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자진사퇴 다음날 기본소득당이 밝힌 입장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자리를 스스로 내려놓은 가운데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표가 비례 의원뿐 아니라 지역구 의원도 장관을 겸직하지 못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장관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오 대표는 14일 서울 여의도 기본소득당 중앙당사에서 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직 문제를 이제 제도로 해결하자"며 이같이 말했다.

오 대표는 "장관직을 지역구 의원에게는 허용하고 비례대표 의원만 사퇴를 요구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구분하지 않고,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을 겸직하지 못하게 하는 국회법 개정 방안을 공론장에 올리자"고 했다. 이어 "국민이 입법자로 선출한 사람은 국회에서 행정부를 견제하고 국무위원으로 임명되는 의원은 의원직을 내려놓도록 원칙을 정하자"고 말했다.

오 대표는 이날 기본소득당이 용 의원에 대한 장관직 제안을 받아들인 배경부터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처음부터 장관직을 용혜인 개인에게 주는 자리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디까지나 다당제 연합정치의 한 걸음으로 이해해 고민 끝에 제안을 수용했다"고 했다.

오 대표는 용 후보자의 사퇴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는 "연합정치의 상대인 더불어민주당이 국민 여론과 국정운영의 부담을 이유로 결단을 요청하자 그 부담을 모른 체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용 의원과 기본소득당은 장관 한 자리를 지키는 것보다 민주진보 진영의 신뢰와 연합정치의 조건을 지키기로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오 대표는 겸직 문제 외에 위성정당 없는 연합정치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도 제안했다. 그는 "위성정당 발생을 막으면서 다당제 연합정치의 대의를 살리는 핵심 과제는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하고 연동성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의석 배분 3% 봉쇄조항의 폐지 또는 하향 조정, 정당 간 선거연합의 제도화 등을 함께 요구했다.

오 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직 문제를 정리하고, 비례성과 연동성을 높이고, 정당 간 선거연합을 제도화하는 정치개혁에 같이 나서자"고 촉구했다. 이어 "더 상세한 말씀은 조만간 제가 김민석 대표를 찾아뵙고 드리겠다"고 밝혔다. 오 대표는 전날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진보세력과의 연대와 정치개혁 논의에 힘을 쏟겠다고 밝힌 점을 두고 "크게 환영한다"며 "그 말은 행동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기본소득당은 장관직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다당제 연합정치라는 대의와 원칙에 서 있다"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장관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에 들어서고 있다. / 뉴스1

비례대표 의원인 용 의원은 장관 후보자 지명 2주 만인 전날 자진 사퇴했다. 용 후보자는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이 처한 상황을 존중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후보자가 결단해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30일 후보자로 지명된 용 의원은 지난 10일 '사퇴 불가'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비판 여론이 이어지자 사흘 만에 물러섰다.

이날 회의에서 노서영 수석최고위원은 정치개혁 의지를 밝히며 다른 정당의 동참을 촉구했다. 노 수석최고위원은 "위성정당의 한계를 넘어서 정치개혁으로 나아가라는 국민 여러분의 목소리를 엄중하게 듣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국회가 책임 없는 비판을 넘어서 책임 있는 정치개혁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노 수석최고위원은 국민의힘과 정의당을 겨냥해 "위성정당을 방지하기 위해 병립형으로 회귀하자는 주장은 국민의 민의를 고스란히 반영해야 한다는 정치개혁의 목표까지 함께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두 정당의 정치제도에 대한 비판이 용혜인 한 사람을 끌어내리려는 공작이 아니었다면 마땅히 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을 향해서도 "국민의 표가 의석으로 더 충실하게 이어지며 정당 간 협력이 제도 안에서 이뤄지는 정치를 함께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신지혜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이 제기한 이른바 '기본소득 언더조직' 의혹을 음모론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신 최고위원은 "용혜인 의원이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직을 사퇴하자 존재하지도 않는 '카르텔' 때문이라며 망발을 일삼고 있다"고 말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장관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신 최고위원은 "지난 2주 동안 창당준비위원회 시기부터 7년에 걸친 기본소득당의 회계가 말 그대로 탈탈 털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법과 불법을 찾아볼 수 없자 이제 그들이 문제 삼는 것은 이른바 인적 네트워크, 즉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름부터 '기본소득당'인 정당이 정책 자문을 구할 때 당연히 기본소득 관련 전문성을 우선하는 것"이라며 "당헌·당규에 따라 절차대로 임명했다"고 반박했다.

신 최고위원은 용 의원이 기본소득운동본부 회원이었던 적이 한 번도 없다고도 밝혔다. 그는 "단체 설립 축사를 전한 사실만으로 '참여했다'는 식으로 둔갑한다"며 "먼저 프레임을 짜 놓고 일부 사실을 적당히 끼워 맞춘 뒤 음모론만 흘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진서 청년최고위원은 이번 과정에서 기본소득당을 향해 '공정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왔다는 사실은 무겁게 받아들인다"라면서 "정치적 공세도 있었지만 그렇게만 설명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 우리가 중요하다고 믿어온 가치와 정책이 정작 청년들에게 충분히 가닿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고 했다.

김 청년최고위원은 "청년의 삶을 실제로 바꾸는 데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주거와 일자리, 소득과 돌봄처럼 당장 삶을 짓누르는 문제에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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