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때문에 난리 난 정부, 또 한번 작정하고 대대적으로 '조사' 나서는 일

정부가 올해 처음으로 전국 농지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선 가운데 농지법 위반이 의심되는 농지가 약 284만필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조선비즈 단독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연말까지 심층조사를 거쳐 법 위반 사실이 확정된 농지에 대해 처분 절차를 진행하고, 소유자가 매입을 청구할 경우 내년에 8868억원을 투입해 일부 농지를 사들이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 ‘맞춤형 농지지원 사업’을 통해 법 위반으로 처분 대상이 된 농지의 매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올해 실시한 농지 전수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마련됐다. 정부가 전국의 농지를 대상으로 대규모 전수조사를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명 대통령, 김혜경 여사 / 뉴스1

농지 전수조사는 농지를 실제 농업 생산에 이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농지법은 농지를 취득한 농업인이나 농업법인이 원칙적으로 해당 농지에서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농사를 짓지 않고 방치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불법으로 임대하는 행위도 제한된다.

농지는 일반 토지와 달리 소유와 이용에 일정한 제한이 적용된다. 농업 생산에 필요한 토지를 확보하고 농지를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다. 농지를 취득할 때도 농업 경영 여부 등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한 이유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부터 시작됐다. 기본조사 결과 전국 조사 대상 농지 가운데 약 27%가 농지법 위반이 의심되는 농지로 분류됐다. 필지 수로는 약 284만필지에 해당한다.

위반 의심 유형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불법 임대차였다. 전체 조사 대상 농지의 21.1%가 불법 임대차 의심 사례로 분류됐다. 무단 휴경은 11.6%, 불법 전용은 9%로 집계됐다.

불법 임대차는 농지 소유자가 직접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정해진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 농지를 빌려주는 경우를 말한다. 농지를 농업인이 직접 경작하지 않고 사실상 임대 수익을 얻는 방식으로 이용하면 농지법의 취지와 맞지 않을 수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무단 휴경은 농지를 농업 생산에 활용하지 않고 정당한 사유 없이 장기간 방치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불법 전용은 농지를 농업 외 목적으로 사용하면서 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다. 농지를 주차장이나 창고, 시설물 부지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농지전용 허가나 신고 등이 필요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번 기본조사 결과는 곧바로 법 위반이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 단계에서는 추가 확인이 필요한 ‘위반 의심 농지’가 포함돼 있다. 농식품부는 기본조사에서 의심 사례로 분류된 농지를 대상으로 연말까지 심층조사를 진행해 실제 법 위반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심층조사에서 법 위반 사실이 최종 확인되면 해당 농지 소유자는 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 농지법에 따른 처분 절차는 농지를 본래 목적에 맞게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 농지를 계속 농업 생산에 사용하지 않거나 법에서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보유·이용하는 사례를 관리하는 장치다.

처분 명령을 받은 농지 소유자가 농지를 정부에 매입해 달라고 청구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매입 절차가 진행된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한국농어촌공사를 통해 해당 농지를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이 같은 법 위반 농지 매입을 위해 8868억원의 예산이 편성될 예정이다. 사업 명칭은 ‘맞춤형 농지지원 사업’이다. 농식품부가 내년 새롭게 추진하는 신규 사업 전체 예산이 9257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법 위반 농지 매입 관련 예산이 신규 사업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8868억원은 농식품부 신규 사업 예산의 약 95%에 해당한다. 정부가 농지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처분 대상 농지의 매입까지 추진하는 것은 농지의 실제 농업 이용을 늘리고 농업인에게 필요한 농지를 공급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가 매입한 농지는 농업 현장에서 다시 활용될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확보한 농지를 청년 농업인이나 전업 농업인 등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사업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농지를 매입한 뒤 단순히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에 실제 필요한 사람에게 공급해 농지의 공익적 기능을 유지하겠다는 취지다.

청년 농업인에게 농지는 농업에 진입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자산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농촌의 농지 가격과 임차 비용, 초기 영농 투자비 등을 고려하면 농업을 처음 시작하는 청년이 충분한 농지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정부가 확보한 농지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임대하면 신규 농업인의 농지 확보 부담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 강훈식 비서실장 / 뉴스1

이번 사업의 예산 규모는 기본조사 결과를 토대로 산정된 추정치라는 점도 변수다. 농식품부는 아직 실제로 매입하게 될 농지의 전체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말까지 진행되는 심층조사에서 법 위반 농지가 얼마나 확정되는지에 따라 실제 매입 대상과 필요한 예산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매입 대상 농지의 규모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아 기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예산안을 추정해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심층조사가 끝나고 실제 매입 대상 농지가 확정되면 정부가 집행하는 예산 역시 현재 편성된 규모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농지 전수조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투기 목적으로 활용되는 농지를 찾아내 필요한 조치를 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농지를 농업 생산과 무관하게 보유하면서 사실상 부동산 자산으로 활용하는 사례를 관리하고 농지의 본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정부의 주요 정책 방향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농촌 현장에서는 일률적인 처분보다 실제 농촌의 사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농촌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농사를 직접 지을 사람이 부족해지면서 농지 임대차가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농업계에서는 농촌의 고령화와 영농 승계 단절이 심화하면서 농지 소유자가 직접 농사를 계속하기 어려운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농사를 지을 후계자가 없는 고령 농업인이 농지를 다른 농업인에게 맡기는 상황까지 일률적으로 규제할 경우 실제 농촌의 영농 구조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다.

농업계 한 관계자는 고령화와 영농 승계 단절로 농지 임대차가 불가피한 농촌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농지의 투기 이용을 막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농촌에서 농지가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를 고려해 매각이나 처분 조치가 추진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후속 절차는 심층조사 결과에 따라 구체화될 전망이다. 현재 약 284만필지는 법 위반이 확정된 농지가 아니라 위반 가능성이 확인돼 추가 조사가 필요한 대상이다. 연말까지 진행될 심층조사에서 실제 법 위반 여부가 가려진 뒤 처분 대상 농지와 정부 매입 규모가 결정될 예정이다.

내년 8868억원의 예산 역시 이러한 조사 결과에 따라 실제 집행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정부가 최종적으로 어느 정도의 농지를 확보하게 될지, 확보한 농지가 청년 농업인과 전업 농업인에게 어떤 방식으로 공급될지는 심층조사와 후속 처분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 구체적으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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