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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부부가 몸담은 것으로 알려진 노동당 내 비밀조직 '언더조직'에서 성차별적 내용이 담긴 문건이 공유된 사실이 드러났다고 한국일보가 인터넷판으로 8일 단독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언더조직의 활동 지침을 담은 '세상을 뒤엎어라' 문건을 입수했다면서 해당 문건에 성차별적 내용이 다수 담겨 있다고 전했다.
문제의 문건은 근본주의자의 삶, 지도자, 조직화, 교육, 노동자운동 등으로 나뉘어 조직원의 운영·행동 지침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문건에는 남성 조직원을 두고 "남성들의 경우 오래 만나다 보면 새로운 화제도 별로 없을 테고 하니, 일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생리적인 '배설 욕구'를 해결하는 것이 일차적인 관심사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임신이라도 하게 되면 갑작스럽게 둘의 관계가 부담스러워진다"는 표현도 실렸다. 혼전 순결을 강조하는 대목으로는 "신뢰와 애정이 충만하지 않았다면 남성이든 여성이든 서로의 순결을 지켜주는 것이 좋다. 자칫 문제가 발생하면 동지간의 투명한 관계가 깨어진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일보는 조직 활동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교제를 삼가라는 취지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문건은 여성 활동가에게 "태도가 정갈하고 다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들에게는 "같이 술 마셔주는 걸 장기로 삼으면 안 된다. 본인은 자연스러운 행동이었을지라도 순진한 남성 노동자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여, 여러 사람에게서 프러포즈를 받고는 당혹스러워질 때가 있다"며 "미리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줄여야 한다"고 적었다. 한국일보는 이 문건과 별개로 '우리가 사랑할 때'라는 제목으로 피임기구 사용법을 소개한 문서도 조직 내부에 내려왔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이 문건들이 조직의 정점으로 지목된 보드게임회사 대표(김길오 코리아보드게임즈 대표) 등을 통해 수년간 내부에서 공유됐다고 전했다. 조직에서 활동했다는 한 관계자는 한국일보에 "1980년대 일부 운동권 모임에서 공유됐던 문건이 내려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직 내 대다수가 사실상 '가이드라인' 성격인 문건을 읽었는데 용 후보자 부부는 일체 대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본인이 몸 담은 조직에서 발생한 문제인데 한번도 인정하지 않은 채로 성평등가족부 장관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용 후보자의 남편은 박기홍 기본소득당 최고위원이다. 기본소득당은 해당 조직과 당이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언더조직은 옛 사회당 출신 인사들이 노동당 내부에 따로 결성한 일종의 비밀 분파를 가리킨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서 "한국사회당-노동당-청년좌파-기본소득당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조직이 '언더조직'이란 소규모 비밀조직에 의해 운용됐고, 그 사상·경제적 배후에 김길오 코리아보드게임즈 대표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용 후보자도 이 언더조직 소속으로 노동당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더조직의 실체는 2018년 노동당 자체 진상조사에서 상당 부분 확인됐다. 이가현 당시 알바노조 위원장이 그해 2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언더조직의 존재와 반인권적 행태를 폭로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 전 위원장은 당시 글에서 "전인적 운동가가 돼야 한다고, 혼전순결 해야 한다고, 낙태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던 그곳은 알바노조, 노동당, 청년좌파, 평화캠프의 모든 결정사항이 이뤄지는 곳이었다"고 적었다.
당에서 파장이 커지자 노동당은 홍세화 당시 고문을 위원장으로 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다. 진상조사위는 민변 소 변호사와 인권연대 사무국장을 위원으로 두고 그해 7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언더조직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다수의 노동당 당원이 관련됐다고 결론 내렸다. 언더조직원들은 조직의 구성과 역할은 물론 존재 자체를 비밀에 부쳐 왔다고 진상조사위는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언더조직은 방 두세 개 규모의 오피스텔이나 빌라 형태인 안전 가옥(안가)을 중심으로 운영됐다. 안가 책임자는 조직원에게 사상교육과 생활 상담을 하고 알바노조·노동당 등에 대한 대응 전략을 전달했다. 조직원들은 안가를 오갈 때 버스와 지하철, 택시를 번갈아 타고 현금이나 일회용 승차권만 써 전자적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했다. 진상조사위는 이런 행태가 조직원에게 '남다른 존재'라는 인식을 심고 긴장감을 유지시키기 위한 장치에 가깝다고 봤다.
진상조사위는 옛 사회당계 핵심 인물로 김길오 대표를 지목했다. 김 대표는 알바노조 상근자 3명분 인건비를 매달 현금으로 부담하고 차량을 사주는 등 재정을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대표는 이 전 위원장의 문제 제기 이후 논란이 일자 탈당했다. 김 대표는 진상조사위에 보낸 입장문에서 "저 때문에 당과 당원 여러분이 겪고 계신 이 고통에 대해 뭐라고 사죄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밝혔다. 다만 언더조직과 관련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고 진상조사위는 전했다.
진상조사위는 언더조직이 낙태 금지와 혼전 순결 내용이 담긴 교재로 조직원을 교양했다는 점도 복수의 진술로 확인했다. 언도조직 일원이었떤 박모씨는 "여성들이 낙태를 하고 이러면 몸에 안 좋고 활동을 쉬게 되니 그런 걸 피하는 게 좋다"는 차원의 해결책이었다고 진술했다. 다만 처음 조직에 들어온 사람에게는 폭력적이고 억압적일 수 있다고 인정했다.
이가현 전 위원장은 조직이 모텔 출입 금지, 조직원 간 연애 금지 등도 요구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위계 구조 탓에 후배들에게 이런 요구가 강요로 느껴졌을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성평등과 인권을 주요 가치로 내건 진보 정치권 일각에서 시대착오적이고 성차별적인 내부 문건이 공유됐던 이유가 뭘까. 여기엔 1980~1990년대 구좌파 운동권 특유의 구조적 모순이 자리 잡고 있다.
먼저 전위정당론에 기반한 조직 우선주의다. 사회 변화라는 거대 목표 아래 개인의 자율성이나 인권은 보조적 수단으로 전락했다. 여성 활동가를 대등한 주체보다 조직 리스크 관리나 남성 활동가의 사기 유지를 위한 통제 대상으로 바라보는 전근대적 시각이 유지된 원인이다. 보안 유지를 명목으로 한 금욕주의 규율도 문제였다. 언더조직, 즉 비밀조직의 생존을 위해 연애, 임신, 낙태 등 개인의 신체적·사적 결정을 조직 차원의 이탈 위험 요소로 규정했다. 외부 도덕성 시비를 막고 조직력을 보존한다는 명분이 혼전순결이나 낙태 금지 같은 개인권 침해 지침으로 변질됐다. 폐쇄적 위계 구조와 검증 부재도 원인으로 꼽힌다. 과거에 만들어진 밀실 운동권 교재가 검증 없이 재배포됐음에도 비선 재력가의 자금력과 정파 선배의 권위에 의존하는 조직 특성상 후배 활동가들의 내부 비판이 마비됐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표면적 진보 구호와 달리 내부 운영은 비공식 위계와 반인권적 관습으로 유지되는 이중성이 고착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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