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용혜인, 관련 법안 발의는 '0건'

이재명 대통령이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을 둘러싸고 국회 의정활동과 정책 전문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실이 용 후보자의 21·22대 국회 대표발의 법안을 전수 조사한 결과 성평등가족부 소관 법률안 대표발의 실적이 한 건도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용 후보자가 다른 의원이 대표발의한 관련 법안에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사례는 있어 대표발의 실적만으로 해당 분야에 대한 모든 의정활동을 평가할 수는 없다는 점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31일 임종득 의원실이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용 후보자는 21대 국회에서 39건, 22대 국회에서 77건 등 모두 116건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21대 국회에서는 환경노동위원회 관련 법안이 10건으로 가장 많았고 행정안전위원회 8건, 기획재정위원회 7건, 법제사법위원회 4건 등이 뒤를 이었다. 22대 국회에서는 행정안전위원회 관련 법안이 2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법제사법위원회 10건, 환경노동위원회 9건, 운영위원회 7건, 재정경제위원회 5건 등이었다.

임 의원실 조사에서는 이 가운데 여성가족부 및 이후 성평등가족부 소관 법률안으로 분류되는 대표발의는 0건으로 집계됐다. 용 후보자는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기획재정위원회, 후반기에는 행정안전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에서 활동했고, 22대 국회에서는 행정안전위원회에 소속돼 활동했다. 따라서 국회에서 성평등·가족 분야를 담당하는 상임위에 소속된 기간이 있었지만, 해당 분야 법안을 직접 대표발의한 기록은 이번 조사에서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다만 대표발의와 공동발의는 성격이 다르다. 대표발의는 법안을 직접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는 의원을 뜻하고, 공동발의는 다른 의원이 대표로 제출한 법안에 함께 이름을 올리는 방식이다. 임 의원실 조사에 따르면 용 후보자는 21대 국회에서 여성가족위원회 소관 법안 20건에 공동발의자로 참여했고, 22대 국회에서도 성평등가족위원회 소관 법안 6건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때문에 인사청문회에서는 용 후보자가 장관으로서 성평등가족부의 정책을 이끌 전문성을 갖췄는지가 주요 검증 대상 가운데 하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임종득 의원은 입법 활동이 국회의원의 주요 책무 가운데 하나이며, 소관 분야에 대한 관심과 전문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반면 대표발의 건수만으로 장관의 정책 역량 전체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장관은 국회의원처럼 법안을 발의하는 것이 주된 업무인 자리가 아니다. 장관은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해당 부처의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며, 부처의 예산과 조직을 관리하고 국회에서 정부를 대표해 관련 정책과 법률안을 설명하는 역할을 맡는다. 따라서 청문회에서는 대표발의 실적뿐 아니라 후보자가 그동안 어떤 정책 분야에서 활동했는지, 실제로 어떤 정책을 추진했는지, 앞으로 성평등가족부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용 후보자의 정치 경력은 노동과 기본소득, 사회적 약자, 인권 문제 등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1990년 경기도 부천에서 태어나 경안고등학교와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거쳤으며, 대학 시절 노동 관련 사회운동에 참여했다. 이후 알바노조 대학팀장과 경희대분회 집행위원장, 노동당 전국위원 및 청년학생위원장 등을 지냈고,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노동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희생자 추모를 위한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을 제안했고 이후 4·16연대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 2017년에는 기본소득정치연대 대표와 온국민기본소득운동본부 운영위원을 맡았으며, 2018년에는 경기도기본소득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2020년에는 기본소득당 창당에 참여해 초대 상임대표를 맡았고 같은 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제21대 국회 전반기 기획재정위원회, 후반기 행정안전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제22대 국회에서도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됐으며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활동했다. 현재는 기본소득당 원내대표이자 당내 유일한 현역 국회의원이다.

청문회에서는 성평등가족부 소관 입법 실적뿐 아니라 용 후보자가 과거 군형법상 이른바 ‘추행죄’ 조항 폐지 법안에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던 사실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용 후보자는 2022년 장혜영 당시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군형법 개정안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해당 개정안은 군형법 제92조의6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군인 또는 군무원 등이 군인 등에 대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이 조항을 둘러싸고는 오랫동안 합의된 동성 간 성행위까지 처벌할 수 있는지가 논쟁이 돼왔다. 당시 개정안을 낸 측에서는 강제추행이나 성폭력 행위는 다른 형사법 규정을 통해 처벌할 수 있는데도 합의된 동성 간 성행위를 별도로 처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용 후보자는 당시 해당 법안에 공동발의자로 참여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합의된 동성 간 성관계를 이유로 군인을 범죄자로 취급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과거 의정활동은 성소수자 인권과 차별 문제에 대한 후보자의 정책적 입장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지만, 이를 두고 어떤 평가를 내릴지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인사청문회에서는 단순히 법안에 찬성했는지를 넘어 용 후보자가 성평등가족부 장관으로서 성평등 정책과 가족정책, 청소년 정책, 여성·아동 보호 정책 등을 어떤 방향으로 추진할 것인지가 구체적으로 검증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성평등가족부는 여성가족부의 기능을 확대·개편한 부처인 만큼 성평등뿐 아니라 가족과 청소년, 여성·아동 관련 정책을 폭넓게 담당하게 된다.

용 후보자의 지명 자체가 세대교체라는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1990년생인 용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장관으로 임명되면 대한민국 정부에서 처음으로 1990년대에 태어난 장관이 된다. 용 후보자는 지명 직후 자신을 ‘30대 워킹맘’이라고 소개하며 성평등을 국민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는 헌법적 책무이자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국정과제라고 밝혔다.

이번 인선은 이재명 정부가 젊은 세대를 내각에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30일 발표된 개각에서는 1970년대생부터 1990년대생까지 비교적 젊은 인사들이 여러 부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용 후보자는 그 가운데 가장 젊은 후보자로, 장관이 될 경우 1990년대생 최초의 장관이라는 기록도 갖게 된다.

다만 나이와 세대교체 자체가 장관으로서의 직무 수행 능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인사청문회의 핵심은 후보자가 해당 부처를 이끌 수 있는 정책 역량과 도덕성, 국정 운영 능력을 갖췄는지를 확인하는 데 있다. 용 후보자의 경우 노동과 기본소득, 인권 분야에서 활동해온 정치 경력이 있는 만큼 그 경험을 성평등·가족·청소년 정책으로 어떻게 연결할지가 중요한 검증 대상이 될 전망이다.

용 후보자의 국회의원직을 어떻게 할지도 관심사다. 용 후보자는 기본소득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21대와 22대 국회에 연이어 입성했다.

그동안 비례대표 의원이 장관 등 국무위원으로 입각할 경우 의원직을 사퇴하는 사례가 일반적이었다. 비례대표 의원이 사퇴하면 해당 정당의 비례대표 명부에서 다음 순번의 후보자가 의원직을 승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구 의원과 달리 비례대표 의원은 사퇴에 따른 보궐선거를 치르는 구조가 아니라는 차이가 있다.

현재 기본소득당은 용 후보자가 사실상 유일한 현역 국회의원이라는 점에서 의원직 유지 여부가 당의 원내 활동과도 연결된다. 실제로 용 후보자 측과 기본소득당은 장관에 임명되더라도 의원직을 유지하는 방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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