 지라"고 했다.

파장이 커지자 제작진은 문제의 장면을 삭제한 뒤 사과했다. 제작진은 영상 댓글에서 "'민혁당'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다. 저희의 불찰"이라며 시청자에게 사과했다. 정 진행자도 다음 방송에 앞서 "무거운 마음으로 시청자와 상처받은 분들, 조국혁신당 관계자들에게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조 전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서 "'장르만여의도' 출연자가 조국혁신당을 조롱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크게 보아 비평의 자유이고 언론의 자유다"라며 "그러나 킬킬대며 사법살인의 희생자들을 연상하게 하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가 제기되자 제작진은 간단한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이렇게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며 "다음 유튜브 방송에서 발언자와 진행자는 모두 정식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또 "조국혁신당은 이 건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조 전 대표는 "우리 현대사에서 유사한 당명으로 연루자가 사형을 당한 사건은 딱 하나 '인혁당 재건위' 사건이 있다"며 "혹독한 고문과 조작된 증거로 사형 판결이 이뤄지고 8명이 처형된 대표적인 사법살인 사건"이라고 했다. 이어 "이 사건의 희생자 우홍선씨의 아내 강순희씨가 말하고 유시민 작가가 정리한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니다’가 최근 출간된 바 있다"고 말했다.

박병언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이 글은 인간 박병언의 글이다. 이 글이 당에서 문제가 된다면 저는 내일 조국혁신당 대변인 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히며 문제의 발언을 강경하게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JTBC, 기업회생 인가 불허돼야 한다’는 제목 아래 "JTBC가 오늘 '장르만여의도'라는 코너를 통해 조국혁신당의 당명 변경을 조롱하는 과정에서 인혁당 희생자들을 조롱하는 표현을 사용했다"며 "대한민국의 방송사로서 존립할 까닭이 없는 매체"라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나는 1996년 노수석 열사가 경찰의 진압에 의해 사망한 집회 현장의 당사자로서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된 국민들에 대한 '조소'를 아무 거리낌 없이 방송하는 방송사는 '즉시' 방송 영역에서 퇴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그는 "서울회생법원에 탄원서를 보내 달라. JTBC에 대한 기업회생절차 인가를 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진보당도 가세했다. 같은 날 홍성규 진보당 대변인은 "사법 사상 암흑의 날로 선포됐던 비통한 역사를 그저 농담거리와 조롱거리로 갖다 썼다"며 "참담함과 분노스러움을 감출 길이 없다"고 밝혔다. 홍 대변인은 "이미 일베식 조롱 문화가 진영을 가리지 않고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며 "민주주의를 갉아먹는 일베식 조롱 문화를 엄단하겠다는 의지와 계획이 시급하다"고 했다.

결국 김 평론가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인혁당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방송에서 인혁당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했다. 변명의 여지 없이 제 불찰이고 잘못"이라고 밝혔다. 유가족에게 유선으로 먼저 사과한 그는 조만간 직접 찾아가 다시 사죄하겠다고 했다. 김 평론가는 다른 글에서 "제가 인격적으로 수양이 덜 돼서 벌어진 일"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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