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재용·최태원 회장 증인으로 불러 청문회 개최 추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와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부르는 청문회 개최를 추진한다.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 뉴스1

국민의힘 소속 김성원 산자위원장이 최근 두 기업 총수를 부르는 별도의 청문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28일 확인됐다고 한국경제가 이날 인터넷판으로 보도했다. 야당 간사인 같은 당 구자근 의원도 이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총수를 국회 청문회 증인으로 세우는 일은 이례적인 까닭에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은 최 회장이 지난 4월 말 국회에서 열린 한중의원연맹 행사 강연에서 호남 반도체 투자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는데도 불과 두 달 만에 태도를 바꾼 배경에 정부의 압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에 대해 "정부가 기업에 몇 개의 부지 후보를 제시했고 기업이 이 중 하나를 택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정부는 호남 외에 어떤 후보지가 검토됐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산자위는 기업 총수를 직접 불러 경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지난 4월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중의원연맹 주최 '미·중 AI 기술 패권 경쟁 속 대한민국 성장 전략' 세미나에 참석했다. 최 회장은 당시 '전남에 에너지가 풍부한데 반도체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 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전기가 있는 곳에 가야 하는 건 맞지만, 꼭 반도체 공장이 가야 하는지는 고민"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청문회 개최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입법과 관련이 없는 현안을 다루는 청문회는 여야 합의가 있어야 열 수 있다. 민주당이 개최에 응하지 않으면 청문회를 열기 어렵다. 반면 법률안 심사를 위한 청문회는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만으로 개회할 수 있다. 호남 반도체와 관련한 메가특구법 심사를 명분으로 삼으면 산자위 내 9석을 가진 국민의힘 의원들만으로도 청문회를 열 수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산자위는 조만간 여야 간사 협의를 거쳐 청문회 개최 여부와 증인 채택 범위를 확정할 방침이다.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 뉴스1

국민의힘은 그동안 여러 차례 논평을 내며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월 24일 논평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권 투자 계획을 두고 정부의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국가 경쟁력을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은 정치가 아니다"라며 "선거와 표 계산이 개입할 영역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반도체 공장은 대통령의 의중이나 정권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임의로 배치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 중인 용인을 거론하며 "인허가와 전력망 구축, 용수 확보 문제로 수년의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도 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기업은 정권의 하청업체가 아니다"라며 "반도체 공장이 어디에 들어설지는 대통령이 아니라 기업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반도체는 정권의 전리품이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와 안보를 떠받치는 핵심 자산"이라고 밝혔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사흘 뒤인 6월 27일 논평에서는 광주·전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용수 부족과 수질 문제를 지적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호남에 물이 충분하며, 시스템만 갖추면 하루 100만 톤 공급도 가능하다"고 밝힌 점을 언급하며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일방적 선언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정부가 농업용 저수지의 물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거론하며 "농업용수를 산업용으로 돌려쓰겠다는 것은 농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반도체 산업은 물의 양뿐 아니라 수질도 중요하다"며 저수지나 담수호의 물에 포함된 요소(우레아) 등 불순물이 반도체 공정의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전했다. 그는 삼성과 SK의 투자가 자발적 선택이라는 정부 설명을 두고 "권력의 칼날 앞에 거역할 수 있는 기업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4일 논평에서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를 겨냥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지율 관리용 정치적 수단이 아니며 지지율은 바람 같은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산업 경쟁력과 시장 논리보다 정치적 계산이 앞선 전형적인 '정치적 급조품'"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투자 계획이 발표된 점을 문제 삼았다. 또 민주당 전당대회 일정과 맞물린 배경을 지적하며 호남 표심을 겨냥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기업은 정권의 치적을 쌓아주는 동원 대상이 아니다"라며 "투자는 시장과 기업의 판단으로 결정돼야지 권력의 지시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부가 기업 투자를 '행정지도'라고 설명한 데 대해서는 "행정지도라는 이름을 붙인다고 관치가 시장경제로 둔갑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국가 전략산업인 반도체는 특정 정당의 전당대회를 위한 정치적 소모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충권 수석대변인은 지난 11일 논평에서 안보 절차와 인프라 대책 문제를 제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관련해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을 치러야 한다"며 2028년 중순까지 광주 군 공항의 기능을 다른 군 공항으로 임시 배치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한 데 대한 것이었다. 그는 "엄중한 안보 절차마저 무시한 채 국가의 대사를 정권의 정치 이벤트로 전락시킨 무모하고 오만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박충권 수석대변인은 "광주 군 공항 이전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라며 광주 기지가 유사시 미 공군 전력이 전개하는 한미 공동운영기지라는 점을 들어 안보 공백을 우려했다. 그는 반도체 팹 가동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 대책이 미비하다며 "기업을 병풍 삼아 허황된 숫자와 속도전만 외치는 것은 표리부동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박충권 수석대변인은 민주당 당권 주자들이 "당대표에 따라 호남 반도체가 속도가 달라진다"고 언급한 점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이 "원칙도 절차도 무시한 '제2의 레버리지 사태'로 귀결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박충권 수석대변인은 정부를 향해 "한미 안보 협의와 전력·용수 인프라 구축이라는 기본 절차부터 냉철하게 점검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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