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르몽드 인터뷰서 쏟아낸 작심 발언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6일(현지 시각) 프랑스 니스 코트다쥐르 공항에 도착한 공군 1호기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수행해 북한의 핵 능력 증강을 억제하겠다는 외교 구상을 밝혔다.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이 동맹 훼손이 아닌 재정립 과정이라고 평가하며 한국의 군사적 역할 확대를 약속했다.

한일 관계는 역사 문제를 주시하되 점진적 협력을 도모하는 미래지향적 접근을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제안한 강대국 견제용 독립국 연대에 관해서는 민주주의 등 공통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의 실용적 협력과 기존 동맹 강화로 화답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시도를 비판하며 권력 분산을 위한 헌법 개정, 사법 개혁, 군 개혁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북미 대화 재개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는 6일(이하 현지 시각) 프랑스 니스 코트다쥐르 공항을 통해 공군 1호기에서 하차하며 이날부터 9일까지 이어지는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르몽드는 이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 기사를 공개했다.

해당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교착 상태에 빠진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다.

이 대통령은 "북미대화 재개를 돕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겠다"며 "이는 북한의 핵 능력 증강을 중단시키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굳어진 남북 관계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이 대통령은 "불신의 벽을 몇 가지 조치만으로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진단하면서도 한반도 내 평화 공존 실현을 위해 장기적이고 꾸준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한미동맹 재정립 및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접근

외교 안보의 핵심축인 한미동맹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한미동맹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하려는 것이 아닌 변화하는 시대의 현실에 맞게 동맹을 재정립하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발맞춰 한국 역시 국방비 예산을 확충하고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군사적 역량을 점진적으로 강화해 한미동맹 내에서 한국의 역할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색된 한일 관계를 두고는 실용주의적 접근 방식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모든 갈등을 해결해야만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양국이 공통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특정 분야부터 점진적인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민감한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역사 문제를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원칙을 재확인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유럽 통합의 기초가 된 프랑스와 독일의 석탄 및 철강 분야 협력 사례를 직접 거론하며 한일 양국이 경제적 이익을 매개로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독립국 연대' 제안에 대한 화답

인터뷰에서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4월 방한 당시 언급했던 외교적 연대 구상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당시 호르무즈 해협 사태를 언급하며 "헤게모니를 원하지 않는 국가, 현재의 예측 불허 상황을 우려하는 국가들이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한 바 있다.

르몽드는 이를 미국이나 중국 등 주요 강대국과 일정한 거리를 두며 독자적인 외교 노선을 구축하려는 독립국 연대 제안으로 해석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보편적 가치 중심의 협력과 동맹 강화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응답했다.

이 대통령은 "민주주의, 인권, 법치와 같은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사이에서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특정 분야에서 실질적인 행동이 가능한 국가들과 실용적이고 개방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며 "자국 안보를 스스로 확보할 역량을 높이면서 기존 동맹을 강화하려 한다"고 부연해 전통적 동맹 관계와 다자간 연대를 병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이번 프랑스 방문 목적에 대해 "오랜 세월에 걸쳐 쌓아온 양국의 우정이 미래를 향해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며 양국 간의 파트너십 강화에 주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내 정치 지형 개편을 위한 개헌 및 사법·군 개혁

외교 사안 외에도 국내 정치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한 강도 높은 개혁 의지가 인터뷰를 통해 공개됐다.

이 대통령은 2024년 12월 발생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시도를 국가적 정치 위기로 규정하고, 이 같은 사태의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많은 희생을 치러 쟁취한 민주주의가 다시는 위협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단언했다.

르몽드는 한국 내에서 진행 중인 헌법 개정 논의의 구체적인 방향성을 기사에 포함했다.

르몽드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요건을 한층 엄격하게 제한하고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명시하는 내용이 개헌 논의의 핵심으로 다뤄지고 있다.

이 같은 개헌론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대통령의 책임을 강화하고 권한을 보다 적절하게 분산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권력 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의 당위성을 공식적으로 지지했다.

권력 기관 개혁 과제도 함께 제시됐다.

이 대통령은 사법 제도 문제와 관련해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고 권력 남용을 예방하기 위해 사법 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사 조직에 대해서도 엄격한 통제와 현대화를 동시에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헌정 질서를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동시에 현대와 미래의 전쟁 형태에 능동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군 개혁의 시급성을 재차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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