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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으로부터 프랑스 최고 권위의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대십자 훈장’을 받았다.
김혜경 여사도 프랑스의 ‘국가공훈 대십자 훈장’을 수여받으면서 한·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맞은 양국 정상 부부의 국빈 방문 일정이 훈장과 만찬, 선물 교환으로 이어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파리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주최한 국빈 만찬에 참석하기 전 레지옹 도뇌르 대십자 훈장을 받았다. 김 여사에게는 국가공훈 대십자 훈장이 수여됐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번 훈장 수여에 대해 “한·프랑스 우호 관계 증진에 대한 기여를 높이 평가하고 우리 정상 부부에게 최고 수준의 예우를 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측이 한·프랑스 관계 발전에 대한 이 대통령의 기여를 평가하고 국가원수 부부에게 최고 수준의 외교적 예우를 표했다는 의미다.

레지옹 도뇌르는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 권위의 훈장이다. 군사적 공적뿐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과학·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프랑스 또는 국가 간 관계 발전에 공헌한 인물에게 수여된다.
훈격은 모두 5개로 나뉜다. 가장 낮은 등급부터 슈발리에(Chevalier·기사), 오피시에(Officier·장교), 코망되르(Commandeur·사령관), 그랑 오피시에(Grand Officier·대장군), 그랑크루아(Grand-Croix·대십자) 순으로 올라간다. 이번에 이 대통령이 받은 대십자는 이 가운데 가장 높은 등급이다.
레지옹 도뇌르는 외국 정상이나 주요 인사에게도 수여된다. 실제 한국에서도 한·프랑스 관계와 문화·학술 교류 등에 기여한 인사들이 이 훈장을 받아왔다. 한국외대 최정화 명예교수는 2003년 한국 여성 최초로 슈발리에장을 받은 데 이어 2025년 오피시에장을 수훈했다.
이번 이 대통령의 수훈은 일반적인 개인 훈장 수여와는 성격이 다르다. 프랑스 대통령이 국빈 방문 중인 외국 국가원수에게 자국 최고 등급의 훈장을 수여한 것으로, 양국 관계의 상징적인 외교 행사로 볼 수 있다. 연합뉴스 역시 이 훈장을 레지옹 도뇌르의 최고 등급인 ‘Grand Cross’라고 설명하며 이 대통령의 한·프랑스 관계 발전 기여를 수훈 배경으로 전했다.

이날 국빈 만찬에는 정부 관계자뿐 아니라 한국의 경제·문화계 주요 인사들도 참석했다. 경제계에서는 한국경제인협회 류진 회장을 비롯해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LS그룹 구자은 회장,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 LG전자 류재철 사장, 현대차 성김 사장, 네이버 최수연 대표, 한화토탈에너지스 나상섭 대표, 셀트리온 서진석 대표, 코스맥스 최경 대표, 큐노바컴퓨팅 이준구 대표 등이 자리했다.
문화계에서는 넥슨코리아 강대현 공동대표, SLL 박준서 대표, 부산국제영화제 박광수 이사장, 영화진흥위원회 한상준 위원장, 한국콘텐츠진흥원 김윤지 원장, 가수 화사 등이 참석했다. 경제와 첨단산업뿐 아니라 콘텐츠와 문화 분야까지 양국 간 협력의 폭을 넓히겠다는 이번 국빈 방문의 성격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이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한국과 프랑스가 지난 140년간 쌓아온 관계를 강조했다. 특히 이날 오전 프랑스 파리 개선문 인근에서 헌화하는 과정에서 한국전쟁 당시 지평리 전투에 참여했던 프랑스 참전용사들을 만난 일을 언급하며 “그때 눈물이 왈칵 솟았다”고 말했다.
지평리 전투는 한국전쟁 당시 프랑스군이 참여한 대표적인 전투 가운데 하나다. 이 대통령은 전쟁 당시 형성된 양국의 인연을 언급한 뒤 “한·프랑스 수교 140년 동안 쌓아온 우정과 연대를 바탕으로 원자력·인공지능·반도체·양자기술·핵심광물·문화와 인적교류 등 미래 협력의 지평을 넓혀가자”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과의 친밀감을 표현하는 발언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마크롱 대통령과 ‘빵을 나누는 친구’를 뜻하는 진정한 ‘꼬뺑’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꼬뺑(copain)’은 프랑스어로 친구를 뜻하는 표현으로, 특히 함께 빵을 나누는 가까운 사이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이 대통령은 양국 정상 간 신뢰를 개인적인 친분에 빗대 표현하며 “양국의 영원한 우정과 함께 만들어갈 찬란한 미래”를 강조했다.
선물 교환에도 양국의 문화적 인연이 담겼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마크롱 대통령이 한국을 국빈 방문했을 당시 전통 현악기 공연을 관람했던 일을 고려해 ‘청자 가야금’을 준비했다.
청자 가야금은 전통 가야금을 축소해 청자로 제작한 공예품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학창 시절 피아노 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음악에 관심이 깊다는 점도 선물 선정에 고려됐다. 한국의 전통 악기와 프랑스 대통령의 음악적 관심을 연결한 선물인 셈이다.
문학 선물도 함께 전달됐다. 이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프랑스어 번역본을 전달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4월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을 언급했던 점을 고려한 선물이다. 한국 문학을 통해 양국 간 문화적 교류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도 담겼다.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를 위한 선물에는 음악과 전통 공예가 함께 담겼다. 이 대통령은 지난 국빈 방한 당시 브리지트 여사로부터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쿠프랭의 무덤’ 악보 초판을 선물받은 것에 대한 답례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연주한 ‘라벨 피아노 전곡집’을 준비했다.
여기에 삼베를 여러 겹 겹쳐 형태를 만든 뒤 옻칠과 자개로 장식한 나전 클러치백도 함께 전달했다. 프랑스 음악과 한국 전통 공예를 연결한 선물이다.
이번 프랑스 국빈 방문에서 경제·산업 분야 협력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이 대통령은 앞서 파리에서 열린 한·프랑스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양국 기업인들의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 측에서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네이버, 셀트리온 등 주요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양국은 첨단산업과 에너지, 지속가능한 화학, 탈탄소 모빌리티와 인프라·금융, 헬스·뷰티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국빈 만찬에서 직접 언급한 원자력과 인공지능, 반도체, 양자기술, 핵심광물 등은 향후 한·프랑스 협력의 주요 분야로 제시됐다.

문화 분야에서도 양국의 협력은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프랑스 방문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뤼미에르 서밋’에 참석해 영화·영상산업의 미래를 논의했다. 양국은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각각 5억 유로, 총 10억 유로 규모를 투자하는 글로벌 영화·영상산업 투자협력 이니셔티브 출범도 선언했다.
한국과 프랑스는 1886년 수교 이후 140년 동안 외교 관계를 이어왔다. 양국 관계에는 한국전쟁 당시 프랑스군의 참전이라는 역사적 배경이 있으며, 이후 정치·경제·과학·문화 등 다양한 분야로 교류 범위가 넓어졌다.
이번 이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 방문은 수교 140주년을 계기로 과거의 연대를 확인하는 동시에 첨단산업과 콘텐츠 등 미래 협력을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프랑스 최고 등급의 레지옹 도뇌르 대십자 훈장 수여 역시 이 같은 양국 관계를 상징하는 외교 행사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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