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번걸아가며... 용혜인-박기홍 부부의 뭔가 좀 당황스러운 행적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그의 남편 박기홍 기본소득당 전략기획부총장이 정치단체는 물론 당에서도 대표를 번갈아 맡아온 것으로 확인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결혼 전 몸담았던 정치단체에서 대표직을 이어받은 데 이어 기본소득당 창당 이후에 한쪽이 자리를 비우면 다른 한쪽이 그 공백을 메우는 방식으로 당대표 자리를 나눠 맡은 것으로 드러나 ‘가족 경영’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그의 남편 박기홍 기본소득당 전략기획부총장. 용 후보자 사진의 출처는 뉴스1, 박 부총장 사진의 출처는 그의 페이스북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진보 성향 청년정치공동체 청년좌파에서 시작됐다. 청년좌파는 기본소득과 최저임금 1만원 등을 내걸고 활동한 단체다.

1일자 한국경제 온라인판 보도에 따르면 박 부총장은 청년좌파 대표로 활동하던 2017년 1월 31일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당시 단체 내부에서는 그가 여성 활동가들을 성별과 나이, 학벌, 활동 경험 등을 기준으로 평가하고 일부를 활동에서 배제했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단체 회원의 성폭력 사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회원들에게 배포된 사과문과 사퇴 서신에서 박 부총장은 자신의 언행이 여성 활동가들의 노력을 폄하하고 상대에게 모욕감을 줬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자신의 발언과 관계 맺음 방식이 실질적으로 회원을 활동에서 배제하는 효과를 낳았다며 부적절하고 폭력적이었다고 사과했다.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서도 피해자를 지지·지원하는 구체적 계획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 뉴스1

박 부총장이 물러난 지 2개월 뒤 용 후보자가 청년좌파 임시총회에서 후임 대표로 선출됐다. 두 사람은 그해 9월 결혼했다. 용 후보자는 그해 말 기본소득정치연대 대표를 맡았다. 이후 2020년 기본소득당 창당을 주도했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현재 기본소득당 주축 인사 상당수가 청년좌파를 거쳤다.

대표직을 주고받는 흐름은 기본소득당에서도 이어졌다. 용 후보자는 2020년 1월 기본소득당 초대 당대표를 맡았다. 그는 그해 4월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례위성정당의 비례대표로 출마하기 위해 대표 자리를 비웠다. 이 기간 박기홍 부총장이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았다. 당선된 용 후보자는 선거 뒤 기본소득당으로 복귀했다.

용 후보자는 2021년 자녀를 출산했다. 이때 박 부총장은 1년간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용 후보자는 2023년 5월 한 라디오 방송에서 남편의 육아휴직을 거론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은 선출직이라 육아휴직 해당 사항이 없어 출산 50일 전 사무실에 복귀했다고 말했다. 남편은 선택권 없이 강요된 육아휴직을 했다고도 했다. 이어 남편이 1년간 육아휴직을 하면서 경력 단절과 복직 뒤 적응을 걱정했다고 전했다.

용 후보자를 비판하는 이들은 해당 발언을 강하게 문제 삼고 있다. 박 부총장이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뒤에도 사무총장, 전략기획실장, 기획조정실장, 전략기획부총장 등 핵심 당직을 끊김 없이 이어갔는데, 그 인사권을 사실상 쥐고 있던 곳이 다름 아닌 용 후보자가 주로 대표를 맡아온 기본소득당이기 때문이다. 남편의 경력 단절을 걱정했다는 발언이 당에서 남편이 자리를 계속 맡은 사실과 겹치며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인 셈이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를 두고 용 후보자가 스스로 남편의 경력 단절 문제를 해결해준 셈이라며 국가 보조금을 받는 정당에서 배우자를 당직자로 채용한 것이 장관 자격과 부합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남편인 박기홍 기본소득당 전략기획부총장. / 박 부총장 페이스북

기본소득당에서 가장 유명한 정치인인 용 후보자는 기본소득당에 있는 대부분의 기간에 당대표를 지냈다. 그는 2022년 9월부터 2024년 2월까지 3기 상임대표를 맡았다. 이후 2024년 2월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비례위성정당에 합류하기 위해 대표직을 내려놨다. 총선 뒤 복귀해 2024년 7월 제4기 당대표에 취임했다. 이 대표직은 지난 6월 30일 임기 만료로 내려놨다. 당대표를 맡지 않았던 2기 지도부 시절에도 용 후보자는 당의 유일한 국회의원으로 원내대표를 맡아 지도부에 참여했다.

