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크라이나에 그 무기 팔아라"… 트럼프, 한국 압박 칼럼 공유

'한국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국산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Ⅱ'를 우크라이나에 팔도록 한국을 압박해야 한다는 취지의 칼럼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뉴스1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마크 티센의 칼럼 제목과 링크를 올렸다. 별도의 언급은 달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마음에 드는 보도·기고문을 골라 공유해온 만큼 이번 공유에 한국을 향한 압박 의도가 담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천궁-Ⅱ를 콕 집어 지목한 것이 아니더라도 한국이 미국에 추가로 기여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지난 5월 13일 공군8146부대에서 작전요원들이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 발사대를 직립 시키고 있다. / 뉴스1

티센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수석 연설문 작성자를 지낸 인물이다. 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연구위원이자 폭스뉴스 기고자다. 결정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조언을 구하는 인사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칼럼 제목은 '트럼프는 어떻게 우크라이나가 자체 패트리엇 미사일을 만들도록 도울 수 있나'다.

티센은 칼럼에서 미국이 처한 요격미사일 재고 문제를 지렛대로 삼아 자신의 주장을 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동시에 자국 방어 수요를 충족하고, 소진된 미사일 재고까지 다시 채워야 하는 처지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미국 방위산업에 걸리는 부담은 한층 커졌다. 티센은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자국 공장에만 의존하지 말고 국외에서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생산을 늘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봤다.

칼럼의 핵심 제안은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을 직접 생산할 수 있는 면허를 내주자는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자국 공장에만 매달리지 않고도 전체 요격미사일 생산량을 늘릴 수 있게 된다는 논리다. 다만 티센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생산 허가를 받더라도 당장 쓸 요격미사일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짚었다. 면허 생산은 시간이 걸리는 방안이라 공백을 메울 별도의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긴급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티센이 꺼낸 카드가 한국의 천궁-Ⅱ다. 티센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압박해 '한국판 패트리엇'으로 통하는 천궁-Ⅱ를 한국의 자체 비축분에서 우크라이나로 넘기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궁-Ⅱ가 우크라이나의 급한 방공 수요 가운데 일부를 임시로 메워줄 수 있다는 취지다. 동시에 이 방안이 한정된 패트리엇 재고를 두고 자국 방어와 우크라이나 지원 사이에서 저울질해야 하는 미국의 부담도 덜어준다고 봤다.

티센은 이 방안이 미국과 한국 양쪽의 이익에 두루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는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지원 거부로 이미 화가 나 있는 상태라면서, 한국이 이보다 더 나은 방식으로 관계를 풀 길은 없다고 적었다. 한국이 천궁-Ⅱ를 우크라이나에 넘기면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껄끄러워진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는 논리다.

천궁-Ⅱ 판매가 한국의 국익에도 부합한다는 주장도 폈다. 우크라이나 공격에 동원되는 북한제 미사일을 상대로 천궁-Ⅱ의 실제 성능을 시험해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려고 만든 무기를 실전에 준하는 조건에서 검증할 기회라는 취지다. 티센은 이를 두고 한국이 믿을 만한 동맹임을 스스로 입증할 기회라고 덧붙였다.

한국이 전쟁 중인 국가에는 무기를 팔 수 없다는 법적 제약을 든다는 점도 티센은 반박했다. 그는 한국이 이미 전쟁 상황에 놓인 아랍에미리트(UAE)에 천궁-Ⅱ를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UAE가 이란의 공격을 막으려 천궁-Ⅱ를 조기에 공수받은 사례를 들어 UAE 역시 전쟁 중인 나라인 만큼 우크라이나 판매도 정당화된다는 논리를 폈다.

실제로 천궁-Ⅱ는 최근 중동에서 실전 능력을 입증하며 세계 방공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UAE는 2022년 약 35억 달러 규모로 천궁-Ⅱ 10개 포대 도입 계약을 맺었다. 당시 한국 방산 역사상 최대 규모의 수출 계약이었다. 이 가운데 2개 포대만 운용에 들어간 상태에서 지난 3월 이란의 공격이 시작됐다. UAE 국방부에 따르면 당시 자국을 겨냥한 탄도미사일 174발 가운데 161발이, 무인기 689대 가운데 645대가 격추됐다. 미국산 패트리엇과 사드(THAAD), 이스라엘산 무기 등이 함께 구성한 다층 방공망이 거둔 성과다.

지난 5월 13일 공군8146부대에서 작전요원들이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 발사대를 직립 시키고 있다. / 뉴스1

이 다층 방공망 안에서 천궁-Ⅱ가 맡은 표적에 대한 요격 성적은 특히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의원은 천궁-Ⅱ가 배정된 30개 표적 가운데 29개를 요격해 96%의 명중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표적 하나에 요격미사일 2발씩을 쏘는 방식으로 약 60발이 발사됐다는 설명이다. 성능이 미국산 패트리엇에 견줘 손색이 없으면서도 가격은 3분의 1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런 전투 신뢰도와 가격 경쟁력이 맞물리면서 UAE는 30발이 넘는 천궁-Ⅱ 요격미사일을 긴급 추가 요청했고, 한국은 이를 승인해 납품 시점을 앞당겼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앞서 천궁-Ⅱ 도입을 결정하는 등 걸프 국가를 중심으로 도입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천궁-Ⅱ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의 핵심 자산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비롯한 공중 위협에 대응하려고 개발됐으며 2024년 전력화가 마무리됐다. 다기능 레이더와 발사대, 유도탄 등으로 구성되며 항공기와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다만 UAE에서 이란 미사일을 상대로 거둔 성과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능력으로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전문가 지적도 있다.

티센은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생산 면허를 내주는 방안 자체에는 찬성하면서도, 첨단 기술 유출을 막을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우크라이나와 패트리엇 제조 기술을 공유했다가 러시아와 이란, 북한, 중국으로까지 기술이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우려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을 두둔했다. 대안으로는 최첨단 기능을 뺀 신형 저비용 모델 'PAC-3 ACE'를 우크라이나가 공동 생산하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초 우크라이나의 패트리엇 생산을 허가하겠다고 공언했다가 같은 달 말 "합의된 것은 아니고 신중해야 한다"며 사실상 입장을 물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티센의 칼럼을 공유했다고 해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패트리엇 생산을 이미 승인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에서 다룬 사안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앞서도 미국 보수 진영에선 한국의 요격미사일을 우크라이나로 돌리자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부통령을 지낸 마이크 펜스는 지난달 CNN 방송에 나와 겨울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요격미사일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펜스 전 부통령은 한국이 정교한 요격미사일 체계를 갖췄다면서, 이를 미국을 거쳐 우크라이나로 보내는 방안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나설 때라고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방공 분야에서 한국의 지원을 받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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