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의 꼼수가 쏘아올린 '커다른 공'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위성정당을 허용하는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비등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위성정당 방지법'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부터 병립형 비례대표제 환원,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까지 다양한 개편안이 동시에 거론되고 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첫 출근하고 있다. / 뉴스1

비례대표 의원은 장관에 임명되면 의원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그동안의 관례였다. 그러나 용 의원은 의원직을 내려놓지 않겠다고 했다. 자신이 기본소득당의 유일한 국회의원인 만큼 원내 정당의 지위를 지키려면 의원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다.

용혜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덕에...

논란이 커진 이유는 용 의원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덕에 두 번이나 국회의원이 됐기 때문이다. 용 의원은 21대와 22대 국회에 두 차례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위성정당 소속으로 입성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주도한 더불어시민당에 합류해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선거가 끝난 뒤에는 형식적인 제명 절차를 거쳐 원래 소속인 기본소득당으로 복귀했다. 2024년 22대 총선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민주당 주도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통해 비례대표 재선에 성공했다. 소수 정당 대표로서 선거의 비례성 확대를 주장해 온 인물이 정작 제도의 허점을 적극 활용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기본소득당 이름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 아닌데도 의원직을 고수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용 의원이 의원직 유지를 고수하는 배경으로는 국고보조금이 거론된다. 비례대표직을 내려놓으면 기본소득당은 원외 정당이 된다. 이 경우 연간 11억원 규모로 알려진 국고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자며 도입한 제도가 편법 통로로 쓰이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는 대목이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2026년 정기국회 주요 입법과제 가운데 하나로 위성정당 방지를 대전제로 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혁을 제시했다. 최종호 민주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브리핑에서 "국회는 정개특위와 별개로 선거제도개혁특위를 구성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혁을 전담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최종호 연구위원은 개혁의 대전제를 위성정당 방지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선거제도 자체를 바꾸자는 논의도 활발하다. 최민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앞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여러 권역으로 나눈 뒤 정당 득표에 따라 비례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다. 석패율제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중복 출마를 허용함으로써 높은 득표율을 얻고도 낙선한 후보에게 비례대표 당선 기회를 주는 제도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첫 출근하고 있다. / 뉴스1

국민의힘에서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부활시키자는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20대 총선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서지영 의원과 권성동 전 의원은 각각 병립형 회귀를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병립형으로 돌아가되 그 부작용을 막기 위해 개방형 명부제를 함께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나경원 '위성정당 혈세먹튀 방지법' 내놔

나경원 의원은 용 의원 논란을 겨냥한 이른바 '위성정당 혈세먹튀 방지법'을 발의했다. '용혜인 방지법'으로도 불린다. 위성정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뒤 자신의 당으로 돌아갈 경우 국고보조금을 받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핵심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 사이의 비례성을 높이자는 명분으로 2019년 12월 선거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이듬해 21대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의 독식을 막고 소수 정당의 정계 진출을 돕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의도와 달리 이 제도는 위성정당이라는 변종을 낳았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첫 출근하고 있다. / 뉴스1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른 전체 의석에서 지역구 당선자 수를 뺀 나머지 의석의 일부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지역구 의석을 많이 얻을수록 비례대표 의석을 배정받기 어려워진다. 거대 양당은 이 구조를 피하려고 지역구 후보는 모(母)정당에, 비례대표 후보는 위성정당에 내는 방식으로 제도를 우회했다. 지역구 투표는 모정당에 하고 비례대표 투표는 위성정당에 해달라며 선거운동을 벌인 뒤 선거가 끝나면 두 정당을 합당해 의석을 늘리는 방식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어떤 문제점 안고 있나

의원 정수가 300명이고 지역구가 250석, 비례대표가 50석이라고 가정해보자. 지역구 의석 비중이 압도적이면 득표율 35% 안팎의 거대 정당은 지역구 당선자만으로 득표율에 상응하는 의석을 이미 채우게 된다. 이 경우 거대 정당은 비례 의석을 사실상 받지 못한다. 비례대표는 득표율 대비 부족한 의석을 채워주는 제도다. 거대 정당은 이미 지역구 당선자만으로 자신들의 정당 득표율에 해당하는 지분을 초과해서 채웠기에 비례대표로 추가 배정받을 의석이 남아 있지 않게 된다. 그래서 꼼수의 동기가 생긴다. 한 거대 정당이 지역구 전용 정당과 비례 전용 위성정당을 따로 두고 지지자에게 비례표를 위성정당에 몰아주도록 유도하면 지역구 의석은 그대로 지키면서 위성정당을 통해 비례 의석까지 확보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병립형에서 얻었을 의석보다 더 많은 의석을 가져가는 왜곡이 발생한다.

실제 21대 총선에서 이 시나리오가 그대로 재현됐다. 당시 제1야당이던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려고 미래한국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여당이던 민주당도 위성정당에 참여하면서 거대 양당 체제가 오히려 고착화됐다.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모두 후보를 낸 정의당이 손해를 봤고 병립형으로 치러진 20대 총선보다 거대 양당 구도가 더 심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첫 출근하고 있다. / 뉴스1

다른 나라에서는 문제 없을까 살펴봤더니...

비슷한 편법은 해외에서도 나타난 적이 있다. 2005년 알바니아 총선에서는 기존 양당인 민주당과 사회당이 유권자에게 비례대표 투표에서 선거 연대를 한 군소 정당을 찍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지역구에서는 100석 가운데 99석을 두 거대 정당이 가져갔지만, 비례대표에서는 지역구 의석을 한 석도 내지 못한 공화당과 사회민주당이 1, 2위를 차지했다. 다만 이때 비례 의석을 얻은 군소 정당들은 선거 직전에 급조된 정당이 아니라 오래전에 창당돼 여러 차례 당선자를 낸 정당들이었다. 급조된 위성정당이 아닌 선거 연대 형식이었다는 점에서 한국과는 성격이 다르다. 알바니아는 이 선거 이후 지역구 의석을 폐지하고 완전 비례대표제로 전환했다.

2007년 레소토 총선에서는 편법이 한층 노골적이었다. 양대 정당이 아예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고, 여당인 레소토민주의회는 민족독립당에, 제1야당인 전바소토협의당은 레소토노동당에 투표하도록 지원했다. 두 거대 정당이 사실상 비례대표를 싹쓸이한 것이다. 레소토는 이후 지역구 의석 득표율을 기준으로 연동형 의석을 분배하도록 선거법을 개정했다.

한국과 비슷하게 지역구 선거와 정당명부 투표를 결합한 독일과 뉴질랜드 등에서는 위성정당 문제를 찾아보기 어렵다. 위성정당을 만들어도 실익이 없도록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둔 덕분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위성정당을 창당할 유인 자체를 없애는 방향으로 제도의 맹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여야는 정기국회 회기 중 정개특위 구성을 놓고 협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위성정당 방지, 병립형 환원, 권역별 비례대표제, 개방형 명부제 등 서로 다른 개편안이 맞물려 있는 만큼 논의 과정에서 여야 간 견해차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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