박 부총장은 창당준비위원회 전략기획본부장과 초대 사무총장, 전략기획실장, 기획조정실장, 당대표 권한대행 등을 거쳐 현재 전략기획부총장을 맡고 있다. 그는 최근 진행 중인 기본소득당 지도부 선출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후보로도 이름을 올렸다.

기본소득당은 정당법과 정치자금법에 따라 국가로부터 지원금과 경상보조금을 받는다. 이 당은 2026년 3분기에도 보조금 약 2억7709만원을 받았다. 야당은 용 후보자가 대표로 있던 정당에 남편이 장기간 당직을 맡아온 점, 국고보조금이 투입되는 정당이라는 점을 들어 '가족정당'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기본소득당은 이런 비판을 반박한다. 문미정 당대표 권한대행은 가족정당·1인정당이라는 지적이 도를 넘은 비난이라고 주장했다. 당은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되고, 2만여 당원과 수백 명의 대의원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며, 당직 인사도 최고위원회의 협의를 거친다는 것이다. 당은 박 부총장이 누군가의 남편이어서가 아니라 실력으로 인정받아 중책을 맡아왔다는 입장이다. 박 부총장은 2013년 고려대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활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2014년에는 노동당 소속으로 서울시의원 선거에 출마했고 알바노조 조합원으로도 활동했다. 그는 2016년 청년좌파 대표 자격으로 노동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노동당 비례대표 1번 후보가 용 후보자였다.

논란은 용 후보자가 장관 지명 뒤에도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크게 커진 상황이다. 용 후보자가 의원직을 사퇴하면 민주당 추천 인사인 고재순 전 노무현재단 사무총장이 의석을 승계한다. 이 경우 기본소득당은 원내 1석을 잃고 원외 정당이 된다. 용 후보자는 이런 상황을 사퇴 거부의 이유로 들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용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장관 후보자 6명 모두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면서 지명 철회 0순위로 김 후보자를 꼽았다. 정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가 이 대통령 재판의 공소 취소를 추진하는 모임의 공동대표 2명 중 1명이라고 지적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번 개각을 민생 역주행이자 셀프 방탄용이라고 비판했다. 용 후보자에 대해서는 비례대표로만 두 차례 국회에 들어온 의원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이 청년이 납득할 인사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성평등가족위원회 야당 간사인 강선영 의원은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강 의원은 용 후보자가 21·22대 국회에서 부처 소관 법률 중 대표발의한 것은 2건뿐이고 그마저 21대에서 임기 만료로 폐기된 법안을 숫자만 바꿔 다시 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관직을 맡으면서 의원직도 내려놓지 않겠다는 것은 정당 보조금 11억원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용 후보자의 의원·장관 겸직을 두고 비판 여론은 여권 안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박선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 방송에서 비례대표는 다음 순번이 있으면 사퇴하는 것이 맞는다고 지적했다. 지역구 의원이 아닌 만큼 전문성을 살려 장관 후보가 됐다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도 개인 의견을 전제로 장관직과 의원직 중 하나를 택하라고 압박했다.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용 후보자가 평소 피해자를 위한 정치를 내세우면서도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피해자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소수정당의 특수한 사정이라는 해명에 대해서는 위성정당이라는 편법으로 국회에 들어온 결과라고 꼬집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는 사퇴 여부는 각자의 판단이라면서도 대통령실에 정무적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현행 국회법상 국회의원은 국무위원을 겸직할 수 있다. 용 후보자가 장관이 되더라도 의원직을 사퇴할 법적 의무는 없다. 다만 비례대표가 국무위원이 될 때 의원직을 내려놓은 관례가 있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뒤 판단하자는 신중론도 있다.

최민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비례대표가 사퇴하고 장관으로 가는 것은 법적 구속 사항이 아니라며 청문회에서 해명을 들어보자고 했다. 김성회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원내에서 용 후보자의 비례직 사퇴를 논의한 바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진보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는 이번 사안이 개인의 사퇴 문제가 아니라 정당 존립과 관련된 헌정사 최초의 사례라면서 따를 관례가 없는 특수한 상황인 만큼 사퇴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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